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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osi Nov 23. 2024

개집사의 후회

센스천재 김호윤


2023년 주룩주룩 비가 오던 날

나의 눈에서도 비가 내렸다.


띠. 띠. 띠

한창 쉬고 있는데 현관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 집 강아지 또래가 엄마와 산책을 다녀온 것이. 엄마는 나에게 또래 발을 닦아 달라고 부탁하시곤 누나와 함께 다시 외출하셨다.


귀찮다는 생각을 접어두고, 물티슈를 가져와 또래의 발을 닦아 주러 다가갔다. 

또래는 어쩐 일로 무서웠는지 나를 피해 사방으로 뛰기 시작했다. 초 흥분상태!

그렇게 또래가 소파를 넘나 들며 뛰자 소파에 누워 주말을 만끽하시던 아빠가 녀석의 꼬리를 잡았다.

감히 이 집 세대주의 평화를 방해한 죄.



스윽  쿵!


아빠의 손이 미끄러지면서 순간 벽에 부딪힌 우리 집 강아지, 또래. 

대수롭지 않게 주섬주섬 물티슈 뚜껑을 닫는 일에 몰두하다 무심코 고개를 돌렸던 내 입에서  괴성이 터져 나왔다. 또래가 걸을 때마다 적잖은 양의 피가 묻어 나오는  게 아닌가. 가슴이 뛴다. 마구 뛰기 시작했다.


난 너 놀라 또래를 덥석 안고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사실 살필 이유도 없었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시뻘건 피가... 그래! ! 흑...

또래의 발에 피가 흐르고 있었던 거다.

순간 얼음이 되었던 뇌가 움직임을 찾자, 제법 민첩하게 내 손과 발이 일을 했다. 학교에서 심폐소생술을 배우던 순간처럼 뭔가 책임감이 밀려왔던 것 같다. 빠르지만 조심스레 또래의 발을 닦아 주었다. 


야속하기도 하지. 피는 계속해서 흘렀다.

자세히 살피다 말고 다시 한번 괴성이 터져 나왔다.


 악!  


발이 아닌 꼬...꼬리.

꼬리에서 피가 나고 있었 것이다.

나는 이 사실을 빠르게 아빠께 전했고,

아빠는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다.

곧이어 엄마와 누나가 달려왔다.

그렇게 우린 또래를 안고 동물 병원에 갔다.

엄마의 바지는 피로 범벅되고 나와 누나의 눈은 시간이 갈수록 벌건 비를 뿌렸다.


15분 또래 없이 엄마 홀로 진료실에서 나왔다. 엄마는 또래가 수술을 해야 된다고 하셨다.

그날 하루가 어떻게 흘렀고, 비가 얼마나 내렸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


그렇게 다음날 눈을 떴는데 이상할 정도로 주변이 조용했다.

다행히 또래의 수술은 무사히 끝났고, 녀석은 다시 우리 곁으로 와 주었지만, 산책 후 발을 닦아 줄 때면 나는 항상 그날을 떠올리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리고 매번 눈가가 촉촉해진다.

 


그날 우리가 조금만 조심했다면... 

또래가 괜찮않았을까?


후회를 종종 해보는 경험이 누구에게나 보탬이 된다는 선생님의 퍼즐 같은 말씀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


이제! 개집사 김호윤의 후회가 또래의 안전을 책입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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