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련(愛戀)

by 이상역

지금껏 살아오면서 마음을 애태우는 친구가 있다. 그는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왔다 멀어지거나 멀어졌다가 때가 되면 다시 곁으로 다가온다.


세월의 나이테가 두터워질수록 아쉬운 것은 무언가에 자꾸만 의지하려는 기대임이다. 젊은 시절엔 느끼지 못했는데 나이가 들어갈수록 무언가에 기대지 않으면 불안해지고 외로움을 타는 강도가 빈번해졌다.


봄날 아침 아파트 베란다에 나가 창밖을 바라보면 푸른 신록을 입은 산과 주변의 아파트가 어우러진 숲이 시야로 들어온다. 산의 초록빛 바다는 가까운 곳은 진한 초록으로 먼 곳은 엷은 초록을 띄고 있다.


신록과 아파트가 어우러진 모습은 마치 캔버스 위에 그려진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화다. 유명한 화가도 그림으로 그릴 수 없는 자연의 풍광이 매일 아파트 창문을 통해 펼쳐진다.


이 풍진 세상을 살아가면서 하루를 인내하고 견디는 힘은 늘 그렇듯이 일상의 평화로움이다. 초록이 생명에 희망이라는 바다를 출렁이게 하듯이 신록의 싱그러움은 사람의 마음에 파문을 여는 그리움이다.


그리움이란 친구가 나는 참 좋다. 그는 꿈을 갖고 살아가는 삶의 바탕이자 마음의 창문을 여는 희망이다. 하루라는 일상을 그리움이란 친구나 애타게 기다리고 가슴 졸이며 살아가고 싶다.


세상에 태어나서 그리움을 안고 산다는 것은 크나큰 행복이자 축복이다. 그리움은 일상의 꿈을 태동시키는 원동력이자 현재를 미래로 전진하게 하는 뜨거운 욕망의 열기다.


미래라는 문은 강제로 열리지 않지만 그리움이란 친구는 스스로 미래를 열게 하는 희망의 에너지다. 누군가 말했듯이 나이가 들어갈수록 절친한 친구가 그립고, 고향의 마당에서 절구질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그립다.


그리고 둥지에서 얼굴을 맞대고 살아가는 가족이 그리운 것은 무슨 연유일까. 삶의 잔잔한 일상이 소중하듯이 안개처럼 스멀스멀 떠오르는 생각도 그리운 하루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늘어나는 것은 잡생각과 무언가에 기대고 싶은 마음의 쏠림이다. 더불어 쓸쓸함을 달래줄 다방의 차 한 잔이 그립고, 허름한 대폿집에서 막걸리 한 잔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눌 친구가 그립다.


이 세상에 그립지 않은 것이 어디 있으랴. 생명을 누리면서 만나는 것 또한 그립고 매일 맞이하는 아침의 햇살과 밤하늘을 밝게 비추는 달빛도 그립다.


아침에 푸른 신록이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듯이 그 푸르름을 가슴에 가득 안고 그리운 친구를 만나고 싶다. 신록, 푸르름, 청춘이란 말에는 항상 마음을 애태우고 간절하게 하는 그리움이 깃들어있다.


오늘도 그리움이란 친구와 함께 세상사의 번잡한 일을 접어두고 아름답게 하루를 맞이하고 싶다. 콜럼버스가 험난한 파도와 싸우며 신대륙을 발견해서 새로운 희망을 만났듯이 세상사의 험난한 파도와 싸워가며 그리움이란 희망의 친구를 만나고 싶다.


오늘처럼 삶의 뜰에 안온한 온기가 피어날 때면 모든 일을 접고 조용한 곳에서 오롯이 홀로 고독하게 지내고 싶다. 그리고 마음에 쌓인 세상사의 먼지를 훌훌 털어버리고 온갖 상념을 발밑에 내려놓고 싶다.


초록이 온 세상을 맑게 비추는 날에 말없이 내 곁을 지켜주는 그리움이란 친구. 그 친구가 오늘은 은은하게 마음의 묶은 때를 정갈하게 하는 아침이다.


오늘처럼 그리움이란 친구가 매일같이 찾아오면 좋을 것 같다. 그 친구도 사람을 기다리고 사람도 그를 기다리면서 그의 마음을 애태우고 가슴 졸이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봄날에 그리움이 파도와 같이 밀려오는 은은하고 평화로운 시간. 이번 생애는 그리움이란 친구만 오롯이 맞이하고 싶다. 더불어 남은 생애에도 계절에 상관없이 그리움이란 친구와 동행하는 멋진 삶을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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