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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연우 Sep 16. 2023

책, 그리고 나의 꿈

지금의 집으로 이사오기 전 아이들을 위해 구입했던 수많은 책들과 내가 구입했던 책들을 모두 정리했다. 정리한 책만 해도 돈으로 환산하면 꽤나 큰 금액이다. 남들처럼 중고시장이나 당근마켓에 팔까도 생각했지만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행해져야 하는 수많은 일들과 과정들을 거치기 귀찮아서 친구들과 올케, 같은 학교 후배 선생님들, 친한 선생님, 교회 집사님에게 무료 나눔을 했다. 아이들이 워낙 깨끗하게 본 책들이라 거의 새책이라고 해도 될 만큼 좋은 책들이었지만 많은 책들로 가득한 작은 집이 너무 답답해서 이사 가기 전에 빨리 처리해야겠다는 생각하나만으로 나눔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책들을 제외하고 모두 없애버렸던 내가 다시 책을 한 권, 두 권 사 모으기 시작했다. 읽고 싶은 책은 구입하지 않고 도서관에서 빌려 읽기로 다짐했었다. 미니멀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하지만 그 다짐은 이내 깨지고 말았다.


작년 11월, 내가 마주한 글쓰기 수업. 이 수업 하나가 나를 완전히 뒤흔들어 놓았다. 무엇인가 쓰고 싶어졌다. 모든 것이 글감이 되었고 내 머릿속은 온갖 생각과 문장들로 뒤덮였었다. 그러면서 다른 작가들의 문장이 읽고 싶어졌다. 그들의 생각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작가들이 써 내려간 수많은 문장들을 보며 어떻게 이렇게 쓸 수 있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을 대여하기보다 구입을 해야 했다. 그래야 여러 번 문장들을 다시 찾아볼 수 있었다.


사실 나는 책 그 자체를 좋아한다. 책을 읽지 않아도 새로운 책을 구입하는 일이 좋다. 그리고 책이 배송되어 오기 전까지 책을 기다리는 일이 무척이나 설렌다. 책을 펼쳐 빠르게 넘기면서 책에서 나는 향을 맡아본다. 어렸을 때 언니와 나는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기 전 교과서를 받아오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책을 넘기면서 책의 냄새를 맡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열심히 빳빳하고 깨끗한 달력을 잘라 교과서 겉표지를 싸고 정성스럽게 겉면에 이름을 적었다. 그 이후에는 달력이 아닌 투명 아스테이지로 책을 싸고는 그 안에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이나 잡지에서 멋진 배경 사진을 넣기도 했었다. 그만큼 책을 깨끗이 보려고 노력했고 무척이나 아꼈던 시절이었다.


요즘에는 책을 구입할 때 작가의 친필 사인본을 받으려고 노력한다. 실제 작가의 친필 사인을 받기 위해서는 직접 현장으로 가야 하지만 인터넷이 발달한 지금은 작가를 직접 만나지 않아도 친필 사인을 받을 수 있어서 좋다. 몇 달 전 가수 이적 씨가  <이적의 단어>를 출간했다. 교보문고에서는 출간 기념으로 작가 랜선 팬사인회를 열어주었고 라이브 방송을 보면서 친필 사인본을 쉽게 구매할 수 있었다. 온라인이 아니었다면 지방에 살고 있는 내가 이적의 친필 사인본을 받기는 무척이나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랜선 팬 사인회의 맛을 알게 된 나는 얼마 전 큰 별샘의 <최소한의 한국사>도 친필 사인본으로 구매했다. 비록 가수 이적 씨와 큰 별선생님의 얼굴을 마주하지 않은 채 받은 사인본이지만 직접 내 이름이 적힌 책을 받았을 때의 그 벅찬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가장 최근에는 조니워커 작가의 <손을 꼭 잡고 이혼하는 중입니다>을 구입했는데 그 책에는 내 이름은 적혀있지 않았지만 브런치의 유명작가 조니워커님의 필체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왠지 모를 신기한 경험이었다. 브런치로 알던 분을 이렇게라도 만날 수 있다는 왠지 모를 짜릿함이었다.

이적의 단어들 친필사인본
최소한의 한국사 친필사인본
조니워커님의 친필사인본




지난주 우리 반 아이들과 국어수업시간에 <이모의 꿈꾸는 집>에 나오는 한 부분을 읽었다. 그 책의 주인공 진진이 이모에게 이렇게 묻는다.

"이모, 이모는 꿈이 뭐예요?"
"꿈꾸는 집, 이 집이 바로 내 꿈이야."
"이 집이 이모의 꿈이라고요?"
"그럼, 내 꿈은 이 세상 재미있는 책들을 모두 불러 모아서 함께 노는 거야. 낄낄대며 웃는 재미, 콩닥콩닥 가슴 뛰는 재미, 두근두근 설레는 재미, 눈물 나게 가슴 아린 재미, 궁금한 것들을 알게 되는 재미,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을 상상하는 재미...... 재미있는 책들만 올 수 있는 집, 꿈꾸는 아이들만 올 수 있는 집, 이 집이 내 꿈이야."

언젠가 남편과 함께 운전하며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앞으로의 꿈을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퇴직 이후에 나는 햇볕이 잘 드는 집을 짓고 내가 좋아하는 책들로 가득 채워 마음껏 책도 읽고 지인들과 함께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을 가지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 공간을 가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공간, 은은항 향이 우러나오는 따뜻한 차를 마시며 <이모의 꿈꾸는 집>에 나오는 진진의 이모처럼 집안 곳곳에 재미있고 좋은 책들을 가득 채우고 책을 보면서 콩닥콩닥 가슴 뛰는 재미, 두근두근 설레는 재미, 눈물 나게 가슴 아린 재미, 궁금한 것들을 알게 되는 재미,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들을 상상하는 재미를 느끼고 싶다. 그런 공간을 진심으로 소망해 본다.




마지막 이야기는 내가 좋아하는 책, 그리고 나의 소망 이야기입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인가요? 소망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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