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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롱이 Jan 26. 2023

나와 같은 13만 명 외톨이에게

작은 열쇠가 되기를......

"서울시 조사 결과, 고립과 은둔의 삶을 자처한 청년은 서울에서만 4.5%, 12만 9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창까지 꽝꽝 얼려버리는 아침, 진한 에스프레소를 마시는데 뉴스가 나왔다.


일본 뉴스에서 많이 듣던 은둔형 외톨이가 덩치가 커져 한반도에도 이미 상륙했구나.

외톨이 13만 명이라니..... 댓글을 본다. 갇힌 꽃들이 흐느껴 울 이야기가 많다.


나는 뉴스와 댓글을 보고 있자니 보이지 않는 비처럼 세상에 어린 눈물이 부슬부슬 내리는 것만 같아 먹먹하고 먹먹해졌다.


누가 이 젊음들을 어두운 작은 방에
스스로 가두게 했을까?


누군가는 말한다. 젊은 사람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참 한심한 일이야

다른 이는 말한다. 어린 사람들이 좋은 직장, 편한 일만 찾아서 그렇다고. 게으른 아이들이야.


이런 사람을 탓하고 싶지는 않고 논쟁하고 싶지도 않다. 세상에는 수많은 의견이 있고 생각이 있으니까. 단지 나와 맞지 않은 말을 들었다면 그냥 밖에 나가서 찬물에 시린 귀를 씻고 오면 될 뿐이다.

다만 나도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펜을 들면 될 뿐이고.


나는 말하기를 원한다.

시린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 주위에 있고, 이웃, 친척, 아니면 딸과 아들일 수도 있는 젊은 13만 명에게.


사실하고 싶은 말은 이 말뿐.

고생한다. 너무 자책하지 마


그래도 글을 쓰면 끝을 내고 싶은 작가의 습성이라 군말들을 붙인다.


고생한다.


나는 안다. 일하지 않고 방에 있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손과 발이 고되야지만 고생이 아니다.

게임을 하든, 채팅을 하든,

당신의 마음 한편 속은 추운 눈밭에서 엎드려 기어가듯 아찔하고 두려울 것이다. 그 고된 속을 알기에 인사한 것뿐이다. 당신을 탓하고 싶지 않다.


너무 자책하지 마.


당신이 어려운 것은 당연한 것이다.

윗세대들은 이들의 가슴이 자신과 같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결혼할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은 집을 구하고 싶다

안정된 직장에서 일하고 싶다


우리 아버지 세대도 같았고, 내 세대도 같고, 어린 우리 다음 세대도 같을 것이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변화의 바람은 마음속에서 온 것이 아니라 마음 밖에서 불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평범함이 비범함이 되었다.

집, 육아, 교육, 평생직장

우리 모두 스물살로 젊어져 같이 달린다면 이전과 같은 평탄한 길이겠는가?

우리는 그 좁아지고 굴곡진 길들을 전력질주 할 수 있을까?


모든 것을 잘했다고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다름은 다름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상식적인 이해를 요하는 것이다.


스무 살 뜨거운 피 하나만으로 30 중반까지,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 집 하나 마련하고, 탄탄한 직장을 구하고, 틈나는 시간에 좋은 사람과 연애해서 결혼을 한다. 이것을 쉬이 할 수 있는 사람만 돌을 던져라. 몇이나 되려나. 물론 나는 자신 없다.


나와 다르게 말하는 이도 사실 우리나라를 걱정하고 젊은 이들을 격려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어떤 충고라도 그것은 충고다


목마른 그들에게 물 한잔 주고 싶은 애정이 같다면 마음의 온도를 높여라.

추운 날, 길가에 얇은 옷을 입고 앉은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차가운 물이 아니라 따뜻한 물 한 잔일터이니


그럼에도 당신께도 하나 부탁하고 싶다.  


조금이라도 힘나는 날에 문 밖으로 나와라.


사람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어 사람이더라.

당장 힘들더라도 함께 부딪혀 나갈 때 마음과 삶이 당신이 원하는 진정한 세상에 가까워질 것이라 확신한다.


나도 경험했고 그것을 잘 알기에 이 못난 글을 쓴다.

초라한 문장이 굳게 닫힌 당신의 문을 

열 수 있는 작은 열쇠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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