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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발버터 Oct 27. 2024

미안, N이라서 그래 #1

Frank Sinatra - My Way


And now the end is near  

이제 끝이 다가오네

And so I face the final curtain  

난 내 인생의 마지막 장을 마주하고 있네

My friend, I'll say it clear  

내 친구여, 분명히 말해둘 게 있네

I'll state my case of which I'm certain

확신을 가지고 내 이야기를 풀어주겠네

I've lived a life that's full,  

난 충만한 인생을 살았고,

I traveled each and every highway  

갈 수 있는 모든 길을 가보았다네

And more much more than this,  

그러나 그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I did it my way  

난 나만의 길을 걸었다는 것이네

Yes, It was my way  

그래, 내가 걸어왔던 나의 길이었네


군 전역을 얼마 앞두지 않은 내게 마지막으로 떨어진 임무는 부대개방행사 영상을 만드는 일이었다. 그때 이 노래를 삽입해서 영상을 만들었는데 수십 번을 반복하여 듣다 보니 어느 순간 이 노래를 들으면 군생활을 마무리하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부대개방행사를 위해 전역도 하루 늦출 만큼 충만하게 군에서의 마지막 길을 걸었다. 그래서 가끔 이 노래를 들으면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초코파이로 생일파티를 해준 장병들과의 추억, 마지막 회식날 울면서 서로에게 덕담을 나누는 순간들, 부대를 떠나기 전 간부들과 한 장 한 장씩 찍던 장면들.. 인생에서 가장 마무리를 잘 한 곳을 묻는다면 군대이다.


생의 여정에서 우리는 수많은 첫인상을 마주한다. 첫 만남의 설렘, 처음 느끼는 감정, 그리고 새로운 첫 경험들은 우리의 기억 속에 깊이 새겨진다. 그러나 이러한 첫인상만큼이나 마무리의 순간들 또한 중요하다. 특히나 마지막 순간에 우리의 기억에 어떤 색을 입히는지도 중요하다. 이걸 깨닫기까지 그동안 좋지 못한 마무리를 해왔다.


중학생 때 같은 반 친구가 있었다. 그는 전학을 와서 어색함에 잠겨있던 내게 처음으로 말을 걸어주었고, 우리는 유희왕이라는 카드 게임을 통해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다. 학교가 끝나면 친구의 집에 가서 같이 카드게임을 하면서 우리는 나날이 우정을 쌓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친구에게서 점점 이상한 기운을 느끼기 시작했다. 내게는 다정했지만 다른 친구들이나 선생님들에게 고함을 지르거나 의자를 던지는 등 난폭한 행동들이 날로 거세졌다. 친구들은 점점 그를 멀리 하였고 동시에 그와 친했던 나도 다른 친구들에게서 소외되기 시작했다. 체험학습을 가기 전 날, 종례시간에 선생님은 내게 그를 잘 챙길 것을 당부하셨다. 선생님의 부탁이기에 마지못해 승낙했지만 다른 친구가 "선생님. 얘도 같이 가는 거 싫어할걸요."라고 놀리듯 말했고 마음속에는 순간 짜증이 확 올라왔다.


종례가 끝나고 집으로 가려는 나를 그가 울면서 붙잡고 물어봤다. 너도 내가 싫냐고. 어느새 얘 때문에 내가 다른 친구들에게 은연중에 소외감을 당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던 차에 아무런 대답도 없이 그냥 집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우리의 관계는 끝이 났다. 이후 그는 학교에서 혼자 다니다시피 하였고 가위로 위협을 하거나 수업 중에 창문 밖으로 떨어지려 하는 등 충동적인 증상은 더욱 심해졌다. 졸업을 하고 이후로는 마주친 적이 없지만 그때 내가 주변의 시선과 상관없이 먼저 그에게 손을 내밀 용기가 있었더라면 그가 그렇게까지 안 변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가슴을 짓누른다.


대학생 때 교육봉사를 하면서 가르친 학생이 있었다. 수학이 유독 약한 이 친구에게 내신을 대비하여 수학을 가르쳤고 처음에는 기대보다 잘 따라와 준 덕분에 성적이 쭉쭉 올랐다. 평소에 조용한 편인 이 학생이 한 번은 중간고사를 치고 선생님 덕분에 성적을 잘 받았다며 먼저 연락을 해주고 학생의 부모님도 가끔 공부를 가르치고 있으면 저녁식사를 챙겨주실 정도로 관계도 좋았다. 하지만 졸업을 앞둔 해가 되고 여러 일정들로 바쁘게 지내다 보니 학생의 공부에 신경을 많이 못썼다.


학생 또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고3이라 대학생인 내가 고3수학까지 가르치기에는 많은 부담감을 느꼈고 봉사단체에 이야기하여 봉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하지만 학생에게는 별도로 연락을 하지 않았다. 지금은 바쁘니까 나중에 연락해야지 라며 계속 미룬 것도 있다. 시간이 조금 흘러 여유가 생겼을 때 학생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여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그 학생의 집에 간 날, 미리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렸다면, 그래서 그 학생과 웃으면서 마무리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너무나 미숙하게 마무리했던 그때의 내가 원망스럽다.  


이밖에도 첫사랑과의 깔끔하지 못한 마무리 등 일련의 사건들은 어디에 있든 항상 마무리를 잘하고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만들었고 이후의 관계들에 있어서는 최대한 좋은 마무리를 하고 떠나려는 일종의 신념이 생겼다.


첫인상은 단순한 시작에 불과하다. 그 시작이 어떻게 이어지고, 어떻게 마무리되는지가 우리의 삶을 정의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첫인상을 소중히 여기되, 마무리에 더욱 큰 가치를 두어야 한다고 믿는다. 마무리의 순간이 남기는 감정은 첫인상의 그 무엇보다도 깊고, 오랜 여운을 남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마무리라면 역시 인생에 대한 마무리라고 생각된다. 마지막을 중요시하니 어느덧 죽음이라는 삶의 마지막에 많은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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