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겹이 쌓여간 우리의 순간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려 해
내 마음 얹어
그 순간의 결을 손끝으로 쓸어보니
우리의 하루들에 서린 달빛의 기억이
너무도 찬란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손끝에 닿은 그날의 짓궂은 밤공기가
이내 서러워진 마음을 괴롭히다가
아찔한 듯 저려오는 내 붉은 것은
서운하리 나의 살갗을 타고
마구 흘러내리었다.
그러나 나는 이마저도
영원히 사랑할 수밖에 없기에
내게 남기고 간 이 흔적마저도
지독히,
껴안아 사랑할 수밖에 없어서
끝이 없는 새벽,
손 끝을 향해 흐르는 붉은 한 점의 이별을
나는 마주하고 또 마주했다.
<미련의 밤> By초록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