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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조각들 그림이 되다
06화
어른들이 이렇게 말을 안 들을 줄이야.
by
차고기
Oct 1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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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하나가 열 집을 먹여 살린다.'
...라는 말이 있었던가?
( 얼토당토. 내가 막무가내로 지어낸 말인가 보다.)
올여름
지인의 텃
밭
덕을 톡톡히 봤다.
덕분에 우리 식구는 물론
,
먹성 좋은 우리 집 달팽이들도 잘 먹고 잘 살았
다
.
지인은 이번이
첫
텃밭 농사라고 했다.
농작물로는 혼자서도 쑥쑥 잘 자랄 것 같은 상추를
픽했다고 했고.
초보 농사꾼답게 실험 정신
도
발휘해 볼 거라 했다.
상추 모종을 심는 대신
씨
를 뿌려 보겠다며.
그렇게 호기롭게 상추씨 두 봉을 사다가 온 밭에 흩뿌렸고.
기특하게도 씨마다
모
든 싹이 텄고,
흙이
틈
을
보일세라
상추가 온 땅을 빼곡
히
덮었다고 했다.
'지인네 상추밭'이
한동안 주말 농장 가십거리 1순위
였
다고 했다.
올해 유독 폭우와 폭염이 오락가락하며 심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여
름이 가장 덜 덥고 덜 습
할
거라며
공포영화 뺨치는 얘기까지 했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농작물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고
,
고스란히
우리 집
식탁에도 영향을 미쳤다.
난 우리 집 두 남자들과 달리 온순한 채소 파다.
고공행진 하는 채소값에 장바구니에 담았던 야채를 넣었다 뺐다 하기를 반복했다.
와중에 지인은 상추가 처지 곤란이라
며
,
일주일에 한 번. 봉지
가득
줬다
.
덕분에 상추 다이어트도 걱정 없이 했고,
(
쉿! 상추 조공에도 불구, 다이어트는 깐따삐아 별로 갔다.) 먹성 좋은 달팽이들도 풍족히 먹일 수 있었다.
나도 텃밭을 일궈 보고 싶었다.
그런 생각이 마음속에 일렁이자
내 시선은 어디를 가건 텃밭에만 꽂혔다.
그런 던 중
알
게 된 사실
하나.
아이들만
나무랄 것이
아니었다.
어른들도 말을 참 듣지 않
는
다는 것
.
(
낄
낄낄. 차마 대놓고 웃지는 못하겠어서
괄호 안에서 크게 웃어봤다.)
위협적이고 큼직한 빨간 글씨.
'
텃밭조성 및 무단 경작 금지
'
그럼에도
비집고 들어갈 틈만 보이면
땅을 일구는 어른들이 많아도 너무 많다.
이 날도 산책로
끝
에서
말 안 듣는 어른
을
마주했다.
말 안 들는 어른의 작품
'캬~ 근데 초록초록 너무 이쁘잖아.
배추를 심으셨네.
쪽파도 심으셨
고
.
우와~ 비닐 친 것 좀 보소.
초보는 아니신 것 같은데. '
나도 모르게 남의 집 텃밭 고랑 사이를
비틀
대
며 왔다 갔다 구경하느라 난리가 났다.
찰칵찰칵. 요리조리 각도를 틀아가며 사진도 찍었다.
누가 보면 내가 텃밭 주인인 줄 알겠다.
요즘 내가 먹은 과일과 채소에서 나온
씨앗 심기에 취미를 붙였다.
식물들을 하도
초록별로 보내서 생각해 낸 방법이다.
마주하는 초록 새싹들이 어찌나 신기하고 소중한지. 작은 플라스틱 컵 안에서 싹을 틔우는 초록이들을
볼 때마다 감탄하곤 한다.
빼꼼
!
초록 새싹이 처음 고개를 내밀 때,
솟
아나는
엔도르핀이란~
나도 이런데,
텃밭 맛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빈 땅만 봐도 눈이 돌아갈 것 같긴 하다.
짜잔!
참지 못하고 자랑해 본다.
나만의 작은 텃밭.
요즘 내가 싹을 틔운
식
물들이다.
자기가 라벤더인척 하는 이상한 애도 있다.
말 안 듣는 어른들 얘기하려다가
결국은 내 새꾸 자랑으로 끝났다. 끙.
다음 편은
초록이들 데리고 제대로 자랑하러 오겠다.
대문 사진만 @ Pixabay
keyword
텃밭
지인
상추
Brunch Book
생각의 조각들 그림이 되다
04
남의 집을 훔쳐보다.
05
컵라면을 세 개나 꺼낸 이유
06
어른들이 이렇게 말을 안 들을 줄이야.
07
어쩌다, 아저씨 친구
08
Dear, 마이 남친들
생각의 조각들 그림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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