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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링링 Mar 05. 2024

네가 선택할 수 있는 이유를 줄게

 내가 너를 바라보며 네 말을 들었을 때 너도 나를 존중해 주었구나.

- 이건 네가 다시 생각해야 하는 이유야.

- 결국 나는 너를 존중할 거야.


" 전 그만할 겁니다. "


"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 "


"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


" 혹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줄 수 있겠니? "


 갑자기 내게 와 그만두겠다고 말하는 직원에 속 마음을  조금 더 자세히 알기 위해 그에게 질문을 했다. 그리고 직원은 계속 자신에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한참을 듣고 나서야 나는 포인트를 찾았다. 그리고 나는 직원에게 답을 했다.


 " 나는 선택의 순간 망설일 때가 종종 있어. 그러면 망설임 때문에 걱정이 돼. 내가 선택을 늦게 해서 일을 그르치거나 중요한 순간을 놓치는 건 아닐까? 그런데 한편으로는 역으로 내 섣부른 결정 때문에 일을 그르치면 어떻게 하지?  걱정을 하게 돼. 결국은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고, 내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겠지. 그런데 중요한 순간일수록 나는 더 오래 생각하고 고민하고 망설이는 거 같아. 너무 성급한 생각이 일을 망쳐 버리면 어쩌지 하는 마음에 더 많이 고민하고 망설이게 돼. 왜냐하면 내게는 내가 짊어져야 할 나 외에 다른 사람들에 삶에 책임이 있기 때문이야. 가정이 생기면 더 이상 내 삶만 있는 게 아니야. 그들의 삶에 대한 책임이 나에게도 있게 돼. 그래서 난 한번 더 생각하고, 한번 더 고민하고 망설이게 되는 거 같아. 너도 그렇지 않을까 싶네. 그리고 너도 가장이기 때문에 한번 더 생각해 보는 건 어떤가 싶다. 혹시 섣부른 판단은 아니었는지, 조금 더 기다려야 할 상황은 아닌지 한번 더 생각해 보는 건 어때? 그리고 다시 나한테 할 말이 있다면 와 주겠니? 그때 네가 어떤 말을 해도 그건 네가 다시 여러 차례 진중히 생각하고 내린 결정인걸 알기에 난 널 존중하고 내 말을 보고하고 그대로 진행할 거야. "


" 네, 알겠습니다. "


그리고 그 직원은 다시 이 문제로 내게 찾아오지 않았다. 그는 힘든 프로젝트가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버텨 주었다. 나는 그 직원이 많은 고민을 했다는 걸 알고 있다. 이미  그는 수많은 고민으로 인해 약을 먹고 술까지 늘어난 상태였지만 그는 내 말을 진중하게 들어주었고, 돌아가서 더 많이 고민했고, 내 말을 되새기며 새로운 결심을 했을 것이다. 나는 그가 참 고마웠다.


 그 직원이 내게 다가왔을 때 나는 그에게 몸을 당기고 다가가 앉았다. 그리고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가 겉으로 하는 말과 속에서 하는 말까지 듣고 싶어서 오로지 그 직원에 말만 집중해서 들었다. 그 직원이 말하고 있는 표정을 보았고,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되새기며 들었다. 내가 미처 보지 못한 그 사람에 아픔이 미안해서 지금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아서 나는 눈을 바라보며 직원에 말을 듣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나에게 그 직원은 조금씩 자신에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참 고마웠다.

 ' 나를 조금 믿어 주는구나. 나에게 마음을 조금 열어 주는구나. '


하는 생각이 들었고,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더 늦고 싶지 않아서 그 직원을 다시 잡았다.


나는 그 사람에 말을 존중하고 인정받고 먼저 수긍하기로 했다.  설사 뒤에 가서 그 사람이 다른 말을 해도 상관없다. 지금 이 순간 나와 대화할 때 이 순간은 맞다면 그걸로 된 거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나는 설득에 대화를 시작했다.

 이미 반감을 가지고 긴장한 상태에서 온 직원이었으나, 그가 닫힌 마음을 풀 수 있었던 건 내 뛰어난 웅변도 아니고, 말하는 기술도 아니었다. 그를 존중하고 그의 말을 듣기 위해 내가 취한 진심을 담은 행동이었다. 그게 설득에 시작이 되어야 한다.  

내가 상대에 대한 존중이 없는 상태에서는 제대로 된 설득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내가 상대의 말을 묵살해 버리면 상대는 티를 안 낼 뿐이지 그도 마음을 닫아 버리고 내 말을 묵살하고 있을 것이다.  



 사람에 마음을 풀고 싶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그를 존중해야 한다. 이는 인간의 본성이다. 사람은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인정의 욕구는 사람에 대한 가치를 나타낸다. 내 가치가 받아 들여지고, 나를 높여 주는 사람에게 사람들은 이끌리게 되고 따르게 된다. 사람은 누르고 명령한다고 해서 제대로 따르지 않는다. 그순간 잘 따르는 것 같아 보이나 언젠가 튀어 오른다. 제대로 누군가 따르길 원한다면 내가 먼저 상대를 높이고 인정해 주고 존중해 줘야 한다. 나를 알아봐 주고 존중해 주고 나를 높여 주는 사람을 따르고, 그 사람에게 모이는 건 사람에 당연한 습성과 같다. 존중하고 상대를 높여서 그가 마음을 열었을 때 나는 그에게 좀 더 고차원적인 선택의 이유를 던져 주었다.



  좀 더 도덕적이고 고차원적인 이유로 네 행동을 결정하자


 내가 그에게 사회적 책임과 도덕적인 정직함과 상위적 차원에 동기를 제시하고 그 이유가 네 선택에 이유가 되길 바란다고 한 이유는 상대를 위로 꺼내 올린 행동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너는 좀 더 상위적 이유를 가지고 결정하고 행동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려 주었다. 인정에 욕구는 나를 높여 준 사람의 기대에 부응해야 할 것만 같은 의무감을 갖게 한다.  그러면 상대는 문제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 지금껏 고민했던 시각이 아닌 다른 책임감으로 문제를 바라보게 된다. 상대에게 책임이나 의무나 도리를 제시하는건 이 때가 되어서야 꺼낼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에 시작은 존중이다. 존중으로 상대를 대할 때 상대도 존중으로 답을 한다. 그리고 나는 돌아온 존중의 모습이 참 고맙다. 이에 응해 주었고, 그는 나에게 화답해 주었다. 그건 참 고마운 일이다. 그렇게 함께 가기 위해 돌아온 사람에게는 고마워해야 한다. 그래야지만 얻기 힘든 귀한 동료가 한 명 생길 수 있다.


 혹여 동료를 만날 기회가 생긴다면 그때는 몸을 돌려서 앞으로 다가가 눈을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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