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니샤인 Nov 18. 2024

직원이 던진 돌 하나.

지난 한 달간은 멘붕 상태로 지냈다. 다름 아닌, 3년을 함께 한 직원이 아무런 감정이 담기지 않은 무미건조한 문자 한 통을 남긴 채 퇴사를 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냥 3년이 아니었다. 내겐 사업 초창기여서 더욱 애틋했고, 또 첫 직원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3년이란 시간 동안 직원은 결혼을 했고 결혼식에도 가족 모두 가서 축하해 줬던 사이였다. 


평소 속내를 잘 비추지 않고, 업무 이외의 사적인 대화는 꺼려하는 그녀가 너무 건조했지만, 괜히 건드려가며 무언가를 알아내려 하지 않았다. 그런 게 부담스러운 사람도 있을 거기 때문에. 그래서인가, 홀연히 퇴사를 통보하고 잠적해 버린 그녀가 대체 누구였는지 나는 알 수가 없었다. 그 사실에 더욱 놀라웠다. 3년을 함께 한 사이인데 정확히 아는 게 이름 세 글자밖에 없었다. 


문자 한 통. 지난 3년간 나름의 정이 있었을 텐데-사장인 나만의 생각이었던 것일까-, 다섯 문장에는 퇴사의 사유에 대한 어떠한 단서도 두지 않았다. 그녀다운 무미건조한 문장이었다. 


그동안 감사했다. 

미리 말씀 못 드려 죄송하다.

오늘부로 퇴사하겠다. 

업무 관련 물건은 새벽에 회사 앞에 두고 가겠다. 

건강하시라.


실로 매정하게 끊어내는 것 같은 문자를 받고는 놀라 전활 걸었지만-물론 받지 않을 거라고 예상은 했다.- 받지 않았다. 나는 이미 마음의 정리를 끝낸 연인의 이별 통보 문자를 받고, 뒤늦게 매달리는 사람처럼 대답 없는 채팅창에 무언가를 몇 가지 물어댔다. 왜 그러는 것인지, 이유를 알려주면 업무에 반영해 주겠다고, 무슨 일이 있느냐고, 이야기를 해달라고, 전화 통화를 하고 싶다고.


첫날에는 너무 당황해서 잠에 들지 못했다. 당장 쌓여있는 직원의 업무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기 때문이다. 일단 그녀는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무슨 말 못 할 사정이 생긴 거라고. 그리곤 다음날부턴 실무로 들어갔다. 밀린 업무를 내가 다 처리하고, 신규 작업은 양해를 구하고 돌려보냈다. 일주일간 돌려보낸 고객만 스무 명이 넘는다. 마음이 아팠지만, 진작 터져야 했던 일이 이제야 터진 거라고 자위했다.


그렇게 비효율적인 업무는 받지 못하고 효율적인 업무로만 정리를 해가기 시작했다. 물론, 눈앞에서 매출이 줄어드는 것을 보는 일은 아쉬웠지만 한결 편해진 업무 강도에 마음이 나쁘지 않았다.


말없이 퇴사를 결정한 그녀가 던진 돌은 내 삶에 어떤 파장을 일으켰을까. 아직도 얼떨떨한 마음과 정리되지 못한 업무들, 그리고 다잡아야 할 업무들로 바빠서 이 상황을 제대로 해석할 순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좋은 방향으로 정리가 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직감을 믿는다. 이제껏 그렇게 살아왔다. 


2025년에는 다른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사사로운 업무에 끌려다니던 지난날은 잊고 제대로 자동화시켜야겠다. 그리고, 커다란 다짐. 앞으로의 내 업무에 직원은 없다. 함께 일을 하더라도 협업 체제로 나아갈 것. 나의 1인 사업은 이제 시작이고, 깨지고 부서지며 멋진 보석으로 만들겠다.

월요일 연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