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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옹 Jan 17. 2023

마음을 버려도 돼요?

'분노'에 관하여


화를 내면 주위의 사람들은 많은 상처를 입는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큰 상처를 입는 사람은 바로 화를 내는 당사자이다.

톨스토이



양가집 통틀어 첫 손주였던 첫째 아이

어딜 가나 항상 사랑을 독차지했다.

그러던 첫째 아이 4살 때 찾아온 동생들

어린이집에 가서 "동생이 2개 생겼다"며 자랑을 했다고 한다.

아이의 친구가 집에 가서 "우리도 마트 가서 동생 2개 사 와요"라고 부러워했다며 이야기하는 친구 엄마의 얘기에 웃음이 났다.


처음엔 분명 첫째 아이에게 동생 2명의 존재는 자랑거리였다.






"엄마, 가 나한테 뭐라고 했어"

"엄마, 오빠가 하면 안 된대"

"엄마, 동생들이 자꾸 오지 말라는데 와요"

서로 잘 놀다가도 싸우고 이르고 하루에도 수십 건의 민원이 발생한다.


어떤 날은 오빠랑 남동생이 신나게 학원에서 배운 합기도를 하고 있으면 여동생은 자기랑만 안 놀아준다고 속상하다며 울먹인다.

또 어떤 날은 동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춤을 낄낄거리며 엄마에게 보여주고 있으면 큰아이가 끼지 못하고 슬쩍슬쩍 눈치 본다.


사람이 둘만 모여도 서열이 생긴다고 한다.

셋이 되면 서열뿐 아니라 그 관계 사이의 친밀도가 수시로 바뀌면서 편이 갈린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매번 서운함을 느끼는 피해자가 생기게 된다.


말로 표현한 서운함보다 가슴속에 묻어두는 서운함이 어찌 작다 할 것인가.

그래서 우리 집엔 '마음 휴지통'이 있다.



처음 마음 휴지통을 내밀며 아이들에게 이야기했을 때

딸아이가 의아하다는 듯이 되물었다

"엄마, 마음을 버려도 돼요?"

"그럼, 우리 마음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

행복한 마음, 기쁜 마음, 화나는 마음, 속상한 마음.

그걸 감정이라고 해.

근데 속상하고 억울해서 화가 난다고 느끼는 감정이 꼭 나쁜 건 아니야~

왜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 종이에 써보고 속상하고 화나는 마음을 마음 휴지통에 버려주면 기분이 좋아지지 않을까?"

아이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아이들 사이에 다툼이 있을 때마다 이 작고 보잘것없는 '마음 휴지통'은 효과를 발휘한다.


감정선이 무수히 많은 딸도

무뚝뚝한 FM 사춘기 큰아들도

깨발랄 막둥이도

매일밤 마음 휴지통 앞에서 바쁘다.


사실 '마음 휴지통'은 나에게 더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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