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25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광야에서 맨 몸을 갈아버린 것 같은 아버지

바다의 기별_김 훈

by 서수정 Mar 23. 2025

 지난해 추석 명절을 보내고 휴일 끝자락에 책 한 권을 들고 집 앞 카페에 앉았다.

명절이어도 그리 분주하지 않은 탓에 여유를 부리게 된 것도 감사했다.

추석은 유독 아버지가 생각난다.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 후 우리 형제들은 추석을 맞이했었다.

그래서인지 뽑아 든 책은 ‘바다의 기별’이라는 김 훈 작가님의 에세이였다.

커피 한잔의 여유와 독서의 시간은 오롯이 나의 마음을 대면할 수 있어서 좋다.


‘바다의 기별‘을 읽다가 갑자기 눈물이 복받쳐 올라왔다.

김 훈 작가님의 아버지에 관한 내용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아버지 생각을 하며 눈물이 났다.

나의 아버지도 광야에 맨 몸을 갈아버린 것 같은 삶을 산 것처럼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는 60년대 혼란하고 포악한 시대에 군인이라는 직업을 갖고 헌신하고 충성하는 삶이 얼마나 힘들고 고독하고 슬펐을지…..

김 훈의 아버지도 “달릴 곳 없는 시대의 황무지에서 좌충우돌하면서 몸을 갈고 있었던 것이었다”라고 표현해 내 마음에 퐁당퐁당 조약돌을 던지는 듯했다.

허클베리핀의 아버지를 닮아 돈은 안 벌어 오고 집에도 안 들어오는 사내임에도 김 훈은 아버지 편이었다고 한다.

아버지의 삶은 죄업과 울분과 방황이 풍화되어 편안하게 누워 계신다고……


나는 아버지를 많이 미워했다. 같이 있는 시간보다는 떨어져 지낸 시간이 더 많아서 서로에 대해 편하지 않은 사이였다.

하지만 아버지는 딸들이 집에 와도 설거지와 커피까지 손수 해주시는 분이셨다.

아버지가 마지막까지 생명의 줄을 붙잡지 않은 것은 자신의 굴곡진 삶이 힘들고 삶의 짐을 내려놓고 싶어서 그리 오래 사시지도 못하고 돌아가셨나 싶은 생각을 했다.

입원하시고 3개월 만에 돌아가실 줄 알았더라면 좀 더 삶의 짐을 내려놓고 가시도록 자식들과 마음을 나누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감사했다. 더 이상 힘들지 않으실 테니……



“모든, 닿을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품을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만져지지 않을 것들과 불러지지 않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건널 수 없는 것들과 모든, 다가오지 않는 것들을 기어이 사랑이라 부른다. “


“내 아버지는 공회전과 원점회귀를 거듭하는 한국 현대사의 황무지에 맨 몸을 갈았다. 그는 비명을 지르며 좌충우돌하면서 그 황무지를 건너갔다.

건너가지 못하고, 그 돌밭에 몸을 갈면서 세상을 떠났다.  (…) 그것이 아버지의 가엾은 ‘광야‘ 였다.”


우리네 인생도 굴곡진 삶이 많을 터 모진 비바람에 견뎌 내고 깎이고 다듬어져야 그저 견고하고 담담하게 서있는 소나무처럼  고상한 나무 같을까?

나의 아버지도 세상의 비바람과 마주하며 자신의 인생을 맨 몸으로 견디시고 항상 자식들에게 미안해 하셨을 아버지를 생각하니 추석 명절에 더욱 서럽게 울고 싶은가 보다.

그냥 이 책이 무심히 찬 공에 머리 한 대 맞은 것처럼 공감이 올라왔다.

그 아버지나 내 아버지나 험난한 세월 풍화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지….

이제는 추억으로 아버지를 기억하지만 그래도 영원한 나의 아버지….






이전 05화 우리는 고요속에서 지혜와 통찰의 힘을 얻는다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