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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May 08. 2023

돈보다 꽃

 꽃을 반기는 당신의 표정

화창한 봄날 외출하기 꺼려지는 건 무시로 눈에 들어오는 철쭉을 보기가 두려워서다. 철쭉이 없는 길로 다닌다고 다녀도 아파트 단지, 학교 앞, 공원에서 흔하디 흔하게 볼 수 있는 철쭉은 불쑥 나타나는 것이다. 엄마가 돌아가셨던 그해 어느 봄날, 나와 마지막 외출을 나섰을 때 거리에 피어있는 철쭉 앞을 떠나지 못하고 “너무너무 예쁘다, 어쩜 이렇게 곱게 피었을까.” 연발하시며 한참을 들여다보셨던 소녀 같은 그 표정이 너무 생생하기 때문이다. 봄이면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철쭉을 보고 유난히 감탄하시길래 “엄마, 꽃이 그렇게 예뻐?”라고 묻자, “응. 너무너무 예쁘잖니. 어쩜 이렇게 고울까.” 


평소 꽃선물이 제일 아깝다면서 “꽃 사 올 바에는 돈으로 줘.  맛있는 거나 사 먹게.” 하고 웃으시던 엄마여서 우리 가족들은 엄마에게 꽃 선물을 해본 적이 거의 없다. 엄마 생신, 결혼기념일, 어버이날 등 엄마에게 선물을 드린 특별한 날은 언제나, 대부분 돈을 드렸고, 엄마는 그 돈으로 우리에게 맛있는 만찬을 차려주셨던 것이다. 그런데 엄마가 세상을 떠난 그 해가 되어서야 엄마가 꽃을 그렇게 좋아하시는지 뒤늦게 알게 되었다. 그해 마지막 어버이날 카네이션 바구니를 선물했더니 엄마는 또 아이처럼 많이 좋아하셨다. 이제는 그날 카네이션 바구니에 꽂혀있던 팻말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언젠가부터 어버이날이 되면 부모님께 드릴 선물을 고르는 고민 대신 그냥 편하게 현금을 드리는 세태가 되었다. 상대가 누가 되든,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현금보다 좋은 선물은 없다고 확신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나 역시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했다. 생각해 보면 엄마도 아주 나이가 많이 드시기 전에는 말씀하셨던 것처럼 꽃이 그다지 감동적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세상 모든 것에 데면데면해지고 무뎌진 나이가 되고 보니 새삼스럽게 꽃이 좋아졌을 수도 있다.


어버이날은 ‘카네이션’이라는 상징으로 꽃선물을 받을 수 있는 날이라 다행이다. 매년 다가오는 결혼기념일이나 생일에 마지못해 준비한 돈봉투만 불쑥 내밀었던 분이 있다면 이번에는 꽃을 준비해 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시들어서 버려지는 것이 아깝다면 생화와 별 차이 없이 아름다운 형태로 오랫동안 볼 수 있는 스타티스를 추천한다. 작년 11월에 산 스타티스를 그대로 말렸더니 여전히 아름답다. 

아니면 꽃화분도 좋다. 오랫동안 꽃이라면 내외하는 사이였지만 이제는 단골 카페에 꽃선물을 할 정도로 친숙해지니 꽃만큼 부담 없는 선물도 드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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