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는 일은 어렵다!
가르치려면 긍정적인 강화,
지루하지 않은 내용,
주목 유도 등 다른 기술들이 필요하다.
- 빌 게이츠 -
정말 맞는 말이다. 강의는 원래 특별한 사람들의 무대라고 생각했다. 목소리는 라디오 DJ처럼 달콤하고 입담은 청산유수고 청중을 웃겼다 울렸다 하는 카리스마 있는 사람들. 나 같은 사람은 감히 상상조차 못했다. 강의는 꿈도 꾸지 않았지만 강의 듣는 걸 참 좋아한다. 책보다 더 술술 이해가 되고 강사의 열정적인 표정과 목소리에 마음이 흔들린다. 듣다 보면 다시 꿈을 꿔도 되겠다는 기분이 들고 괜히 나도 뭔가 해보고 싶어진다.
그렇게 좋아하던 강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바로 '코로나'다. 찜질방이 기울고 동네 목욕탕들이 줄줄이 폐업하며 불안이 엄습했다. "우리도 문 닫으면 어쩌지?" 두려움 속에서 돌파구를 찾던 중 대학 동창이 간호학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순간 전구가 켜지듯 나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시작되었다.
첫 강의는 엉망 그 자체였다. 책에서 읽으면 알겠는데 아는 걸 말한다는 건 또 다른 차원이었다. 대학시절 내가 욕하던 교수님 그대로였다. 책만 읽어주던 스타일. 속으로 '이게 강의냐?'라고 비웃던 그 장면이 내 입에서 재현된 것이다. 게다가 생각지도 못한 자기소개 시간. 원장님은 강의를 시작하기 전 본인 소개를 20분 정도 하라고 하셨다.
'헉, 준비해 온 강의도 버벅거릴 판에 뜬금없이 자기소개라니.'
불편한 시선 처리로 마이크 잡고 있는 손도 떨리고 그날따라 마이크는 왜 그렇게 무거웠을까. 손은 덜덜 목소리는 바들바들 중간에 진짜 염소 울음소리가 튀어나온 것 같았다. "메에에에~"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는 내용으로 엉망진창 자기소개를 마쳤다.
자기소개가 끝나자마자 수강생 중 가장 노령자이신 67세 할머니 반장님은 일어나서 한 마디 하신다.
"우리 강사님께 박수~" 짝짝 짝짝
폭망 한 자기소개에 대단히 큰 박수를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 그런데 신기하게도 큰 박수를 받으니, 정말 긴장이 조금 풀렸다. '아, 이 분이 내가 얼마나 떨고 있는지 아시는구나.' 덕분에 겨우 첫 강의를 버텼다. 하지만 집에 돌아오자 이불킥을 하며 자괴감이 몰려왔다.
"내가 듣던 강의들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나도 동기부여해주는 멋진 강사가 되고 싶은데."
좌절, 아쉬움, 자책, 간절함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그래서 다시 준비했다. 그리고 또 준비했다. 1년간 강의 사이클이 몇 번 돌자 조금씩 달라졌다. 여전히 버벅거릴 때가 있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책만 읽어주는 강사가 아니다. 강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왠지 모르게 뿌듯해지는 날도 있다.
찜질방 박반장에게 부업이 생겼다. 아니, 새로운 꿈이 생겼다. 강의력을 높여 영향력이 큰 사람이 되고 싶다. 간호학원만이 아니라 프리랜서로 더 넓은 무대에서 강의하고 싶다.
누군가의 마음속에 작은 꿈을 심는 사람.
누군가의 인생에 다시 도전할 용기를 불어넣는 사람.
그런 강사가 되고 싶다.
'작은 기회가 종종 위대한 일의 시작이 된다.'
- 데모스테네스-
내 인생도 그 작은 기회를 향해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