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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냐 Mar 21. 2023

이 시국에 러시아에서 산다고?

21년 러시아 모스크바에 왔고, 이듬해 전쟁이 터졌지만 여전히 이곳에서


러시아 모스크바에 일을 하기 위해 들어온 게 2021년. 그리고 그 이듬해인 2022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러-우 사태가 터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해져 있던 근무기간으로 인해 여전히 이곳에 살고 있다.


모스크바의 그 유명한 바실리 성당. 화려한 성당과, 뒷면에 건조하게 쌓여있는 벽돌들의 조화를 보자니, 현 러시아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현장에서 보고 생각하게 되는 부분들이 참 많았다. 더욱이 이곳에 살기에 전쟁이 더 크게 내 일상에 영향을 주기도 했었다. 돌이켜보면 2년이라는 시간이 내 인생 그 어느 때보다 파란만장했던 것 같다. 이 시국에 러시아에 산다는 건 쉽지만은 않았고, 전쟁으로 인해 나의 생활도 그 영향을 참 많이 받았던 만큼, 이 시간들을 남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또 무엇보다 이런 와중에도 이곳에서 내 생활은 계속되니까. 이 현장에서의 내 눈과 귀로 담은 하루하루를 기록해보고자 한다.


아름다운 자연을 자랑하는 러시아. 예쁜걸 볼때마다, 그걸 다 묻어버리고 있는 이 현실이 더욱 안타깝다.


사실 '러시아'라는 단어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분개한다는 걸 느끼고 있고, 어쩔 땐 여기 있는 것만으로도 죄스러운 기분이 들기도 했다. 더욱이 한국 매체들이 미국과 유럽의 기사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사실을 여기 와서 피부로 느끼고 있으며, 러시아는 무조건 나쁘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라는 것을 느낀다. (진짜 이걸 시작한 놈들은 나쁜 놈들이긴 하고 이견이 없다.)


그렇기에 이 글을 쓰는데도 참 많은 고민이 되었고, 지금도 고민이 안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최대한 건조하게 이 러시아의 겉면을 보여준다고 한 것들이, 오히려 일반적인 언론이 보여줄 수 있는 장면들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을 했고, 현장에서 하루하루 지내며 하는 기록들은 조금은 다르고 다양한 면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예민한 시기인 만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좋은 건가.. 하는 생각도 참 많이 했지만 누군가 러시아에서 살면서 느낄 수 있는 것들을 담아낸다면 어떤 이들에게는 참고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또 한편으로는 이곳에서 살아가는 나의 이야기를 마냥 흘려보낼 수는 없단 생각에 글로써 이곳에 남겨보고자 한다.


누군가는 ‘러시아’라는 단어만으로도 거부감을 느낄 수 있겠지만, 기록이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나도 반신반의하면서, 누군가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칠 수도 있을 거란 믿음으로 이 글을 시작한다.


2022년 어느날, 거리를 걷다 찍은 모스크바의 여느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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