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rosi Mar 21. 2024

같은 슬픔

다른 깊이

열 세살 봄,

엄마를 잃었다.


예고없이 단숨에 떠나

눈도 마음도 놀라기 바빴다.


엄마를 잃기에

어리기도, 아니기도 한 

나이.



교실 안.

어제와 오늘의.. 그  다른 공기를

오로지 나만 느껴야 하는 게 억울해서

소각장 뒤에 숨어 한참을 울었다.


소리도 내지 못하고 날숨없이 숨을 삼키기만 거듭하며 울다가..

교실이 아닌 빈 집으로 발길을 돌리고는.

꾸역꾸역 그렇게 그 해를 보냈다. 홀로 견뎠다.


하루하루를 잘 보내주질 못했을 테지만..

시간이란 그저 내버려두면 저 혼자 흘러 가던가.

그렇게 나를 중학교에 진학시켜 주었다. 땡큐.




기초조사서

[우리 선생님께 전하고 싶은 말  또는 꼭 남기고 싶은 말씀을  자유롭게 써 주세요]


아이들을 보내고, 조용한 교실

취합해 둔 기초 조사서를 펼쳐 든다.



친부 사망

네 글자에

 세살 몹시 어렸던 소녀가 차마 내지 못했던

소리를 이제야 요란스럽게 내며 울었다. 오래도록

텅빈교실이 울리도록 울었다.


간단한 네 글자에

가볍고 행복했던 학기 초 마음 무게가 제법

무거워진다. 흐려진 안구 상태부터 대강 수습하곤

꾹꾹 눌러담아 편지를 썼다.

보내질지 모를 글을 서둘러..다만 정성스레 쓴다.



사춘기 여자 아이에게

아빠의 빈 자리란 어떤 깊이의 슬픔일까.


○○야,

우리.. 같은 이름, 다른 깊이의 슬픔을

안고 있었구나. 선생님은 소리도 내질 못하고

혼자 몸도 마음도 숨겨가며 울었었는데...

네가 울 때는 ○○곁에 안아줄 이가 꼭 있었으면

좋겠어. 네 슬픔의 깊이를 차마 헤아릴 수 없어

미안하고. 이렇게 예쁘고 바르게 잘 커서 내게 와 주었으니 고맙다고 말해야겠다.


내가 네 곁에 괜찮은 어른이 되어줄게. 꼭!



○○이 어머니께서 참석하신다기에

여느강의 보다 더 정성을 다해 부모교육을

준비했다. 그리고 그 어느때 보다 진심을 담아

마이크에 마음을 전해 보낸다.

○○이가 성장하며 절대 여느아이들과 다른

[정서격차]가 생기지 않기를 기대하는 마음을

절절하게 담아 보았다.


누구보다 단단하기를.

누구보다 야무지게 세상 구석구석 부딪혀 살아가기를.


어머니를 향해, 아이를 향해 응원을 보낸다.



* 학부모총회 및 강의 일정으로

연재일을 지키지못해 죄송한 마음 전합니다*

이전 02화 변한 건 누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