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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운경 Mar 12. 2023

안분지족(安分知足)의 교훈 박주가리

편안한 마음으로 제 분수를 지키며 만족할 줄을 안다

초요과시


초요과시(招搖過市). 주제 넘치게 허풍을 떨며 위세를 떨친다라는 뜻이다. 이야기는 공자(B.C.551~479)와 관련되어 만들어진 말이다. 공자는 그의 주유천하 중 전국시대의 왕조 위나라를 방문했다. 위나라를 다스리던 영공과 그의 부인 남자(南子)는 수레를 같이 타고 공자의 수레가 뒤따르도록 했다. 그리하여, 공자를 뒤에 거느리고 의기양양하게 시장바닥을 휘저으며 다녔다. 공자를 뒤로하고 으스대며 백성들에게 은근히 위세를 떨치며 위세를 뽐낸 것이다. 이후 공자는 실망하여 위나라를 떠났다. 


초요과시의 행위는 우리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위나라의 영공과 같이 주제가 안되면서도 억지로 자신을 치장하고 과장하여 무장하려고 하려는 행위는 우리 주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필자도 정도의 차이가 있기는 해도 초요과시의 행동이나 말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잘난 사람이나 못난 사람이나 나름대로 다 뽐내거나 자랑거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억제하려고 해도 불식간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포르쉐효과와 나르시시즘


이러한 과장이나 허세에는 인간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심리가 담겨 있다. '포르쉐효과(Porsche Effect)'는 남성들이 매우 매력 넘치는 여성을 보았을 때 생각나는 물건이 포르쉐라는 것에서 나온 말이다. 남성들이 이런 멋진 여성을 볼 때는 본인이 값비싼 자동차를 가지고 있는 양 생각하며 우쭐대고 싶어 한다는 말이다. 


나르시시즘(영어: narcissism)도 관련되는 말이다. 자기애(自己愛, self-love)라는 것인데 자신의 외모나 능력이 남보다 뛰어나다고 믿는 현상이다. 물론,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성격과 행동을 수반한다. 우리가 메시나 호날두 등 축구선수의 현란한 드리블에 감탄과 찬사를 아낌없이 보내는 이유는 내가  미처 하지 못하는 일을 상대방이 멋지게 해처 나가는 것에 대한  쾌감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해내지 못하는 일을 남들이 척척해 내는 것을 부러워하거나 흠모한 나머지 상상 속이나 꿈속에서나마 대단한 활약을 하는 나를 발견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열등감에서 나오는 현상일 수도 있고 일상생활에서 허세를 통한 자기 보호적인 기능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말릴 수 있겠는가? 다만, 그 정도가 심하지 않도록 다스릴 필요가 있을 것이다.


송곳뿔 소년


시경에서 박주가리는 초요과시와 깊게 관련되는 식물이다. 조선식물향명집(1937)에 박주가리라는 이름은 열매의 모양이 박을 닮았는 데다 그것이 쪼개지는 현상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소개하고 있다. 토속적이고 우리의 정서에 착 달라붙는 말이다. 


<<시경>> <위풍> 환란(芄蘭)은 뼈송곳을 차고 으시대는 소년동자를 안타깝게 여기는 시다.


박주가리 가지여 / 어린아이가 뼈송곳 찼네 / 비록 뼈송곳까지 찼지만 / 나를 알아주지 않네 / 거들먹거리는 저 모습 / 늘어진 띠만 덜렁거리네. 

(시명다식)

*환란:박주가리

박주가리 꽃(우), 송곳뿔과 같이 생긴 박주가리 열매(중), 솜털을 달고 바람에 날려 장착한 박주가리 씨앗(우)


안분지족의 교훈 


시에서는 어린 동자가 성인이 사용하는 활깍지를 손에 끼기는 했으나 실은 그의 능력은 성인에 미치지 못하다. 어린 동자가 허리에 찬 뿔송곳은 끝이 뾰족하여 위엄을 나태낼 수는 있으나 어리 아이가 차고 있기에는 우스꽝스럽고 오히려 처량할 따름이다. 이러한 뿔송곳은 박주가리의 열매와 매우 흡사하다. 박주가리는 덩굴성의 여러해살이 풀로서 스스로는 줄기를 지탱하기 힘들어 주위의 식물에 기대어 줄기와 잎을 펼친다. 박주가리가 중심도 홀로 잡기 어려운 주제에 뿔같이 생긴 열매로 과시하려고 한들 누군들 콧방귀를 뀌지 않을 수 없을 으리라. 


이익은 그의 성호사설에서 옛사람들이 몸에 패물을 착용하는 이유는 경망스럽게 행동하는 것을 자제하고 오히려 몸가짐을 경계하기 위함이라고 하였다. 가령 옥을 몸에 차는 것은 옥과 같은 티 없는 마음을 함양하기 위함이며, 숫돌을 차는 행위는 숫돌과 같은 절조를 취하고자 함이었던 것이다. 


박주가리는 우리에게 허세를 부리지 말고 겸허히 분수를 지켜가며 살라고 하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는 듯하다. 뿔송곳을 찬 소년이 허세를 부린것이지 박주가리가 허세를 부린 것이 아니지 않은가. 박주가리 하얀 꽃의 은은하고 감미로운 향기는 박주가리가 자신이 뿔송곳을 가지고 허세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뿔송곳으로 우리에게 교훈을 주고 있는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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