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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내일부터 시작한다!

계획 중독자의 1년 루틴

by 레잇 블루머 Mar 27. 2025



계획을 세우는 건 일종의 중독이다. 

한 번 마인드맵 툴을 열어두고 

이것저것 가지를 뻗어보다 보면, 

어느새 머리가 말끔해지는 기분이 든다.


‘이대로만 하면 된다.’ 


그럴싸한 계획이 완성되면 

뇌는 이미 성취한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마치 게임의 최종보스를 잡은 듯한 쾌감. 

완벽한 청사진을 만들어냈으니,

이제는 실행만 남았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시작은 내일부터.


“오늘은 이 정도 했으면 됐지. 

내일부터 제대로 시작하자.”


대부분 이렇게 생각한다. 

아주 자연스럽게. 

심지어 합리적이기까지 하다.


문제는 그 '내일'이 오지 않는다는 것.


예를 들어, 오늘이 목요일이라고 치자. 

멋진 계획을 세웠다. 

시간대별로 딱딱 나눠서, 

블로그 쓰는 시간, 운동 시간, 사업 아이템 리서치 시간까지! 

완벽하다.


그런데 문득 내일이 금요일이라는 걸 깨닫는다.


“음... 내일은 금요일이니까, 그냥 이번 주 마무리하고 다음 주부터 깔끔하게 시작하지 뭐.”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갑자기 아내에게 혼난다든지, 

아이가 아프다든지, 기분이 좀 꺾인다. 


“그래, 오늘은 좀 정리하고 내일부터 시작하자.”


화요일. 갑자기 지인이 급하게 도와달란다.


“오케이, 수요일부터는 무조건 시작.”


수요일. 주 중반이다. 애매하다.


“에이, 그냥 이번 주는 기존대로 하고 다음 주부터!”


그런데 다음 주가 되면?

월말이다. 


“... 깔끔하게 다음 달부터 하자.”



이쯤 되면 거의 연례행사처럼 돌아가는 

'계획 미루기 연대기'가 있다.


1월: 연초 모임 많아서 안 됨. 애들 방학.

2월: 설날 연휴. 애들 방학 연장전.

3월: 신학기. 상담, 수업참여, 학원 적응기.

4월: 봄꽃이 절정. 이럴 땐 나가야지.

5월: 어린이날, 어버이날, 가정의 달.

6월: 누군가의 생일, 혹은 그냥 지쳐서.

7월: 여름휴가 예약, 계획 세우기만으로도 한 달 gone.

8월: 본격 여름휴가. 더워서 아무것도 못 함.

9월: 추석. 이번엔 명절증후군으로 패스.

10월: 하늘이 너무 예뻐서 카페만 감.

11월: 연말 임박. “아, 올해도 끝나가네.”

12월: 송년회, 크리스마스, “내년부터 진짜 시작할게.”



이건 혹시 우주가 나의 실행을 방해하려는 계획이 아닐까?


문제는 이게 반복된다는 것이다.

계획 → 미룸 → 자기 합리화 → 새로운 계획 → 또 미룸.

중요한 건 매번 계획이 아주 그럴듯하다는 거다.


계획할 땐 천재 같고,

실행할 땐 바보 같다.


‘계획’은 뇌에게 환상을 준다.


“이대로만 하면 넌 성공이야.”


하지만 그건 말뿐이다.

계획은 이벤트에 밀리고, 감정에 밀리고, 

결국 기억에서도 사라진다.


그래서 오늘도, 또 계획만 남는다.

그 고리를 끊고 싶다면,

이제는 멈춰야 한다. '내일부터'라는 유혹을.


변화하고 싶다면, 바꾸고 싶다면, 성공하고 싶다면,

내일부터는 없다. 바로 지금부터다.


주말이고 뭐고, 내 기분이 어떻든 간에,

계획한 바로 그 순간부터 실행해야 한다.


계획을 지키는 게 내 감정보다, 일정보다, 이벤트보다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


계획이 변수에 밀리는 삶은 절대 변화할 수 없다.

계획은 지키라고 만든 것이지, 머릿속에서 성취감을 느끼라고 만든 게 아니다.


지금. 이 순간. 딱 한 줄만 적어도 좋다.

작은 실행이 진짜 변화를 만든다.


계획이 계획대로만 된다면, 우리는 모두 성공자다.

하지만 실제로 성공하는 사람은, 

계획을 ‘그 순간에 바로 실행하는 자’다.



어느덧 2025년도 3개월이 지났다.

오늘 거리에서 활짝 핀 목련 꽃을 보았다.

나무는 다 계획이 있었다.

그리고 정확한 시기에 정확하게 실행했다.


이제 다음 주부터는 또 하나의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벚꽃이 만개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나는, 

그 벚꽃보다 단 하루라도 먼저 피어 보기로 했다.


내 인생의 봄은, 

오늘 내가 움직이는 이 순간부터 시작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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