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양 있는 아줌마 Nov 23. 2022

나의 분노 일지

나는 왜 화가 나는 걸까?

오늘 아침 일이다. 아침에 아이들 챙겨주고, 나도 출근준비하랴 바쁜데 첫째아이가 찡찡대며 말한다.

"엄마 나 눈아퍼~여기 좀 봐봐.", "엄마 나 머리 왜 안묶어줘~.", "엄마 나 떡꼬치해줘~." 

3단 요구 공격을 가했다.


내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 요구만 지속적으로 말하는 아이에게 화가 났다. 

1단계 참았다. " 땡땡아, 아침에 바쁜데 무슨 떡꼬치야~ 떡만 구워줄테니 꿀발라 먹자~"

아이는 지지 않고 앙칼진 목소리로 "아니야, 어제 더 먹고 싶었는데, 못 먹었단 말이야~~ 해줘~~ 해줘~."

2단계 짜증이 팍 났다. 목구멍이 간질간질했다. 자리를 피해 부엌으로 왔다. 시계를 봤다.

찬찬히 생각해보니 '소스만 빨리 만들면 그리 늦지 않겠다'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갈등도 되었다. 아이에게 안되는 것은 안된다고 딱부러지게 말해야하는데,

내가 너무 아이의 요구를 잘 들어주니 저렇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건 아닐까. 하고 말이다.

내 성향상 그냥 들어주었다.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니 마음이 급해졌다.

마음이 급해지니 화가 더 나기 시작했다.

아침 시작은 하루의 시작이니 마음을 편하게 다잡고 싶은데, 나의 기분을 망치게 만든 장본인인

아이에게 화가나고, 나를 화나게 만든다는 사실 자체도 화가 났다.


어떤 때는 화가 난다는 인지조차 못하고 아이에게 부르르  화 비스무레하게 큰목소리로 말하고,

어떤 때는 화가 인지가 되어서 조금 다운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가도 내 안의 불구덩이가

너무 커서 잔소리 공격이 나올 때가 있다. 

또 어떤 때는 화가 인지가 되고, 타임아웃이 필요하구나.라고 스스로 느껴지고 

그것을 행동에 옮기기도 한다.


화 뒤에 숨은 감정은 뭘까? 두려움일까? 수침심일까? 죄책감일까? 좌절감일까?

아이에게 겉으로는 큰목소리나 짜증나는 표정으로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화를 냈다.

그 화 속에 숨겨진 감정은 무엇일까?

아침시간에는 정해진 루트가 있다. 그 루트를 깨고 아이가 돌발적으로 다른 요구를 했다.

또한 나의 바쁜상황을 이해하지 않고, 많은 요구를 하였다.

즉, 아침 상황이 내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내가 살아가는 환경이 내가 원하는 대로 되어야 하는데 그것을 아이가 깼고, 좌절감이 느껴졌다.

또한 나에게 많은 요구를 하는 아이가 미워졌다.


나의 어떠한 곳에서 분노 발사 버튼이 눌러졌을까? 그것은 나의 과거와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까?

내 마음대로 일이 진행이 되어야하는데, 그것을 깨트린 아이는 나의 의사에 반하게 하는 행동

 즉, 나쁜행동을 한 것이며 나를 화나게 만들었다. 

아이의 지속적인 요구와 돌발적인 요구는 나의 분노 발사 버튼을 눌렀다.

왜 아이의 이 행동이 나를 화나게 한 것일까?

나의 과거를 돌이켜보자.

내가 어렸을 때를 돌이켜보면 부모님에게 이렇게 해줘. 저렇게 해줘. 라고 말했을 때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기억들이 많다.

"엄마, 나 여기 다친 것 같아." "엄마 나 생일인데 저거 사줘."라고 했을 때 엄마의 표정이 

떠오르지 않고, 내가 원하는 무엇(물건, 감정)을 받아서 행복한 장면이 생각이 안난다.

어쩌면 내가 화가 난 까닭은 내가 어렸을 적 부모에게 어떠한 감정교류를 하고 싶거나

원하는 물건을 얻고 싶었을 때 요구하는 말과 제스쳐를 한 후 제대로 돌려받은 적(소통부재)이 없기에

 그런 행동(부모에게 뭘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좋지 못한 행동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나의 성장환경에서 부모님에게 무엇을 해달라, 무엇을 사달라. 라는 말을 많이 해본 적이 없고, 

살면서 부모님께 무엇을 바란다는 것은 의미없는 것이라 체념하였고 이후 반강제적으로 독립심이 

키워졌다. 


화 속에 숨은 나의 신념은 무엇일까? 나는 사람과 상황을 볼 때 어떠한 신념을 갖고 있는걸까?

아이가 요구하는 행동을 했을 때 내가 화가 난 이유는 어렸을 적 부모에게 어떠한 요구를 하는 것은

좋지 못한 행동으로 받아들였고,  그 속에는 '자녀가 부모 말을 군말 없이 들어야하고,

무엇을 요구하는 것은 나쁜 행동이다'라는 신념으로 자리잡았다.

아이가 나를 부모로 올바르게 대하는 자세는 요구하는 것 없이 부모 통제하에 말을 잘 들어야 하는데, 

'아침에 이러한 행동을 하는 아이는 무례하다.' 라고 생각이 들었다.

반면에 오은영키즈로서 나는 다른 육아를 하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육아서적을 읽었기에 신념 충돌이 

생겼다.

아이의 요구는 아이로서 할 수 있는 당연한 것이고, 부모는 큰 마음으로 품고, 안되는 상황에서는 

단호하게 상황설명을 하고, 그에 대한 아이의 반응 또한 자연스러운 감정이니 부드럽게 바라보고, 

감정은 수용하라.

참 쉽쥬?

그런데 나는 나의 깊은  마음 속에서 잘못된 신념으로 인해 "이러한 행동은 부모에게 무례하다."라고 생각되며 또 다른 마음 한켠에서는 후천적으로 학습한 내용으로 인해 "아이가 부모에게 그럴 수도 있다."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어렵다.

자연스럽게 자라온 환경에서 체득하면 좋은데, 후천적으로 학습하여 체득하려고 하니 순간순간

이러한 마음의 충돌이 생길 때마다 육아가 버거워진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세 번 말하면 조금은 나아진다. 

다음 번이 또 있다. 그 때 나는 더 나은 모습일 것이다.


이전 03화 화에 대하여 3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