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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옹 Dec 15. 2022

우리 아빠는 그런 사람이다.

'사랑'에 관하여


말로 하는 사랑은 쉽게 외면할 수 있으나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랑은 저항할 수가 없다.
무니햄


어릴 적 우리 네 식구는 단칸방에 옹기종기 모여 살았다.

여름방학이 되면 이 좁은 단칸방친척 아이들로 시끌벅적했다.

서울 고급 아파트에 사는 고만고만한 5명의 초등학생들 시골 방학캠프를 오듯 단칸방을 찾아왔다.

단칸방이면 어떠하리, 여름이니 집 앞 계곡에 텐트 치고 놀면 그만인 것을.

텐트에서 신나게 놀고 있으면 과자가 로켓 배송되어 오고 해 달라건 두말없이 '오케이' 하는 외삼촌이 있는데  올 이유가 없다.


맞다. 우리 아빠는 그런 사람이다.

길가던 아이가 아는 척만 해도 함박웃음 짓는 사람.

방학캠프 오듯 오는 조카들에게 진심인 사람.

아이들이면 무조건  이뻐하는 사람.




그런 우리 아빠에게 손주가 생겼다.

하나도 아니요.

둘도 아니요.

셋도 아니요.

넷도 아니요.

자그마치  다섯이다.

손주 다섯은 우리 아빠의 가장 큰 자랑거리다.


내가 쌍둥이라고 했을 때도

올케가 둘째가 생겼다고 했을 때도

세상 다 가진 처럼 제일 기뻐한 사람이 우리 아빠다.


매주 주말이면, 그 옛날 조카들이 방학캠프 오듯

다섯 손주들은 할아버지 집으로 모여 1박 2일을 즐긴다.

이유는 간단하다.

할아버지 집에서는 안 되는 것이 없다.

무제한으 동영상이 제공되고, 잠도 자고 싶을 때까지 버티고 버티다 할아버지 껴안고 자면 그만이다.

무엇보 피라미드 서열 꼭대기에 할아버지가 있다는 모를 리 없는 녀석들이다.

이런 1박 2일 시스템이 가능한 건 할아버지가 사는 아파트를 가운데 두고 양옆 아파트에 손주 3명, 손주 2명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

우리는 박 씨 집성촌에 살고 있다.




동생 결혼 날짜를 잡기 위해 궁합을 보러 갔을 때

역술가분이 아빠의 사주를 보고 엄마에게 말했다.

"양이야, 양.

주변에 다 모아놓고 살아야 하는 사람이야!"

때 우리는 친정 윗집에서 거주 중이었다. 말하지 않았는데 참 용한 점쟁이다.

만약 이 말을 듣지 못했다면 우리 엄마 성격상 아마도 매주 다섯 손주의 저녁과 아침밥을 지금처럼 묵묵히 하시지는 않았을 거다.


아빠는 오늘도 아이스크림가게에서 까만 봉지 가득 아이스크림을 담고 계실 거다.

'우리 첫째 손주는 돼지바, 남자 손주 두 놈은 주물럭, 이쁜 공주 설레임, 막둥이 공주는 죠스바'이러면서 아이들이 아이스크림을 받고 좋아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더 좋아하고 계실 거다.




"아빠, 우리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은?"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 너네가 사 먹어라!"


참으로 지독한 내리사랑이다.



아침 8시 다소곳이 막둥이에게 분유 주시는 우리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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