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회경 - 그렇게 살아가는 것
뉴스를 보면 사람들은 거짓말을 정말 싫어하지만 동시에 거짓말을 제일 많이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심지어 자신의 거짓말은 거짓말이 아니라는 확신을 가진다. 놀랍게도 그런 사람들을 욕하는 나 또한 거짓말을 시도 때도 없이 한다. 동시에 내 거짓말은 저들처럼 중대한 거짓말이 아니라는 합리화를 한다. 그동안 살면서 무수히 많은 거짓말을 하며 살아왔다. 타인이 생각하는 내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서, 혹은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그 분위기를 망치지 않기 위해서. 그러나 언젠가는 이런 모습이 들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늘 가지고는 했다.
♪가시 같은 말을 내뱉고
날씨 같은 인생을 탓하고
또 사랑 같은 말을 다시 내뱉는 것
♪사랑 같은 말은 내뱉고
작은 일에 웃음 지어놓고선
또 상처 같은 말을 입에 담는 것
♪매일 이렇게 살아가는 게
가끔은 너무 서러워 나
익숙한 듯이 살아가는 게
가끔은 너무 무서워 나
가사에서는 매일 비슷한 패턴을 반복되면서 사는 삶에 두려움을 느낀다. 나 또한 매번 거짓말을 하면서 사는 이런 인생이 가끔은 서럽거나 무서웠다. 대체 언제까지 거짓말을 하면서 살아갈까. 나이를 먹을수록 우리는 자신의 선택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고는 한다. 이전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이 말이 사실은 가장 지키기 힘든 말이라는 것을 나이를 들면서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영화 '플라이트'를 보면 거짓말에 대하여 깊게 고민을 하게 만드는 장면이 나온다. 그중에서 나의 심금을 가장 울리는 단어는 바로 이 말이다.
"그건 공평한 일이다."
이 영화를 보다 보면 추락하는 비행기를 기장인 주인공이 순간의 기지를 발휘하여 착륙시키는 장면도 굉장히 재밌지만 이후에 주인공이 청문회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기지를 발휘하여 전원 사망할 뻔한 비행 사고를 최소한의 인명 피해만 남기고 모두를 살렸고 이로 인해 세계에서 영웅으로 주목을 받는다. 그러나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수록 그가 알코올중독자라는 사생활도 함께 들쳐지게 된다. 물론, 음주와 비행 사고와의 연관성은 없지만 그럼에도 그가 알코올중독자라는 것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그에겐 매우 치명적인 법적 책임이 따르게 되고 이로 인해 주인공은 주변인과 언론에 철저히 거짓말을 한다. 그러나 청문회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음주 사실을 사망한 동료에게 뒤집어씌울 수 없어 스스로 알코올중독자임을 고백한다.
이후 교도소에서 수감된 그의 삶은 비극처럼 보이나 그는 그 과정에서 진정한 자유를 찾게 되었다고 말한다. 술과 거짓말로부터 벗어나고, 자신의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고백한다. 실제로 그의 거짓말과 술로 자신을 떠났던 소중한 이들이 다시 돌아옴으로써 그의 삶은 비극보단 희극에 가까워 보인다. 거짓말이 나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거짓말이 사람들에게 들켜버린다면 상대방에게 큰 실망을 줄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거짓말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올 때 그것을 순순히 받아들인다. 진실로 상대방과의 충돌을 겪는 것보단 그저 순간적인 안도감을 느끼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언제쯤 진실한 나를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을까. 어쩌면 평생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인생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그저
조용히 생각에 잠겨
정답을 찾아 헤메이다가
♪그렇게 눈을 감는 것
그렇게 잠에 드는 것
그렇게 잠에 드는 것
그렇게 살아가는 것
그렇게 살아가는 것
혹여나 이러한 거짓말로 인해 언젠가 내 삶을 망치는 순간이 온다면 그때는 솔직하게 모든 걸 고백하는 것이 가능할까. 그런 순간이 온다면 나도 영화의 주인공처럼 말할 용기가 있기를 바란다. "그것은 공평한 일이다."라고. 그게 나의 무수히 많은 선택의 집합체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