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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고통 없는 소득은 없다

by 제나랑

한라산 등반을 마친 스텔라와 메이든은 지친 몸을 이끌고 택시에 올랐다.

스텔라는 고대하던 한라산을 등반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지만, 걸을 때마다 발바닥의 찌릿한 고통이 한라산을 드디어 등반했다는 걸 상기시켜 주었고,


그 성취감이 그녀의 가슴을 가득 채웠다.

횟집에 도착한 두 사람은 줄돔, 돌돔, 갓돔이 총 1kg가 나오는 메뉴로 주문했고, 포장을 기다리는 동안 횟집 사장님이 능숙하게 손질하는 모습을 보며 한라산


등반 후에 신선한 회를 맛볼 생각에, 두 사람이 주문했던 회인지 아닌지도 모르지만, 벌써부터 기대감에 부풀었다.

횟집에서 포장한 회를 받아 들고는 다시 택시를 잡아탄 두 사람은 함께 펜션으로 향했다.

두 사람은 펜션으로 가는 길에도 백록담과 정상의 아름다운 풍경을 찍은 사진들을 꺼내 보며 미소를 지었다.

펜션에 도착하자마자 메이든은 아일랜드 식탁 위에 포장해 온 회, 튀김류와 스끼다시를 세팅하고, 스텔라는 회와 곁들여 먹을 와인을 얼음이 가득 담긴


아이스 바스켓에 칠링 해두고는 와인잔과 함께 가져온다.

마주 앉아 회를 먹으며 와인잔을 부딪친다.

몸은 고단했지만 쫄깃하고 야들한 식감의 회와 궁합이 좋았던 와인, 그리고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이어간 두 사람의 대화로 그 시간 동안만은 피로감이


잊혀지는 듯했다.

어느덧 자정이 되었고, 함께 한라산 등반을 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는 말도 잊지 않은 메이슨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자신의 숙소로 돌아갔으며,


메이슨을 대문 앞까지 배웅 갔다가 들어온 스텔라도 아쉬움을 안고 잠자리에 들 준비를 했다.

반신욕까지 할 여력이 되지 않아 얼굴에 마스크팩 한 장을 밀착시켜 둔 후, 침대에 누운 그녀는 많이 피곤 했는지, 바로 잠이 들어 버렸고 마스크팩을


떼어내지도 못한 채로 아침을 맞이했다.

점심때가 다 되어서야 일어난 그녀는 말라버린 마스크팩 때문에 피부가 많이 땅겨서 얼른 물 세안을 하고는 수분 크림을 바르고 나서야 1층 거실로 내려간다.

-다음 날-

전날에 한라산 등반을 했던 여파로 인해, 평소 자주 등산하며 다져진 스텔라도 하루종일 종아리 근육통과 발바닥 통증에 시달리며 시나리오 작업에만 매진했고,


그 다음 날이 됐을 땐 발바닥 통증은 사라졌지만, 아직 종아리 근육통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서귀포와 남원을 차량을 이용해 돌아다녔다.

계절마다 꽃이 바뀌는 [ㅋㅁㄹㅇ힐]을 길 따라 걷다 보면 여름엔 수국, 겨울엔 동백꽃이 만개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녀가 좋아하는 수국이 가득해서 걷는 내내


기분이 좋았고, [산방산 탄산 온천]에 들러서 온천까지 하고 나니 남아 있던 피로감이 풀리면서 힐링하는 느낌이었다.

산방산 탄산 온천은 국내에서 가장 남쪽에 위치한 도시이자 삼도인 마라도, 가파도, 형제도와 오산인 군산, 한라산, 산방산, 송악산, 단산의 중심인 서귀포에


위치한 제주 최초의 대중 온천이며, 전국 온천 95%이상이 단순천 유황천인 반면, 이곳은 유리탄산 중탄사이온 나트륨 성분이 국내 최대치로 판명난 우리나라


최고의 탄산 온천이다.

제주 산방산 탄산 온천이라는 말 대신에 입구에 쓰여진 '비둘기 울음소리가 난다'는 뜻과 '사람을 구한 물'이라는 뜻의 제주도 방언인 '구명수'는 이곳에서


솟아오른 물을 마시고 병을 고쳤다는 전설이 내려와 옛날부터 고혈압 탕, 심장 탕으로도 알려졌으며, 이는 피부로 흡수된 탄산 가스가 모세혈관을 자극해


확장하고 결국 혈압을 내리고 심장의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타 온천에 비해 월등히 높은 중탄산 및 유리 탄산가스를 함유한 제주 산방산 탄산 온천은 고혈압, 말초혈관 순환장애, 류마티스 등 성인병 치료와


피로회복 및 피부 미용에도 효과를 볼 수 있으며, 자연 속에서 즐기는 휴양 여행에 지친 피로를 풀고, 탄산 온천의 신기함과 함께, 천장과 벽면이 유리로


설계 되어 있어 자연 안에 들어가 있는 듯한 기분도 느낄 수 있다.

산방산이 바로 앞에 있고, 특이한 모양의 오름 단산을 옆에 두고, 조금만 고개를 들면 한라산이 시원하게 펼쳐지니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었으며,


온천욕을 마치고 시원한 바람을 쐬면서 바라보는 산방산과 제주 푸른 바다의 풍광 역시 일품이었다.

<2024년 07월 24일>

PM 02:00

오늘은 점심을 먹은 후에 메이든과 함께 중문을 돌아다니기로 한 스텔라는 두 사람의 만남의 광장과도 같은 카페 [맨도롱]에서 메이든을 만나 커피 한잔을


하고는 메이든의 바이크를 함께 타고 중문으로 이동한다.

먼저 천제연 폭포를 보기 위해 주차장과 매표소가 있는 곳에 도착한 두 사람은 주차장에 메이든의 바이크를 세워두고 매표소에서 입장료를 낸 후, 입구로 향한다.

천제연 폭포는 한라산에서 시작된 중문천이 바다로 흐르면서 형성된 폭포로, 중문관광단지 내에 있는데, 주상절리 절벽에서 천제 연못으로 떨어지는 제1폭포,


천제연의 물이 더 아래로 흐르면서 형성된 제2, 3폭포, 3개의 폭포로 나뉜다.

제1폭포는 높이 22m, 천제연 수심 21m로 건기에는 폭포수가 떨어지지 않지만, 주상절리 암벽과 에메랄드 빛의 연못이 굉장히 아름다워 내외국인을 불문하고


카메라를 꺼내지 않는 이가 없고, 제1폭포 근처에 있는 암석 동굴 천정에는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물이 쏟아져 백중, 처서에 이 물을 맞으면 모든 병이 사라진다는

설이 있었으나 지금은 수영이 금지되어 진입할 수 없다.

제2폭포는 푸른 상록수 사이로 수묵화를 그리듯 떨어지는 폭포를, 제3폭포에서는 절벽에서 아래로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를 볼 수 있으며, 제2폭포와 3폭포


사이에는 선임교라는 아치형의 다리가 있는데, 옥황상제를 모시던 칠선녀가 옥피리를 불며 내려와 노닐다 올라갔다고 하는 전설이 있어 칠선녀다리로도 불리고,


천제연이라는 이름도 칠선녀가 모시던 '하나님'의 몫에서 유래 됐다는 설이 있다.

칠선녀 다리에는 양쪽에 칠선녀 조각상이 있으며, 야간에는 석등을 비춰 신비로운 느낌을 주고, '천제루'라 불리는 누각도 주변 경관을 한층 돋보이게 한다.

폭포 양쪽으로는 천연기념물 제378호로 지정된 난대림이 형성되어 있는데,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송엽란, 담팔수 등이 자생하며, 여러 가지 덩굴식물,


관목류가 무성하게 어우러져 있고, 특히 이 계곡의 담팔수는 지방기념물 제14호로 지정되었다.

3개의 폭포를 다 둘러보는 데에 소요되는 시간은 30~40분 정도지만, 천제연으로 떨어지는 폭포의 절경을 감상하면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고, 점심을 간단히


먹고 나온 두 사람은 일찍 저녁을 먹고 나서 하나의 코스처럼 중문 색달해수욕장에서 노을을 보기로 하고 스시 오마카세로 유명한 [ㄱㄹㅁ스시]로 이동했다.

테이블마다 사장님이 손글씨로 적은 진심이 담긴 환영 카드가 있었고, 두 사람은 가운데 자리에 앉았다.

정갈한 상차림으로 시작해 보들보들한 차완무시, 고등어, 광어, 돔, 참치 사시미, 전복게우소스와 술찜, 딱새우 머리로 우려낸 듯한 미소된장국,


8피스의 참치 대뱃살 초밥이 나오고, 양념 된 참치, 관자, 우니가 나오는데, 사장님이 편백으로 된 사각 판을 가득 채운 신선한 우니를 자랑하듯 보여주셨지만,


스텔라는 못 먹는다고 하니 빼주셨고, 우니는 메이든만 맛을 보았으며, 그다음으로 나온 연어알이 올라간 연어회 덮밥, 송이버섯을 넣은 조갯국, 참다랑어의


속살인 아까미 초밥, 고등어 초밥, 우엉이 신의 한 수였던 회로만 구성된 마끼까지 친절한 사장님의 설명과 함께 하나씩 음미하면서 먹다 보니, 이제 후식만이


남았다.

후식은 버터 곶감말이와 뱅쇼였고, 고소하고 달달했으며, 후식까지 완벽했던 오마카세여서 또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가게를 나왔다.

저녁 또한 여유롭게 대화하며 먹다 보니 시간은 오후 6시가 다 되었으며, 중문 색달해수욕장까지는 20분 정도 달려서 도착했지만, 아직 해도 지지 않은 시각이라


앉기에 적당한 해변가 바위를 찾았고, 일몰이 가장 잘 보일 만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일몰을 기다리며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

중문 색달해수욕장은 제주도 서귀포시 색달동 중문관광단지 안에 있는 해수욕장으로, 두 사람이 중간에 저녁을 먹지 않고 바로 천제연 폭포에서


색달해수욕장으로 이동했으면 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곳에 있었으며, 길이는 560m, 폭은 50m이고, 모래는 흑색, 백색, 적색, 회색을 띠는데,


활처럼 굽은 백사장과 긴 모래 해변이라는 뜻의 '진모살'로 불리는 모래는 해가 비추는 방향에 따라 모래 해변의 색깔이 달라 보이는 모습이 특히 볼만하다.

네 가지 색을 띤 모래와 제주도 특유의 검은 돌이 조화를 이루고 있고, 아름다운 해안 풍경과 야자수의 이국적인 모습으로 중문관광단지에서 시작해


천제연 폭포와 대포주상절리를 잇는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해마다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양한 해양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몰려드는 해수욕장으로도


유명한데, 다른 해수욕장보다 파도가 잦고, 높은 편이라 서퍼들에게도 인기가 많고, 국내의 가장 큰 규모의 국제 서핑 대회가 매년 6월에 개최되기도 한다.

1999년 환경운동연합이 실시한 '수질 환경성' 조사 결과 전국 44개 해수욕장 가운데 최고의 청정 해수욕장으로 꼽히기도 했으며, 천제연 폭포로 가는 길에


쭉 계단으로 내려오면 다다르는 중문 색달해수욕장에는 해녀 상을 통해 제주도 해녀의 모습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또한, 모래밭 오른쪽에 있는 벼랑바위에 15m의 천연 해식동굴이 하나 있는데, 그 뒤로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 있고, 간조 때가 되면 동편 어귀 쪽에 물이 감도는


현상이 나타나 볼거리를 제공한다.

PM 07:30

두 사람의 눈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바다와 하늘을 바라보았고, 해가 지기 전의 푸른 하늘과 일렁이는 파도, 에메랄드빛 바다, 그리고 멀리 수평선 너머로는


작은 섬들이 보였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하늘은 점점 어두워지면서 해가 지기 시작했다.

붉은 태양은 하늘과 바다를 붉게 물들였고, 해는 수평선 가까이 내려가면서 하늘을 붉은색과 주황색으로 물들이며, 바다는 해가 지는 방향으로 반짝이고


바위 위에 앉은 두 사람의 얼굴에도 따뜻한 빛이 비쳤다.

해가 완전히 지고 난 후, 두 사람은 함께 해변을 걸었고, 신고 있던 샌들을 벗어 손에 들고는 모래 위를 밟으면서 발밑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을 느꼈다.

금세 깜깜해진 밤하늘에는 별들이 반짝이고, 멀리서는 파도 소리가 들려왔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마련되어 있는 세족장에서 발에 붙은 모래를 털어낸 후, 주차장에 세워둔 메이든의 바이크를 타고 다시 카페 [맨도롱]으로 이동했고,


하루의 시작과 끝을 커피 한 잔으로 마무리 한 두 사람은 각자의 숙소로 돌아갔다.

PM 21:00

스텔라가 펜션으로 돌아오자, 노트북에서 알림이 울려댄다.

미국에 사는 아버지로부터 영상 통화가 걸려 왔고, 타이밍 좋게 울린 알림에 기분 좋게 통화를 시작한다.

>>대디

"Hi, Dad~"

(딸~ 어디야?)

"너무 글이 안 써져서 제주도 왔어~"

(힐링하는 중이구나~ 담엔 엄마, 아빠랑 같이 가~)

"안 그래도 같이 오고 싶은 곳 많더라~ 한국 오면 같이 오자~ 엄마는?"

(옆집에 놀러 갔어~ 나 버리고 가버려서 괘씸해 가지고~

울 딸내미한테 이를라고 영통했지~ 나 대신 엄마 좀 혼내줘라~)

"미국 가면 엄마 혼~나야겠네, 아주~"

(아휴, 울 딸내미밖에 없네~)

"그치~ 나밖에 없지?"

(울 딸내미~ 왜, 글이 잘 안 써져?)

"여기 오기 전에 4년 동안 글이 너무 안 써지는 거야~ 고모도 참다 참다 말을 하기도 했고,

슬럼프 같은데 제주도 전망 좋은 데 돌아다니다 보면 힐링도 되고 마음이 좀 편안해지면 서울에서

안 써지던 것도 여기선 좀 써지지 않을까, 해서~ 근데 진짜 신기하게 맑은 하늘, 푸른 바다, 노을,

이런 거보다 보니까 한 글자도 못 쓰던 게 어느 날부터 조금씩 써지더라~ 그래서 지금은 꽤 쓰고 있어~

이달 말까지 완성해서 미국 가서는 마미랑 대디랑 맘 편히 노는 게 목표야~"

(그래~ 8월 1일에 오는 거 맞지? 골프채 빤딱빤딱하게 닦아 놓을게~)

"ㅋㅋ알겠어~ 일주일만 지나면 보겠네~ 쪼금만 참아~ 딸내미 간다~"

(아이고, 이렇게 보고 있어도 빨리 보고 싶네~ 비행기 타기 전에 또 영통해~)

"네~ 건강 잘 챙기고 계셔~ 아프면 안 돼~"

(오냐~ 딸내미, 안녕~)

"안녕~"

항상 부모님과 영상 통화를 하고 나면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도 편안해지고 행복해지는 스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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