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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수진 Mar 31. 2023

민사고 합격 수기

민사고 엄마 이야기

150 여명의 민사고 합격생들이 결정되던 날 저마다의 사연들이 눈물겹다. 오후 4시에 발표이니 외국에 살고 있는 나에겐 시차가 생겨 오후 2시까지 아예 집안에 앉아 있을 수가 없어서 별다방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오늘의 운세와 각종 타로카드 어플을 돌리고, 무료 신점도 보고 꿈해몽책까지 들춰가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들은 학교에서 귀가 중이었고, 남편은 회의중, 나는 작은 딸과 민사고 홈페이지에 수험번호를 입력해두고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예감은 나쁘지 않았다.


왜 민사고에 가려고 했을까?


 신동소리를 들어본적 있다. 무언가 일반적이지 않은 (?) 분야에 덕후기질을 보였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좋아하고 즐거워했다. 학교나 학원에서 선생님들의 칭찬이 과도한 수준을 넘어 부담스러운 적이 있다. 부모는 헥갈린다 정말 이 아이는 특별한 걸까? 실력이 의심되지만 잘한다고 하니 잘하는가보다 하는데, 그럼 학교에서는 더 이상 배우는게 없는건가? 학교에서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있니? - 아뇨. 학교 탓인가 ? 그럼 학교를 옮겨줘야 하나? 1등을 해도 뭔가 성취감이 없었고, 아이의 실력은 의심스러웠고, 그저 자신이 최고인줄만 알고 학교를 다니며 그런 대접에 익숙해질 즈음 자존감은 자만심을 넘어 오만을 넘나드는데도 1등은 모든것을 무마시키고 부모의 조언도 실효를 잃을 즈음 무시무시한 사춘기까지 덮쳐왔다. 이런 아이들은 집에서만 사춘기를 부리고(?) : 사춘기를 부리다 ( 급하게 만든 신조어 : 사춘기를 맞아 눈에 뵈는것 없이 받아치는 무논리 무대뽀 십대의 행동패턴을 일컫는 동사 ) 학교에서는 세상에 없는 예의 바른 아이로 칭송을 받는다. 최고의 칭찬은 ' 이런 아이는 500년에 한명 나올까 말까한 아이입니다' 라는 말을 들었다. 감사하기 보다는 불신만 쌓인다. 이런 도를 넘은 칭찬은 아이에게 독이 될 뿐이었다. ' 어떻게 하면 그렇게 공부를 잘할 수 있나요 비결좀 전수해 주세요' 이런 질문을 받는 어머니들의 공통된 답변은 ' 저는 몰라요 애가 알아서 혼자서 하는거라서...' 다. 둘중 하나, 정말 천재로 태어나 개념 설명만 듣고 모든 문제를 푸는 아이이거나, 엄마가 딱 붙들고 앉아서 모든 과목을 관리해주는 완벽하게 길러진 (?) 아이이거나.


민사고를 선택하는 부모님들은 다양한 이유가 있으시겠지만, 나는 아이가 민사고에 가서 더 훌륭한 아이들을 만나게 해주고 싶었던것 같다. 내 아이가 굳이 열등감을 배워오기를 바래서가 아니라, 자만과 오만으로 길러진 아이이기 보다는 겸손한 자세로 세상을 살게 하고 싶었던것 같다. 그것은 도박과도 같은 선택이었지만 ,잃을 것이 없는 도박이다. 민사고 출신은 모두가 지금 사회 곳곳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낭중지추가 되어 제 역할을 잘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민사고의 진가는 졸업후에 더 찬란한 빛을 발합니다'



오후 네 시 문이 열린다.


온라인으로 합격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사이트에 접속해둔 채로, 수험번호를 넣고 계속 클릭하고 있었다. 어쩜 1분도 미리 발표를 안하는지. 클릭, 클릭, ,,,,, 잠시 포즈가 생기더니, 심장이 멈추는 기분이었다. 모니터 앞에 커다란 꽃다발과 함께 최종합격을 알리는 화면이 떴다. "예스, 됐어"  가족 단톡방에 스크릿 샷을 해서 띄웠다. 눈물 겨운 결과였다.


사실 그러면 안되는 거였는데, 너무 기쁜 나머지 온갖 소셜미디어에 도배를 하고, 온갖 단톡방, 프로필에 띄우고, 학원, 담임, 교장선생님, 가야금 선생님, 서예선생님, 마지막까지 수학을 돌봐주셨던 원장님까지 감사할 분들이 너무 많았고, 기쁨을 함께 나누며 하루를 보냈다.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전국에서 단 150명을 뽑는 민사고 학생이 되다니.

아들, 고생했다. 우리모두 고생했어. 사랑한다.




민족사관고 2023년 28기 신입생여러분들 환영합니다. 그리고 부모님도 축하드립니다.


입학전 민사고 교정을 구경하러 간 적이 있었다. 그야말로 관광이었다. 교문안으로 들어가는 것 조차도 긴장되었던 생각이 난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건물 감상을 하던중, 수업시간이었는지 학교가 조용했는데, 한복 교복을 입고 머리에 헤드폰을 낀채 덕고관 ( 기숙사 이름 ) 으로 걸어가던 한 학생을 보고 아이돌을 본듯 꺄악 소리를 질렀다. 말로만 듣던 민사고 학생이었다. 1년 후에 아들이 그 교정을 걷게될 것을 상상이나 했을까? 졸업을 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그 순간은 믿어지지 않았다.


마음껏 꿈을 키우고, 가능성을 발견하고, 훌륭한 인재들의 틈에서 나를 낮추고 존경심을 배우며, 많은 고민과 기쁨과 절망도 딛고 일어서는 사람됨의 든든한 기반을 닦을 수 있길.


민족사관 고등학교 2023학년도 28기 신입생 여러분 모두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특히 몸과 마음으로 서포트 해주셨을 부모님에게 더더욱 축하드립니다. 이제부터 민사고를 만들어나가는 건, 부모님과 우리 학생들입니다. 학교는 좋은 학습공간이라고만 여기시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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