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 머리 앤_루시 모드 몽고메리
3월인데도 ‘설국’을 연상시키는 눈 덮인 산을 본다.
빨리 봄이 왔으면 좋으련만 왜 이리 우리의 마음을 애태우는지 모르겠다.
이제 곧 봄 꽃들로 온 세상이 뒤덮일 텐데…
꽃을 생각하면 나의 가슴을 뛰게 하는 책이 있다.
나의 사랑 [빨강 머리 앤]이다.
봄이 시작되면 꽃이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하지만 ‘앤‘은 항상 꽃과 웃음과 사랑을 선사한다.
특히 백합이 피는 6월의 향기는 봄을 지나고 잎들이 무성하고 푸르를 때 우리를 더욱 성숙하게 만든다.
6월의 하얀 백합꽃의 향기를 난 맡아보았기에 앤을 읽으며 그것을 잊을 수 없어 잠을 설친다.
작약 속 백합...
주근깨 투성이에 빨강 머리, 끊임없는 상상의 나래를 펼친 소녀의 이야기가 나를 이리 가슴 뛰게 한다.
작년 봄 벚꽃길을 딸과 함께 걸었다.
딸이 과제를 제출하고 시간이 났다며 집에 내려왔다.
딸과 오랜만에 수다로. 웃음꽃을 피웠다.
밥을 먹고 농소천 길을 걷노라니 길 양쪽에 핀 벚꽃이 꽃비를 내렸다.
계룡에 이사 와서 가장 좋은 것은 일부러 꽃놀이를 가지 않아도 꽃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딸과 걸으며 말했다.
“딸~ 엄마도 앤과 다이애나와 같은 그런 찐 친구가 있으면 좋겠어~”
딸도 나도 그러면 좋겠다고 했다. 같은 책을 읽으니 이런 점은 좋다. 아이와 이야기가 통한다.
결혼과 동시에 친구들과의 연락도 많이 끊어지고 관계도 흐지부지 되었다.
앤은 수다쟁이다. 다이애나와 만나면 수다스럽고 장난기 있는 친구지만 참 매력적이다.
나도 정기적인 만남을 갖는 친구도 좋지만 만나고 싶을 때 만날 수 있는 그런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그래도 옆에 딸이 친구 역할을 해 준 날 앤과 다이애나의 이야기를 나누며 친구가 되어서 좋았다.
나는 ‘앤‘이 좋다.
어느 누구의 잣대로 비교할 수 없고 예쁘고 번듯한 집안의 아이들과 다른, 꾸미지 않았지만 아름다움을 가진 앤은 또 다른 나이기를 꿈꾸는 것 같다.
앤의 몸짓 하나하나, 생각과 꿈...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들이 순탄치만은 않았지만, 열정과 끈기만큼은 어른이 된 나도 가슴 뛰게 한다.
자신의 삶을 비관하지 않고 감사하며 자신은 지신이기를 바라는 모습이 내가 가지지 못한 저이어서 더욱 그럴까……
앤의 향기에 계속 취할 것 같아... 빠져나올 수 없는 그 무언가에 붙잡혀 버린 내 안의 빨강 머리 앤...
어른이기 전에 나도 어린 시절이 있었기에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버린 시간여행이다.
“오늘 아침에는 절망으로 구렁텅이레 빠진 기분이 아니에요. 아침에는 절대로 그런 기분이 들지 않아요. 아침이 있다는 건 정말 굉장한 일 아니에요?”
“오늘 하루는 힘들었지만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 감사했어요.”
“전 어느 때보다 꿈에 부풀어 있어요. 단지 방행이 바뀐 것뿐이에요. …. 그 길을 따라가면 수많은 이정표를 만나게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제 전 모퉁이에 이르렀어요. 그 모퉁이를 돌면 뭐가 있는지 모르지만 가장 좋은 것이 있다고 믿을 거예요. 길 모퉁이는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어요. “
나이를 먹어 가며 내가 가지 못한 길을 헤치며 살아온 이 시간들을 돌이켜 본다. 우리의 삶은 어떤 이정표를 지나왔을까?
아직도 우리의 삶의 길을 찾아가고 있는데 나는 어떤 기대감을 갖고 살아가고 있는지 잠시 숨을 고르며 생각했다.
어른이 되어도 앤이 그리워서 책을 펴고 또 펴본다.
매력적이고 자신의 삶에 진취적이고 긍정적인 앤의 향기가 좋아서 나는 오늘도 몸살을 하고 있다.
사랑스럽다.
앤이 사랑했던 모든 것들이 내 맘속에 그득히 담긴다.
“전 한순간도 즐겁지 않은 적이 없었어요”
요즘 힘든 시기를 지나는 우리에게 힘 있는 메시지를 남겨준다.
앤의 삶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지만 어떤 자세로 임하며 살아가야 하는지 내 마음을 다독여 준다.
그래서 힘을 얻고, 마음의 기쁨을 얻는다.
앤의 향기가 흘러 아직도 나를 흔든다.
굿나잇, 앤... 읽은 후 앤과 인사를 한다.
오늘은 또 어떤 꿈을 꾸고 상상의 기쁨을 누리고 있을 너를 나도 꿈속에서 만나고 싶다. 너의 향기를...
덧)발행 시간을 다른 글과 착각을 했어요ㅜㅜ 늦었네요~ 앞으론 잘 챙기도록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