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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osi Mar 26. 2024

"가성비" 좋은 자존감수업

자유롭고 유연한 위로, 격려

해를 거듭할수록 단단해지는 건 아이와 부모 사이

벽이라는데...

동베를린과 서베를린을 가르는 물리적 허들, 기어코 그 이상의 의미일테다. 시간흐름과 비례하게 한 때 '꽤 괜찮았던' 너와 나 사이에 

온갖 격차를 가뿐히 불러 오고야 만다. 

엄한 장벽만 탓한다고 해결될 일인가.



위험을 무릅쓰고 국경을 넘어본들 "그때 그 시절"로 되돌리기에 대강 겸연쩍고 말 깊이는 못 된다.

그간 아이에게 묘연했던 이해와 공감이 간단하게 회복될거라는 기대라면 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상책이지 말이다.



저도 부모면서 이렇게 겁을 잔뜩 주는 지랄맞은

담임은 어째 오늘도 아이 편이다.

오직 아이들에게서 원인을 찾느라,

저놈의 성격이란 '뜯어고칠 대상' 맞다 작심하느라

애쓴 수고를 어디서 보상받을 수 있을까?

그런곳? 없다.



총회에 오실 부모님들에게 훈훈한 선물을

드리고자 선정한 이번주 글쓰기 주제는 그야말로

폭망이다. '엄마에게 하지 못한 한 마디' 

에라이!

애초에 마음먹은 목적으로 따져 보면 " 실패"인 셈이고, 각도를 달리해 보자면 뭐~~ 

아이들 속내를 들여다보는 데에 나만 혼자 성공했달까?



읽는 내내

소아정신과 의사로 빙의되어 중얼대고 있다.



하~~ 그랬구나아~~!



에고, 그랬어~~~


아이들이 전담수업을 간, 그래! 빈 교실 맞다.

이거 또 도랐네!



매일 아침  없이 교실문을 들어선 ㅁㅈ

아침부터 녹초가 되어 졸고 있는 ㅂㅁ

표정변화 없이 우울해 있다가 아주 가끔 입꼬리에 미동만 주는 ㅈㅇ



그랬다.

이 아이들에게도 다 저들만의 이유가 있었던 거다.



지난 국어수업에서 해를 거듭할수록 칭찬받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의 실태를 절감했다면,

 1/3 남짓 참석하신 우리반 학부모님들만

감화시키고 말 게 아니지 싶다.


방법을 바꾸고자 자율시간, 격려노트를 꺼낸다.

모두 나누어 주고도 3권이 남는다. 허허.

준비된 여자! 격려담당, 최윤미가 바로 나다.


법제정 프로젝트의 1단계가 함께 읽기.

후속활동이 핵심가치 범주화였다면?


격려수업의 1단계 역시 아이들을 모아 앉혀두고

그림책부터 읽는다. 5학년에게? 라고 묻는 데도 자신있게 "맞아!5학년이라서!"라고 답한다.


그러고 나면 아이들은 이미 피운 민들레씨앗(내가 이미 깨워 자신있는 덕목), 잘 개화한 노란 민들레꽃(대개 잘 이행하고 있는 덕목들), 아직 피우지 못하고 웅크린 봉우리(내 안에 있지만 용기 내어 실천하지 못한 것들)로 나누어 스스로를 들여다본다.


5분만요~

쌤~3분만 더 주세요

기대이상으로 진지하다. 오~~!

매번 아이들이란 그렇다. 나의 교육적 의도보다 한층 농도깊게 몰입하는 모습을 기어이 보여준다.



엄마에게 물건을 던졌다며 우는 아이,

집에만 가면 가슴이 답답하다는 아이,

요즘 내 마음의 상태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짜증'이라던 아이,

좋아하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다는

무기력한 아이.


설사 칭찬을 받을 수 없어 외로울지 모르지만,

얼마든지 받아도 좋은 것이 바로 '격려'다.


내가 격려수업 연수 제작에 흔쾌히 참여했던 이유도. 자비를 들여 아이들의 격려노트를 매해 꼭 준비해 두는 이유도. 이때다 싶으면 언제든 적기에 꺼내드는 이유도.


모두 같다.


성취가 뛰어나거나,

남보다 앞서나가는 아이를 두고 할 수 있는 게 칭찬이라면.


격려란..

잘하고 못하고에 방점을 찍지 않아도 될 몹시 자유롭고 유연한 위로다. 봄을 닮은 포옹이다.


잔뜩 물들이면 좋겠다.

내 행동에, 내 눈살에, 목소리에..

괜찮은 아이에겐 괜찮다고.

안 괜찮은 아이에겐 그래,너 안 괜찮을만 하다고.

어렵지 않다면 이왕이면 격려해줄 수 있는 어른이 많아지면..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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