뉘른베르크 법과 뉘른베르크 재판

반유대주의법을 통과시킨 곳에서 나치 전범재판을 열다

by Rosary

1935년 9월 15일 독일 뉘른베르크 전당대회에서 나치 독일의 반유대주의법(일명 뉘른베르크 법)이 통과되었다. “독일인 혈통 명예 보호법”은 유대인과 독일인 간의 혼인, 성적 관계를 금지하는 내용이고, “국가 시민법”은 오직 독일인의 혈통을 가진 자만이 온전한 시민권을 가질 수 있도록 명시했다. 非아리아인으로 간주되는 인종의 사람들은 국민의 일원임에도 시민권에 관한 여러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다. 또한 1920년 나치당의 상징으로 제정된 하켄크로이츠(卐. Hakenkreuz) 문양이 독일 국기로 결정된 것도 이 날이었다.


국가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폭력으로 나치의 유대인 학살은 규모로 보나 학살방법으로 보나 역사상 가장 잔혹한 집단살해사건의 하나로 기록될 만하다. 이 역사상 유례없는 비극을 소재로 한 영화는 많지만 대부분 학살의 참상을 고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뉘른베르크의 재판. 1961>은 독일 패전 후 1948년에 있었던 나치 수뇌부의 전범재판과정을 통해 법정을 무대로 유대인 학살과 더불어 독일국민에게 행했던 비윤리적 강요의 부당성을 고발하고 있다.


수백만의 유럽인구를 참혹한 방법으로 학살했던 독일 나치의 만행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역사적 비극이다. 인간생명의 존엄성은 분명히 지켜져야 한다는 것과 언제든지 되살아날 수 있는 나치의 망령을 고발한 <뉘른베르크의 재판>은 재판과정을 밀도 있고 힘 있게 다루면서도 분명한 주제의식을 드러낸 작품으로 손꼽힐 만하다. 당시로서는 유대인 학살을 파격적이고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충격을 던진 <뉘른베르크의 재판>은 학살의 잔인함, 비인간화를 고발하는데 머물지 않고 그토록 엄청난 일이 일어났을 때 인류 공동체로서 역할을 방기해 버린 것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다.


나치즘을 거론할 때, 유대인 학살이라는 결과를 두고 문제시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조국애, 또는 전진이라는 이름으로 집단최면에 걸려 엄청난 비극을 초래한 과정을 소홀히 한 경향이 있다. 하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간의 야수성은 오늘날에도 존재한다. 또한 야수성을 발휘하지는 않더라도 공동체로서의 책임을 외면하는 것 역시 범죄라는 것을 이 영화에서는 말하고 있다.

영화 뉘른베르크의 재판에서 명연기를 펼친 막시밀리안 셸

<뉘른베르크의 재판>은 3시간의 상영시간 내내 전범재판 다큐를 보는 듯한 사실적이고 긴장감 넘치는 전개로 비평과 흥행에서 모두 좋은 결과를 얻었다. 스펜서 트레이시, 리처드 위드마크, 몽고메리 클리프트, 버트 랭커스터, 막시밀리안 셸, 마릴린 디트리히, 주디 갈란드 등 당대 최고 스타들이 출연했는데 한스 롤프 변호사 역의 막시밀리안 셸(1930~2014)은 1962년 아카데미, 골든 글로브, 뉴욕비평가 협회의 남우 주연상을 석권하는 불멸의 명연기를 펼쳤다. *네이버에서 단돈 5백원이면 볼 수 있다!


영화 <뉘른베르크의 재판>을 보고 유럽여행을 하게되면 꼭 뉘른베르크에 가보고 싶어 방문했는데 어두운 역사 속에 등장하는 이미지와 달리 아기자기하고 예쁜 도시 풍광이 반전을 주는 느낌이었다. 독일 트리어에 사는 친구가 말하길 독일 소시지 중에서도 단연 가장 맛있는 소시지가 뉘른베르크 소시지라고 꼭 사 먹어보라고 권하기도 해서 시장에서 여러 종류의 소시지를 사 먹었는데 과연 풍미가 진하고, 식감이 통글통글하니 정말 맛있었다.

뉘른베르크 중앙광장 분수

뉘른베르크 중앙광장에 있는 높은 분수의 골드링을 만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속설에 따라 까치발을 하고 링에 손을 뻗어 만지면서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이렇게 아름답고 평화로워 보이는 곳에서 반인류적 범죄의 싹이 튼 전당대회가 열리고, 또 그 전범들을 처단했던 재판이 열렸다니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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