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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라리 Aug 22. 2023

기후위기 해결의 주체는 누구일까?

문명 6: 몰려드는 폭풍

인생질문 : 기후위기 해결의 주체는 누구일까?
 

○ 문제의식


환경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환경보호", "지구가 아파요" 얘기를 들어왔고 학교에서 오존층 파괴, 스모그, 지구온난화 대해서 엄중하게 배웠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큰 관심이 있지는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어떻게 한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최대한 일회용품을 안 쓰고 텀블러와 에코백을 항상 이용했지만 그 이상 신경 쓰지는 않았다. 이 한 몸 살기도 힘들다 보니 환경 문제는 뒷전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아마 미세먼지 이슈가 커진 2014년 정도다) 환경 문제를 체감하기 시작했다. 맑은 하늘을 보기가 힘들어졌다. 봄철 황사 이슈는 언제나 있었지만 이제는 다른 계절에도 하늘이 뿌옇다. '미세먼지가 언제부터였을까?' 기사를 찾아보면 80~90년대에 오히려 심했고 점점 줄어드는 추세라고 한다. 데이터는 그럴지 몰라도 체감은 그렇지 않다. 2014년 이후로 훨씬 더 심해졌다고 느낀다. 그 이유는 측정소 높이의 문제(미세먼지 예보와 체감 다른 이유…측정소 80% "너무 높아") 와 사람들은 가시거리로 판단하기 때문(미세먼지 실제 농도와 체감도가 다른 이유)이라고 한다. 어쨌든 미세먼지가 사람들의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높은 것은 분명하다. 여름에 더 더워지고 겨울에는 더 추워진 것도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체감하게 한다. 여름에 고통스럽게 더운 날이 더 늘고 겨울에 유난히 추운 날이 늘어난 것은 데이터와도 일치한다.


2019년 스웨덴의 기후위기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활동과 연설 동영상을 봤었다. 참 인상 깊었다. 환경 문제에 대한 나의 관심은 점점 높아지게 됐고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는 정말 심각하다고 느끼게 됐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원인도 기후 변화 때문이었다. (기후 변화는 야생 동물의 서식지를 줄어들게 만들었고, 인간과 서식지가 가까워지면서 이종 간의 바이러스 전염으로 인해 발생했다.) 올해 여름은 정점이었다. 에어컨으로 버틸 수밖에 없는 계속되는 폭염을 겪으며 '에어컨이 없을 때는 어떻게 살았지?'를 생각한다. 올해 여름은 거의 다 지나갔지만 벌써부터 올 겨울과 내년 여름이 두려워진다.


이제는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적어도 늦추기 위해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이다. 그런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 관심 없을 때와 같은 이유다. 내가 어떻게 한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 학자의 대답
「EBS 다큐프라임 민주주의」5부 민주주의의 미래, 노암 촘스키 외, EBS / 영상에서 일부 발췌

좌 : 총 5부작 다큐멘터리. EBS사이트와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 우 : 같은 내용으로 책도 출간하였다.
· 민주주의, 자본주의와 어떻게 다른가?

- 토마스 마이어 (독일 도르트문트 대학교 정치학 교수)
"자본주의는 초기에 사람들을 봉건사회와 예속으로부터 해방시켜 주었습니다. 소위 인간을 자유롭게 해 주었는데 이것이 민주주의에 중요한 부분이었죠. 도처에 노동계급이 발생하여 사회의 다수를 차지했고 이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했습니다. 그래서 자본주의가 민주주의의 생성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관계는 지난 20년 동안 세계화로 인해 크게 변화했습니다. 시장은 세계화가 되었는데 민주주의는 국내적이어서 세계화된 자본주의를 거의 통제할 수 없었으니까요. 또 금융시장은 문제가 많고 조정되지 않아서 정치권이나 민주주의가 금융시장이 정하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는 큰 문제를 야기했습니다. 그러니까 민주주의의 힘이 세계화와 금융시장의 발달에 의해 크게 위축되었습니다."

· 불평등, 어떻게 민주주의를 위협하는가?

- 필립 페팃 (프리스턴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국가로부터 교회를 분리시켰듯이 국가로부터 기업과 상업을 분리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기업의 세계가 국가 정책을 너무 많이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세계 여러 곳에서 사실은 허용되어서는 안 되는 수준의 불평등을 정부 국가, 법이 허용해주고 있는 현실을 설명해 줍니다. 이는 평범한 사람들의 자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시민과 시민의 관계에서 그 누구도 주인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비록 주인이 하인에게 친절을 베풀더라도 하인이 자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의 지배력으로부터 독립되어 있어야 하니까요."
- 셰리 버먼 (컬럼비아대 정치학과 교수)
"물론 불평등 자체가 문제일 수도 있지만 계층 이동성이 저하될 경우 다시 말해 불평등이 고착화되어 세대가 바뀌어도 사람들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바뀌지 않을 경우 정말 심각한 사회적, 정치적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사회적 분열이 심해지며 계층 간 왕래는 줄어드는 대신 다른 계층에 대한 적대감이 강해지죠. 이는 민주 사회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어떻게 갈등하는가?

- 폴 피어슨 (UC 버클리 정치학과 교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공존하는 국가들에서는 항상 두 가지 잠재적 갈등 요소가 존재해 왔어요. 좀 더 보수적인 사람들은 민주주의가 자본주의를 삼켜버리지 않을까 두려워합니다. 우파는 가지지 못한 자들이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민주주의를 이용하지 않을까 걱정합니다. 한편 좌파는 자본주의가 민주주의를 삼켜버리는 것을 우려합니다. 더 많은 부와 경제력을 소유한 몇몇 사람들이 그들의 부와 경제력을 정치 체제를 지배하는데 이용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죠."

 

○ 해석
기후위기는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와 기업이 나서길 바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와 기업에 맡겨서는 문제가 제 때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안의 심각성에 비해 정부와 기업의 대응은 너무 느리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합의는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선진국들이 이산화 탄소를 비롯한 각종 온실 기체의 방출을 제한하고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기후변화협약'을 채택하였다. 이후에도 '교토의정서'(1997)를 비롯한 수 차례 유엔 기후 변화 회의가 있었고 2015년에는 197개국이 참가한 '파리협정'으로 이어졌다. 각 당사국이 자발적으로 설정한 감축목표를 설정하였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합의와 결정이 계속해서 뒤집히는 국가들 보다는 탄소중립과 RE100등을 선언하고 실천하고 있는 기업들이 더 나아 보인다. 그러나 기업의 존재 이유는 이윤 창출이다. 'ESG', '친환경'을 열심히 외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기업에게 이득이 되는 방법만 취할 것이다. 친환경 산업으로 전환할 때 발생하는 비용을 떠 안지 않을 것이다. 노동계에서는 '친환경의 이름으로 당신을 해고합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EBS 다큐프라임 민주주의」는 "민주주의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이라 보시나요?"라는 질문에 세계적인 석학 노암 촘스키가 "시민들에게 달려있죠"라고 말하며 끝이 난다. 처음 이 영상을 처음 봤을 때는 '하나마나한 소리 아닌가'생각했다. 그런데 기후위기 문제를 지켜보니 짧지만 가장 정확한 답변이었다. 정말 시민들의 관심만큼 나아가고 있다. 기업과 정부의 변화도 결국 시민들이 이끌어 내고 있다.


문제는 기후위기의 시급함에 비해 변화의 속도가 너무 더디다는 점이다. 특히 세계적으로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기후위기 문제의 해결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고 생각한다. 기후위기가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더 시급하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해결의 열쇠는 불평등을 줄이는 데 있다. 실제로 '2021 에너지전환지수(ETI) 순위'를 보면 상위권에는 세율이 높고 정부의 공공 사회지출이 높은 이른바 '복지국가'들이 대부분이다.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불평등 문제마저 엮여 있다고 생각하니 더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어디서부터 실마리를 풀어야 할지 모르겠다. 불현듯 게임을 하다가 비슷한 고민을 했던 것이 떠올랐다.




게임이 답하다


이름 : 문명6: 몰려드는 폭풍 (Sid Meier's Civilization VI: Gathering Storm) / 12세 이용가
제작사 : FIRAXIS GAMES
장르 : 턴 방식 전략 시뮬레이션
출시일 : 2019년 2월 14일 (한국 기준)
  *게임에 대한 보다 자세한 설명은 다른 사이트를 참조하세요
 

'문명6: 몰려드는 폭풍'은 본편 이후 출시한 두 번째 확장팩이다. 이미 문명은 디자인(기획)과 방식에 있어서 독보적인 게임이었는데, 여기에 '환경'문제까지 추가하는 엄청난 시도를 한다. 게임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재미다. 게임을 제작할 때 가장 중요한 일은 게이머들이 재미(몰입, 스릴, 감성 돋게, 뿌듯하게 등)를 느끼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현실에서는 하기 힘들거나 하면 안 되는 소재들이 주로 등장한다. 예를 들어, '은행'을 소재로 하는 게임들을 보면 대부분 은행을 털거나 은행을 터는 것을 막는 게임이다. 물론 은행을 경영하는 시뮬레이션도 있기는 하지만 캐주얼한 모바일 게임 위주다. '환경' 소재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환경을 직접 다루는 게임은 대부분 교육용 게임이다. 재미를 목적으로 하는 게임들은 주로 특정한 재난 상황을 설정하는데 쓰는 정도로 ‘환경’을 활용한다.


그런데 '문명6: 몰려드는 폭풍'은 다르다.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환경 문제를 다루고 있다. 현대 시대에 들어서 전력을 사용하면서부터는 지구의 이산화탄소량과 온도가 증가하게 된다. 적절하게 통제되지 않으면 해수면이 상승해 도시가 물에 잠기게 되고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어 치명적인 피해가 발생한다. 이를 막기 위해 지열, 풍력,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할 수도 있다. 원자력 발전의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으면서도 높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으나 일정 확률로 원전 사고가 발생해서 대참사가 벌어질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게임은 재밌기 위해 한다. 현실에서 소재를 가져오더라도 게임적 허용을 통해 훨씬 더 단순하면서 재밌게 재구성한다. 물론 이 게임에서도 재구성이 없지는 않지만 현실의 문제와 고민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다.

'세계 기후' 탭이 있어 기후에 대한 자세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좌 : '사회 제도표' / 우 : 세계의회

이 게임이 주는 가장 놀라운 경험은 이 현실성에 있다. '나는 친환경 산업만 육성하겠어' 마음먹고 게임을 플레이하더라도 화석 연료와 원자력 발전을 사용하지 않고 다른 문명들과 경쟁해서 승리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원전을 짓지 않고 게임을 하는 것조차 매우 힘들다. 게다가 친환경 산업은 게임 극후반부에나 개발이 가능하기에 그전에는 어쩔 수 없이 화석 연료를 사용해야 한다. 또한 내가 아무리 친환경 플레이를 하더라도 다른 플레이어가 계속해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면 그로 인한 재앙은 함께 겪게 된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이산화탄소 발생은 어쩔 수 없고, 내가 아무리 애써도 다른 문명이 지구 환경을 망치고 있는 상황을 마주하는 일은 정말 현실과 똑같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세계의회에서 이산화탄소 감축을 결의하는 안건이 없다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라서 빠졌을 것 같다.)

 



결론


'문명6: 몰려드는 폭풍'의 경험은 30년 전 기후변화협약 이후에도 지구온난화가 가속되어 왔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경쟁상황에서 성장을 더디게 만드는 선택을 할 수 있는 국가는 많지 않을 것이다. 다른 국가가 협약을 지키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어렵다. (현실에서는 초강대국들이 가장 협약을 지키지 않는다) 경험이 소중한 이유는 경험 그 자체도 있지만 그것을 딛고 다음 스텝을 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게임의 도움으로 문제 해결의 주체가 명확해졌다. 기업이 아무리 사회적 책임경영을 강조하더라도 이윤 추구를 넘어설 수 없듯이 국가들의 합의 또한 자국의 정치경제적 상황에 따라 쉽게 달라진다. 이미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결국 노암 촘스키의 말처럼 시민들에게 달려있다.


문제 해결의 시작은 문제를 명확하게 하는 것부터다. 처음의 문제의식인, '내가 어떻게 한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는 생각을 보다 깊이 들어가면 정부나 기업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여겼던 마음이 있다. 이제 명확해졌다. 나라도 뭔가를 해야 한다. 또 달라진 게 있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이다.


위 세계일보 설문조사에서 살펴봤듯이 대부분 사람들은 기후변화는 심각하다고 생각하지만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하기에 관심을 갖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은 의미는 있지만 변화를 만들어 내기 쉽지 않다. 환경 문제를 고민하는 것을 사치가 아니게 만들어야 한다. 다시 말해 불평등을 줄여서 먹고사는 문제를 나아지게 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인류에게는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고 경고한다. 마음이 조급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차근차근 풀어 나가야 하지 않을까?

(불평등을 줄이는 실천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Q. "기후위기 해결의 주체는 누구일까?"

A.

"국가가 해결하기는 쉽지 않더라. 결국 시민들에게 달려 있어"

- 문명6: 몰려드는 폭풍


 * 참고자료

이경혁. "게이머를 교양인으로 만든 '문명6'". <DBR 272호>. 2019냔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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