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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링링 Feb 07. 2024

사회적 지능이 높은 사람이 필요해.

일만 잘할 거면 인공지능을 계발하면 되겠네.

- 여기는 사람이 일하는 곳이야.

- 축구 잘하는 사람이 감독을 잘하더냐?


" 선생님 학교 어느 나왔어요? "

 어릴 적 과외할 때 학부모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 한 가지다. 학교가 좋아야 공부를 잘 가르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공부를 잘해야 한다. 강사는 아는 것이 많아야 하고, 무엇을 물어도 망설임 없이 당당하게 답이 나오고, 설명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실력은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러면 최상위권 학생들이 잘 가르치는가? 그것도 아니다. 설명이 어려운 경우가 많고, 배우는 학생은 기본적인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데 학생이 기본적인 부분부터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생각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왜냐하면 그 기본을 모른다는 것을 상상조차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모르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건 사회적 지능에 속한 영역이다. 누군가를 이해하고 그 편에 서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은 인지 능력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학벌은 낮지만 잘 가르치는 학원강사들이 있다.   예전에 학원 강사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일타 강사란 말이 없었다. 그렇지만 나는 그 지역에서는 나름 인지도가 높은 강사였다. 그건 학벌이 높았기 때문이 아니다. 어느 학부모도 내가 나온 대학교를 알고 있지 않았다. 심지어 나는 어린 나이를 감추기 위해 나이도 말하지 않았다. 그래서 누구도 나이조차 알지 못했다. 그때 나는 잘 가르치기 위해 수업 전 그날 강의에 관련된 모든 문제를 노트에 자세하게 풀어서 식을 적어 놓거나, 마인드맵 또는 도표로 만들어 놓았다.  그러면 순간 놓친 학생이나, 이해를 하지 못한 학생 또는 지금 강의 내용을 이해해서 뒷 문제를 먼저 풀다가 뒷 문제가 이해가 안 되는 학생은 조용히 내 자리에 와서 그날 내 강의 노트를 펼쳐서 혼자 조용히 읽기 시작한다. 그러다 잠시 후 " 아! " 하는 소리와 함께 노트를 덮고 자기 자리로 돌아가곤 했다.

 그 노트는 내가 강의하기 위해 정리해 놓은 노트가 아니다. 누가 와서 읽어도 그 부분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든 학생들 입장에서 생각하고 만든 노트였다.

 나는 그 노트를 2년 동안 잠을 거의 안 자고 공부하면서 만들었다. 이건 높은 학벌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그때 나를 키운 건 사회적 지능이다.

' 이걸 이해할 수 있을까? 이 설명이 너무 길면 지루해서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을까? 이 부분은 생략해도 될까? 이걸 어디까지 풀어서 말해야 할까? '

 나는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학교 내에서 괴롭힘을 당해 온몸에 멍이 들고, 옷이 너덜 해진 상태에서 자기 가방 하나도 겨우 끌며 걸으면서 집보다 더 먼 엘리베이터 없는 3층 학원을 걸어와서 내 앞에 도착하자마자 힘없이 쓰러지는 학생을 보고 눈이 뒤집어져서  학생을 안고 가해자들을 찾기 위해 미친 듯이 뛰어가서 고함지르고 교장실로 다 끌고 가서 일을 크게 만들어 놓고 나서야 겨우 제정신이 들어서

' 아, 학생 부모에게 전화도 안 했네. 그런데 나 지금 다른 학년 수업 중이었는데 수업 어떻게 하지?,  어? 그런데 내가 이 학생을 들었네. 아, 나 무거워서 손을 덜덜 떨고 있구나. ' 란 생각이 들었던 건 내가 가진 사회적 지능 부분이었다.  

 " 선생님이 떄리는건 엄청 아파요. 눈물이 핑 돌 때도 있는데 한 개도 기분 안 나쁘고 괜찮은데 저 선생님이 살살 한대 떄리는건 내가 잘못해도 기분 더러워요. "라고 학생이 말하는 것도 사회적 지능 부분이다. 이건 학원강사가 학벌이 좋기 때문이 아니다. 가르치는 능력이 뛰어나서 그런 것만도 아니다. 나보다 나이가 많고, 경력이 많고 누가 들어도 인정하는 한국대학교를 나온 동료 강사가

 " 선생님이 주임 선생님인 게 좋아요.  난 선생님 밑에서 일하는 게 좋아요. "라고 말할 수 있었던 것도 내가 아는 것이 많고 학벌이 뛰어나기 때문이 아니었다. 나는 그 동료 강사 앞에서는 부끄러운 학벌이었으나 그는 나를 인정하고 기꺼이 상사로 받아들였다. 이는 그 동료 강사와 내가 가진 사회지능이다.

 


   

 실력이 좋거나 학벌이 뛰어난 사람으로 사람을 뽑는 게 위험한 건 이와 같다. 실력은 필요하다. 크게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실력이 뛰어난 많은 사람들이 승진에 탈락되어 위로 올라가지 못하거나 설사 올라갔다 하더라도 오랫동안 그 자리를 유지하지 못하거나, 더 이상 오르지 못하는 이유는 사회적 지능 부분을 높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입일 때는 나만 일을 잘해도 문제가 없다. 그래도 인정받고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씩 올라갈수록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은 인간관계가 되고, 사람들을 다루는 능력이 더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회사에서 중요한 부분은 HR(인력자원)의 역량이다. 회사가 정치판이 되는 순간 아무리 좋은 아이템이 있어도 그 회사는 발전이 사라지게 된다. 이건 당장은 보이지 않는 부분이다. 하지만 사회적 지능이 뛰어난 사람은 ' 어? 위험한데! '를 감지하는 눈을 가지고 있다. 그 사람을 찾아서 끌어올릴 수 있어야 하고, 그리고 그 사회적 지능을 발전시키는 게 갈수록 중요하게 된다.

 신입일 때는 회사와 관련된 지식을 쌓는 부분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면 조금씩 내 역할과 위치가 바뀌는 순간이 오면 사람을 배우고 함께 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여기 있는 사람은 레일 위에 서 있는 하나의 도구가 아니다. 나는 그 레일 위에 있는 사람을 다시 데리고 내려와 정중히 그를 존중하고 높여 끌어올려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때 그 사람은 자신의 능력과 힘을 발휘하기 시작할 것이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은 나를 끌어올리고 내 실적을 높이기 위해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
 각자 자기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며, 내가 책임지고 돌보아야 하는 사람이다.

 

 그걸 깨 닫는 순간부터 뒤로 물러났던 사람들은  앞으로 오기 시작할 것이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나는 이 사실을 바보같이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 알게 되었다.

 " 아, 나보다 훨씬 더 능력이 뛰어난 인재들이었구나.  이 사람들 때문에 회사가 굴러가는 거고, 내가 이곳에 있을 수 있는 거였구나. "



  내가 잘하고 내가 능력이 좋은 것보다 옆에 있는 직원들의 능력이 좋아서 내가 있을 수 있는 거였고, 그들이 있어서 내가 더 올라갔던 거고, 내가 더 편했던 거였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에야 나는 비로소 그들을 모시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지혜가 필요할 때 서슴없이 다가가 질문을 하고 듣는다. 나는 그들에게 답을 해 주고, 일을 주기 위해 듣고 있는 것이 아니다. 조언을 구하고, 내 생각을 넓히고 이해하기 위해 듣는다. 왜냐하면 그들의 생각이 나보다 뛰어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잘난 사람을 좋아하고,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즐겨하며, 지혜로운 사람을 찾는다. 여기는 함께 가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나는 책을 읽고, 공부하고, 이야기를 듣고, 다가가 질문을 한다. 내 실력을 쌓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이다. 나에게는 갈수록 필요한 건 사회지능 부분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과 일하고 싶으세요? 누구를 등용하고 싶으세요? 그 기준이 되는 지표 무엇인가요?

란 질문에 답을 한다.  

                                                              " 사회적 지능이 뛰어난 사람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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