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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몽 박작까 Nov 28. 2023

그녀의 이중생활

그녀를 믿지 마세요

사람들이 좋아하고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 중 주인공이 1인 2 역인 드라마가 있다. '금 나와라 뚝딱!'에서 한지혜는 1인 2역을 이렇게 표현했다. '색조 없는 화장 vs 아이라인 그리고 강렬한 화장. '아내의 유혹'에서 장서희는 얼굴에 점하나 찍어 다른 사람으로 변신했다.


가소롭다. '두 역할을 하기에는 모습이 너무 똑같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야말로 이중생활을 제대로 하고 있다. 찜질방에서의 모습과 학원 강사에서의 모습은 너무 다르다. 2명이 같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나 싶을 정도다. 처음에는 의도치 않았는데, 지금은 일부로 의도한다.




먼저 찜질방에서는 무색의 옷을 자주 입는다. 회색 아니면 검은색. 색깔 있는 옷은 절대 피한다. 옷도 펑퍼짐한 운동복만 고수한다. 화장기는 당연히 없다 (하다 못해 세수도 안 하고 갈 때도;) 머리는 대충 집게핀으로 집어 올리거나 하나로 질끈 묶는다. 딱 봐도 떡대 있어 보이게 오동통한 모습이다.


학원 강사로 갈 때는 한 껏 꾸민다. 머리도 감고 빗질도 많이 해서 머리가 찰랑 거린다. 풀 메이크업을 하고 액세서리도 착용한다. 화려한 옷을 서슴없이 고른다. 딱 봐도 "오늘 나 한 껏 꾸몄어요."이다. 


사실, 저 두 모습의 중간도 있다. (그럼 이중생활이 아니고 삼중 생활이라고 해야 하는 건가? ) 두 모습의 중간은 애들 엄마로서 모습이다. (등하원 하거나 학원 데려다줄 때의 모습) 적당히 세수는 하고 기초화장을 바르고 깔끔한 옷(그렇지만 화려하진 않은)을 입는다.


이렇게 세 명의 자아가 일주일 사이를 왔다 간다. 처음에는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다르게 했다. 그런데 이제는 적당히 몰랐으면 하는 숨기고 싶은 마음이다. 사실 찜질방에서 여탕 관리와 수리를 하며 손님들의 눈이 불편해졌다. 내가 하는 일이 부끄러운 일까지는 아니지만 때로는 험하고 더럽고 힘들 수 있는 일이기에, 그런 일을 하는 여자로 비치기 싫었다. 그래서 더욱더 나를 못 알아봤으면 생각하고 세수를 안 하고 꾸미지 않았다.(이건 게으름인가, 핑계였나 헷갈리네;) 찜질방 아닌 곳에서 알아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더욱 폐인처럼 찜질방을 갔다. 최대한 안 꾸며서 평소의 모습과 다르게 보여야지 하는 생각으로.


그러니 학원에서 수강생들이 나를 찜질방에서 보더라도 '저 사람 우리 학원 강사 아니야?'라고 생각 안 했으면 했다. 반대로 찜질방 사람들이 학원에서 내 모습을 보며 '저 사람 우리 동네 찜질방에 고친다고 돌아다니는 그 여자 아니야?'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했다.





그렇게 일부로 다른 사람인 척하려고 학원에 갈 때 열심히 꾸민 건데, 신기하게도 내 마인드가 달라졌다. '옷이 날개'라더니, 내가 나 스스로를 대하는 마인드가 달라졌다. 찜질방에서 이것저것 잡일을 하며 우중충하게 살다가 자존감이 낮아졌는데, 많이 회복되었다. 찜질방에서 각 종 잡일을 많이 하지만 '이것만 하는 사람은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래서 사람은 열심히 꾸미고 자기 관리를 해야 하나보다.



책 [실행이 답이다]에서는 이런 글이 나온다.


"나는 김밥이나 팔고 있으니깐 우습게 보여?"


김밥을 판다고 해서 우리 자신을 '김밥이나 팔고 있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가. 그 일을 하면서도 미래에 우리나라를 짊어질 어린 새싹들을 돌봐주는 멘토가 될 수도 있고,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에게 비즈니스 노하우를 가르쳐주는 코치가 될 수도 있으며 지역 주민들의 인생 카운슬러가 될 수도 있다. 생각의 범위를 넓혀 우리 자신을 더 넓게 규정하면 더 큰일을 하고 얼마든지 다른 삶을 살 수 있다. 우리의 생각은 행동을 결정하고, 우리의 행동은 운명을 결정한다. 이러한 것을 '자기규정효과'라고 한다. 나는 나 스스로를 어떤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있는가?


이민규, [실행이 답이다] 중



코로나라는 상황으로 미래를 대비하는 생계유지형  '투잡족'이 되었지만 다양한 N잡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이미 찜질방 내에서는 다른 종류의 N잡러이지만) 브런치 작가도 그중 하나겠지. 한 우물만 판다는 '평생직업', '평생직장'은 이제 옛말인 세상이다. 더욱더 다양한 직업에 도전하며 나의 바운더리를 넓히고 싶다. 나를 규정짓는 생각의 범위를 넓혀 더 다양한 삶을 살 수 있게 노력해 보고 싶다.


p.s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메이크업 비포 앤 애프터 중 깜짝 놀랄만한 정도의 영상을 찾으신다면 추천 부탁드려요. 같은 사람 맞아? 할 정도의 페이스 오프 페이스 정도 수준의 영상이면 좋겠어요.




(이미지 출처: ‘금 나와라 뚝딱’ 한지혜 진가 드러났다, 1인 2역 호평일색 - 손에 잡히는 뉴스 눈에 보이는 뉴스 - 뉴스엔 (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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