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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몽 박작까 Dec 26. 2023

세상에 없는 캐릭터

전혀 관련 없는 일이지만 상호보완합니다


누군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해주었다.


"지나 님은 세상에 없는 캐릭터예요."


 이 말이 참 좋다. 내가 하는 일이 더욱 특별해진 느낌이다. 세상에 많은 N잡러들이 있지만 찜질방 박반장과 간호학원 강사를 같이 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지 않을까?


 간호학원 강사 중에 투잡을 하시는 분들이 있긴 하다. 종합 병원에 다니며 야간반 강의를 하거나 간호학원과 요양보호사학원을 병행하는 분들이다. 둘 다 비슷한 종류의 일이다. 그런데 나는 참 다른 일이다. 하나는 머리를 쓰고 말을 잘해야 하는 직업이라면 다른 하나는 몸을 쓰고 기술을 익혀야 하는 직업이랄까? 전혀 관련도 없고 도움 되지 않을 것 같지만 이 두 가지 일은 서로 상호보완되고 있다.




 찜질방 내에서 몸과 기술 쓰는 일을 계속하다 보니 공부가 하고 싶었다. 공부하는 어른이 되고 싶었다. '어떤 공부를 하지?' 고민하다 공인중개사 공부도 기웃거렸다. 그렇지만 내 길은 아니었다. 결국 돌고 돌아 전공이다.

역시 사람은 청개구리 같다. 해야 할 때는 하기 싫고 안 해도 될 때는 하고 싶다(나만 그런가?) 그래서 강의 준비 하며 공부하는 시간이 즐거웠다. 공인중개사 책들보다 이해가 쏙쏙 되니, 신나게 준비했다. 한 가지 고민만 하면서. '어떻게 이걸 사람들에게 잘 설명할까?' 하고.


 오랜만에 보는 어려운 용어들을 풀어서 설명하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얕은 건강지식들도 다시 풍부해지는 느낌이었다. 설명하려면 배경지식이 더욱 풍부해져야 하니 이것저것 찾아보게 되었다. 건강과 질병에 대해 더욱 깊고 자세하게 알게 되는 게 좋았다.


 무엇보다 설명을 듣고 이해된다며 고개를 끄덕여주는 학생들을 볼 때 희열을 느꼈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강의 준비를 하게 되었다. 그렇게 준비하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에게 '엄마도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이라고 알려줄 수 있어 좋았다. (반대로 공부하다 어렵고 힘들어질 때는 '익숙해진 찜질방 내에 고치는 일들이 편하고 좋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제일 좋은 건 자기 관리가 되는 거다. 자신을 꾸밀 줄 모르고 살다 강의 가는 날 한껏 꾸미면서 생각한다.

 '맞아, 나도 이렇게 꾸밀 줄 알던 여자였지. ' 

사람은 역시 평생 자기 자신을 가꾸고 관리해야 하는 것 같다.


 혹시 찜질방을 못하게 되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안도감이 든다. 코로나는 지나가고 있지만 앞으로 또 다른 전염병이 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으니, 미래가 불확실하다. 그래서 플랜 B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 안심이 된다. 아직 이 분야에서 수입은 낮으니, 더 역량을 키워나가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찜질방에서 험하고 극한일을 할 때가 많다. 높은 사다리에 올라가 일을 하거나 웅크리고 쭈그리고 앉아 작업을 한다. 때론 더럽고 지저분한 일을 해야 한다. 그렇게 쉽지 않은 일을 할 때마다 생각한다.

 '강의하는 일은 이렇게 힘든 일이 아니라 너무 다행이다.'라고. 그래서 더욱더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반대로 간호학원 강사일이 찜질방일할 때 도움이 된다. 바로 찜질방일에 한층 더 신경 쓰게 되었다는 점이다. 강사일 시작한다고 여탕관리에 소홀해졌다는 얘기를 들을까 봐, 보다 책임감을 갖고 바짝 신경 쓰게 된다. (어쩌면 강의하기 전보다 더 신경을 쓰게 되는지도?^^)


말을 많이 하는 일이니, 말하기가 조금 늘었다. 말이 술술 나오는 느낌이다. 그래서 찜질방 안에 일하시는 분들과 대화할 때 더 차근히 조리 있게 말하게 된다. 직원분들과 의사소통할 때 어떻게 얘기하면 좋을지 빨리 떠오른달까?


게다가 간호학원 원장님의 자영업 기술들을 엿볼 수 있어서 좋다. 학원도 사업이다 보니 마케팅이나 홍보가 필요하고 운영하는데 애로사항이 많다. 원장님 혼자 동분서주하며 일하시는 모습을 보며, 사업 운영 등을 간접적으로 배우는 계기가 된다.




요즘은 'N잡러'시대이다. 말 그대로 하나의 일만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예전에는 부업이니, 투잡이니 하던 걸 이제는 'N잡'이라고 한다. 그만큼 하나의 일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하게 넓어지고 있다. 찜질방일과 간호학원강사의 일. 이질적으로 너무 상반된 일이다. 그만큼 바쁘고 정신없지만 또 그만큼 보람되고 뿌듯하기도 하다. 투잡을 뛰면서 오히려 더 성과를 내고 책임감을 갖고 더 일을 열심히 하게 된다.


간호사 출신 찜질방 박반장. 오늘도 멀티가 되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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