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며칠 동안 머리를 싸매고 공부를 시작했다. 적절한 대상을 물색하고, 이후의 상황들을 시뮬레이션하고, 조력자를 구하고 작전을 짰다.
목표는 물론 아름답고, 순수한 사랑을 시작하는 여정이었다. 앞으로 일상을 바꿀 것이고, 기쁨이 돼 줄 것이고, 어쩌면 우리를 영영 바꾸어 인생의 전환점이 될지도 모르는 중요한 일이었다. 며칠간 이 새로운 만남에 너무도 설레었다. 이 납치극은 순수한 사랑을 보장하는 확실한 방법이었다.
우리는 앞으로 영원히 행복하게 함께 살게 될 것이다. 함께 살게 될 순수한 생명을 위해서, 안락하고 귀여운 집도 마련하고, 자질구레한 준비를 하면서 기대에 차서 그날을 기다렸다.
마침내, 철저한 계획으로 준비해 온 그날이 왔다.
먼 길을 달려서 약속된 장소 근처에 주차를 하고 도착을 알렸다. 우리를 도와줄 조력자는 미리 마중 나와 있었다. 그 사람은 먼 길을 달려온 우리를 최대한 도와주었다. 한 주택단지의 뒷마당에서 최대한 조용하고 빠르게 행동하라고 우리에게 지시했다. 납치극의 낌새를 알아차리면 일이 매우 피곤해진다고 말했다. 흥분된 마음을 자제하면서, 조용히 행동하려고 노력했다. 조용하면서 평화로운 만남의 순간이었다.
이제 세상에 나온 지 갓 두 달이 채 안된 작고 꼬물꼬물 한 새끼들을 만날 것을 기대했지만, 이미 5kg 넘는 생각보다 큰 털뭉치였다. 그저 쫄랑쫄랑 움직이고 별생각이 없어 보이고, 경계심도 없고, 신나서 반기지도 않는 멍하고 부드러운 생명체를 만지고 살펴보다가 건강할 것 같은 한 마리를 골랐다.
그 자리에서 빠르게 입금을 하고, 그 사람은 너그럽게도 당분간 사용할 용품들을 나눠주고, 필수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조용히 작별 인사를 나눴다. 모든 것이 성공적이고, 만족스러웠다. 이제 조용하고 빠르게 돌아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나, 같이 간 내 동생이 마음을 바꿨다. 먼저 골라서 데려가려던 강아지의 혓바닥에 검은 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함께 할 미래에 오점을 허락할 수 없어서 다시 돌아갔다. 혓바닥에 점이 없는 다른 강아지로 데리고 출발하려는 순간 굵고 긴 하울링 소리가 들렸다.
당황한 우리를 두고 개 주인은 행운의 말을 건네면서 괜찮다고, 빨리 돌아가기를 재촉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걱정 말라고 했다. 며칠 동안 준비한 우리의 납치극은 그렇게 대충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하울링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자마자 우리는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개주인 앞에서는 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쏟아 놓았다. 두 달밖에 안된 강아지가 생각보다 너무 크다거나, 차비 몇만 원을 깎아줘서 좋았다거나, 이런 용품까지 있어야 하는 줄 몰랐다면서, 앞으로 쇼핑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저렴하게 잘 성사된 쇼핑과 오점하나 없는 귀여운 강이지 덕분에 돌아오는 길은 오후의 햇빛처럼 따뜻하고 평화롭게 기억된다.
이제 막 낯선 차에 탄 강아지는 반응도 없고, 두려워하는 기색도 없이 멍하게 차 안에서 잠을 잤고, 우리도 아직 강아지가 막 사랑스럽고 하기보다는 무사히 건강한 강아지를 데려온 것, 별문제 없이 시작하게 된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어미개의 울음소리는 별로 기억도 나지 않는다. 우리는 좋은 견생을 선물할 좋은 납치범이니까 괜찮을 것이다. 다 원래 그렇게 하는 것이다.
남겨진 개보다는 앞으로 함께할 우리 개에게 잘해주면 된다. 아름답기만 한 것은 세상에 거의 없다. 어쩔 도리가 없었다. 다른 방법이 있었다면, 시도했을 테지만, 모든 삶은 아픔을 딛고 시작된다. 우리는 이별을 상쇄하고도 남을 사랑을 줄 것이다. 이 보장된 순수한 첫사랑은 주도면밀하고 성곡적인 납치극으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