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것은 처음의 한 걸음뿐이다
<2024년 07월 19일>
조천에 다녀온 스텔라는 메이슨을 만나, 성산 일출봉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 일찍부터 움직였고, 둘레길 7코스 사려니숲길부터 8코스 절물조릿대길을 거쳐,
9코스 숫모르편백숲길까지 이어서 걸었던 경험담을 공유하며 성산일출봉으로 이동했다.
해발 180m인 성산 일출봉은 약 5,000년 전 제주도 수많은 분화구 중에서는 드물게 바닷속에서 화산재가 습기를 많이 머금어 끈끈한 성질을 띠게 되었고,
용암이 물에 섞일 때 일어나는 폭발로 용암은 고운 화산재로 부서져 분화구 둘레에 원뿔형으로 쌓인 화산체로, 원래는 바다 근처의 퇴적증은 파도와 해류에
의해 침식 되면서 지금처럼 경사가 가파른 모습을 띠게 된 화산섬이었지만 신양해수욕장 쪽 땅과 섬 사이에 모래와 자갈이 쌓여 육지와 연결이 된 것이며,
일출봉 정상에는 지름 600m, 바닥 면의 높이 해발 90m에 면적이 214,400㎡나 되는 분화구가 자리한다.
예로부터 이곳 성산일출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일출 광경은 영주 10경(제주의 경승지) 중에서 으뜸이라 하였는데, 넘실대는 푸른 바다 저편 수평선에서
이글거리며 솟아오르는 일출은 온 바다를 물들이고 보는 이의 마음까지도 붙잡아 놓으며 보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감탄케 한다.
탐방 구간은 무료와 유료 구간으로 나뉘어 있는데, 유료 탐방 구간으로 가면 성산 일출봉의 정상에 오를 수 있어, 입장료를 내고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구간이고,
무료 탐방 구간도 성산 일출봉 인근 바다를 가볍게 둘러보기 좋고 오르막이 덜한 편이라 편하게 걸을 수 있어, 원하는 코스를 선택해서 둘러볼 수 있다.
제주 전역에 자리한 수많은 오름들 가운데 성산일출봉은 제주 동부를 대표하는 오름이자 제주를 상징하는 명소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으며, 바닷가에 웅장한
자태를 뽐내며 서 있는 일출봉은 멀리서 보면 때로는 화려하고 웅장한 왕관처럼 보이고, 때로는 난공불락의 고성처럼 보이기도 한다.
높이는 183m에 불과하지만 구좌, 수산, 성읍, 표선 등 동부 제주의 어느 방향에서 바라보더라도 사방이 트여 있어 우뚝 솟아 보이는데, 처녀 바위, 등경돌,
초관 바위, 곰바위를 차례로 지나면 일출봉 전망대에 올라서면 이곳에서 한라산과 제주 동부 지역의 수많은 오름들이 한눈에 들어와 가슴 깊이 감동을 선사한다.
성산 일출봉 정상에 이르는 가파른 계단 기리은 숨이 가쁘나, 넉넉히 20분이면 꼭대기에 다다르게 되는데, 정상에 오르면 지름 600m, 바닥 면의 높이가
해발 90m인, 너비가 8만여 평에 이르는 분화구를 만날 수 있으며, 그 분화구 뒤로 펼쳐지는 바다의 풍경은 제주의 다른 오름과는 전혀 다른 웅장한 느낌을 주고,
그릇처럼 오목한 형태로 안에는 억새 등의 풀이 빼곡하게 자라고 분화구 둘레에는 99개의 암석 봉우리가 자리하고 있고, 이 모습이 거대한 성과 같다고 해서
'성산', 해가 뜨는 모습이 장관이라 하여 '일출봉'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또한, 성산 일출봉은 지방기념물로 관리하다 2000년 7월 19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으며, 빼어난 경관과 지질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7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 2010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인증 되어 2011년에는 대한민국 자연 생태관광 으뜸 명소, 2012년엔 한국 관광 기네스 12선에도
선정되었다.
해마다 12월 31일에는 성산일출축제가 열리고, 1월 1일이 되면 일출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들지만, 제주의 변덕스러운 날씨는 일출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는 걸로 유명한데, 전날 저녁까지는 맑다 가도 다음 날 새벽, 심술궂게 비나 눈을 뿌려 어깃장을 놓기도 하며, 제주 사람들조차 내일 날씨는
내일이 되어도 모른다고 할 정도이고, 그만큼 성산 일출봉에서 일출을 보는 것은 운이 좋아야 한다는 말이다.
일출을 보기 위해 성산 일출봉에 오르는 이들도 많지만 성산 일출봉의 일출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은 사실 광치기해변으로, 성산 일출봉과 성산읍을 잇는
모래사장 또는 모랫길을 말하는 사주라고 할 수 있으며, 아침이면 제주 바다에서 불쑥 떠오르는 해가 성산 일출봉을 황금빛으로 물들인다.
수평선 한쪽이 붉은 기운을 띠기 시작하면서 사진작가들이 포인트를 잡느라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고, 차 안에서 일출을 기다리던 관광객들도 하나둘 밖으로
나오는데, 그렇게 수평선과 새벽을 짙푸른 색에서 오렌지빛으로 물들이던 아침 해가 마침내 모습을 내밀며 하늘은 황금빛으로 물들고 바다와 바위, 모래도
황금빛으로 물든다.
고요한 성산포의 아침을 깨우는 건 사진작가들의 셔터 소리와 갈매기들의 울음소리 그리고 관광객들의 나지막한 탄성이다.
성산 일출봉에서 일출을 보고 내려와서는 성읍 녹차 동굴, 아쿠아플라넷에 방문해, 다른 관광객들과 섞여 여행을 했고, 다음날엔 각자 시간을 보내다 펜션에서
가까운 곳에 제주 암반을 그대로 보존하여 지어진 카페 겸 레스토랑으로, 암반 사이로 용암의 흐름을 형상화한 외관으로 유명한 곳인 [ㅍㄹㅇ웨이브]에서
늦은 점심 겸 저녁으로 제주 등뼈 오름과 라구볼로네제 파스타 그리고 한라러버봉라떼를 먹었다.
식사하면서도 다음날 함께 하기로 한 한라산 등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고, 7가지 탐방로 중 관음사 코스와 성판악 코스는 미리 예약을 해야 하며,
입구부터 탐방로 중간의 대피소에도 매점이 없어서 필요한 물품들은 출발 전에 미리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두 사람은 각자의 숙소로 헤어지기 전에 마트도
함께 들렀다.
두 사람 모두 한라산 등반에 대한 기대감과 걱정으로 가득했으며, 스텔라에게는 설렘으로도 다가왔다.
<2024년 07월 21일>
AM 5:00
그렇게 고대하던 한라산 등반을 위해 새벽부터 분주히 등산 준비를 하고 있는 스텔라
4~6시간 트레킹하는 것과 4시간 30분이 걸려 정상까지 올라갔다가 또다시 4시간 30분을 내려오는 등산은 준비하는 것부터 다를 만큼 야무지게 준비하지
않으면 어떤 사고가 생길지 모르는 일이다.
스텔라는 숙소를 나와 카페 [맨도롱] 앞으로 향하는데,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주변은 어두웠지만, 가로등 불빛이 길을 밝혀주었고, 조용한 새벽 공기가 그녀의
폐부를 가득 채우며,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었다.
한라산 입구까지는 차량으로 1시간 정도 걸리는데, 펜션으로 돌아올 때, 스텔라와 메이든은 도저히 운전할 자신이 없어서 카페 [맨도롱] 앞에서 만나서 택시를
타고 이동하기로 하고, 경사가 완만한 편이라는 성판악 코스로 예약한 두 사람은 하절기 입산 제한 시간을 고려해, 오전 6시쯤 만나기로 했다.
AM 07:00
택시를 타고 한라산 성판악 탐방로 입구에 도착한 두 사람
지리산, 금강산과 함께 한반도의 3대 영산에 속하는 한라산은 한반도의 최남단에 위치하고 있으며,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높이 해발 1,950m의 산으로,
다양한 식생 분포를 이뤄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고, 동식물의 보고로서 1966년에 천연기념물 제182호인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 보호되고,
1970년에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고, 2002년엔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신생대 제4기의 젊은 화산섬인 한라산은 지금으로부터 2만 5천년까지 화산 분화 활동을 하였으며, 한라산 주변에는 360여 개의 오름들이 분포되어 있어
특이한 경관을 창출하고 있고, 선 중앙에 우뚝 솟은 한라산의 웅장한 자태는 자애로우면서도 강인한 기상을 가슴에 품고 있는 듯하다.
천자만홍에 덮인 가을의 만산홍엽은 빼놓을 수 없는 경관이며, 유독 눈 속에 잠긴 설경의 한라산은 절경 중의 절경으로 꼽혀, 철 따라 어김없이 바뀌는
형형색색의 자연경관은 찾는 이로 하여금 절로 탄성을 자아내, 철이 바뀔 때마다 한라산을 오르는 여행자들도 있을 정도이다.
한라산 등반 코스는 총 5개의 코스로 이루어져 있는데, 정상인 백록담 등반은 두 사람이 예약한 성판악, 총길이는 더 짧지만, 경사가 높은 편인 관음사 코스가
있고, 백록담 남벽까지의 등반은 영실, 어리목, 돈내코 코스가 있다.
한라산 성판악 코스는 편도로 총길이 9.6km, 소요 시간은 4시간 30분이 걸리는 코스로, 보통 성판악으로 등반했다가 관음사 코스로 하산하거나 반대로
관음사로 등반했다가 성판악 코스로 하산하는 동선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두 사람은 성판악 코스로 왕복 등반하는 동선을 선택했다.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고 할 만큼 성산 일출봉보다도 더 운이 좋아야 하는 한라산 정상의 백록담은 화산로로, 그 이름은 흰 사람이 물을 먹는 곳이라는
뜻에서 왔다고 전해지며, 산자락 곳곳에 오름 또는 악이라 부르는 다양한 크기의 측화산이 분포해 있는 것이 큰 특징이고, 일반적으로 한라산은 폭발 가능성이
없는 사화산으로 알려져 왔지만, 다시 폭발할 수도 있는 활화산일 가능성도 제기되었다.
두 사람은 알록달록한 한라산의 가을도, 눈 덮인 한라산의 겨울도 아니지만, 푸르른 한라산의 여름을 만나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한라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야자 매트가 깔린 흙길이 2km 정도 이어지는데, 지대가 높아지면 점점 오르막길이 나오고, 나무나 돌로 된 계단도 오르게 되며, 이때까지만 해도 피톤치드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동네 뒷산을 오르는 기분이었다.
AM 08:00
첫 번째 대피소인 속밭 대피소에 도착했고, 잠시 쉬면서 가져온 오이나 소시지 등 간식을 먹는 두 사람
30분을 더 오르면 사라오름 입구를 지나게 되는데, 사라오름은 하산하면서 들르기로 하고 다시 한라산을 오르기 시작했으며, 바람이 불고 해발이 높아지면서
온도가 내려가니, 배낭에 챙겨 간 바람막이 자켓을 꺼내 입고 오르다가 땀이 나기 시작하면 벗었다가를 반복하면서 계속해서 산을 올랐다.
1시간쯤 오르다 보면 본격적으로 나무 계단이 나오는데, 정상으로 가기 전 마지막 화장실이자 대피소인 진달래밭 대피소에 도착하게 되며, 해발 1500m가
새겨진 돌도 만나게 된다.
AM 10:00
여기서부터 정상 백록담에 오른 후에 하산하면 거의 3시간 정도 소요돼서 이곳에서 간단하게 밥을 먹거나 화장실만 들렀다가 오르는 사람들도 있는데,
두 사람은 챙겨온 삼각김밥과 햄버거를 먹기로 했다.
트레킹에 비해 물을 많이 챙겨야 하는 한라산 등반이었기에 오이뿐만 아니라 500ml 물 한 병과 이온 음료도 챙겨왔고, 특히 오이와 이온 음료는 챙겨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만큼 두 사람에게 오아시스 같았다.
잠시 쉬었다가 다시 한라산을 오르기 시작하면서 돌길이 나오는데, 3~4km는 되기 때문에 챙겨오지 않은 등산 스틱이 절실할 정도였고, 긴장한 채, 조심하며
올라야 해서 더 힘이 드는 듯했다.
정상까지 1.4km 남겨둔 시점에선 등산로보다 높은 지대가 보이지 않고, 너른 평야처럼 제주도 바다가 다 발아래 놓여 있었으며, 곳곳에는 기후 온난화로 인해
죽어가는 나무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PM 12:00
구름이 발아래에 놓인 것처럼 보이기 시작하면 구름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백록담이 이제 멀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고, 백록담으로 올라가기 직전 표지석
주변은 표지석과 함께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데 한라산 정상 백록담의 절경을 감상한 시간보다 줄을 서서 표지석과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려야했던 시간이 더 길었다.
특히, 혼자 등반을 한 분들끼리 줄 서 있다가 뒷사람이 앞 사람을 찍어주고, 또 뒷사람은 그 뒷사람이 찍어 주기도 하는 등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 중 하나를
볼 수 있어서, 그 부분도 신기한 듯 바라본 두 사람
최정상에 서면 백록담 분화구가 내려다보이는데, 백록담을 사진으로도 담고 두 눈에도 백록담의 절경을 담은 두 사람은 운 좋게 첫 한라산 등반에서 한 번에
백록담 보기에 성공했다.
정상에서 만난 분 중에 한 분은 어제 왔다가 날씨가 흐리고 안개가 너무 껴있었고 강풍 때문에 정상까지 올라오지도 못하고 그대로 내려가야 했고, 심지어
한라산에 세 번을 왔는데 세 번 다 백록담을 못 봤는데 네 번째가 돼서야 본다고 푸념하는 분도 계셨다.
PM 01:30
이제 올라온 길을 따라 다시 하산하는 일만 남았는데, 하산하는 길에 사라오름에 들르기도 했기에 서둘러 움직였고, 진달래밭 대피소가 나오기 전에 만났던
돌길은 올라가는 것도 힘들었지만 내려가는 것이 더 힘들게 느껴졌으며, 조금은 험난해 메이든은 스텔라에게 손을 내밀었고 그녀는 그가 내민 손을 잡고
내려왔다.
진달래밭 대피소에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하산을 시작한 두 사람은 그때부턴 정신없이 내려오느라 사진도 찍는 둥 마는 둥 하며 내려갔고, 사라오름 입구를
만나 잠시 들렀던 사라오름은 굳이 백록담을 보지 않고 사라오름만 보러 올라오는 사람들도 있다는 게 이해가 될 정도의 경관이 펼쳐졌다.
처음으로 들렀던 대피소였던 속밭 대피소는 가볍게 지나쳐 하산하다 보니, 어느새 출발 지점이었던 성판악 탐방 안내소 앞에 도착했다.
PM 04:30
다른 사람들보다 페이스가 빠른 편이었던 두 사람이 사진 찍으려고 기다렸던 시간, 대피소에서 쉬었던 시간 등을 제외하면 오롯이 등반하는 데에 소요된 시간은
올라갈 때는 3시간 30분, 하산할 때는 3시간 30분이 걸렸고, 몸은 천근만근 무거워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누워있고 싶었지만 저녁으로 펜션으로 가는 길에 있는
횟집에서 회를 포장해서 함께 펜션에서 먹기로 하고 콜택시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