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숙소를 오픈한 지 벌써 4개월이 지났고, 지금까지 20팀 이상이 다녀갔다. 대부분은 무난한 게스트였지만, 다른 호스트들의 글에서 보았던 진상 게스트도, 난감한 게스트도, 골치 아픈 게스트도 다 경험했다.
오픈 첫날, 첫 번째 난관에 봉착했다. 첫 게스트라 더 많이 신경 쓰고, 웰컴 키트까지 준비하며 정성껏 맞이했다. 그들은 예약상태가 이상하다며 취소를 해주면 직접 송금을 하겠다고 했고, 순진하게 그 말을 믿은 나는 취소수수료 없이 예약을 취소하는 것에 동의했다. 예약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그런 식으로 ‘직거래’를 하기도 한다는 것은 후에 알게 되었다. 그런데 정말 기가 막히게도 그들의 취소에 동의하는 통화를 하는 동안 다른 게스트가 같은 날짜에 예약을 했고, 새로운 예약을 취소하기 위해 나는 상당한 금액의 페널티를 물어야 했다.
액땜 혹은 값비싼 수업료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소중한 첫 게스트에게 페널티까지 물어내라고 할 수는 없었고, 그렇게 그들은 이틀 후 체크아웃했다. 20대의 여자 4명이 집에서 무엇을 하고 놀았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이 떠난 후 부서진 식탁의자를 발견했다. 하필 직거래라 보상청구를 할 수도 없었고, 게스트에게 사정하다시피 하여 절반을 보상받았다. 그렇게 첫 게스트맞이는 마이너스 수익으로 기록되었다.
오픈 2개월 째의 어느 새벽, 당장 체크인할 수 있냐는 게스트의 연락을 받았다. 마침 집이 비어있던 터라 이른 시간에 체크인하도록 했고, 이틀 후 체크아웃이 조금 늦어져 마주쳤을 때에도 예의 바르게 인사하던 인상 좋은 청년들이었다. 그들이 떠난 후 숙소에 들어섰을 때, 진한 향수냄새 외에 특별한 점을 느끼지 못했다. 쓰레기를 하나도 남기지 않은 것을 보고 뒷마무리까지 깔끔하게 했구나 싶어 내심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5분 후, 작은 방에서 무선 청소기를 돌리던 중, 청소기 안으로 노란 액체가 가득 빨려 올라오는 것을 발견했다. 소변이었다!
방구석 모퉁이에 소변이 한가득 고여 있었다. 벽지의 두 면을 적시고 장판 아래로 스며들었으며, 바로 옆 협탁의 뒷면과 무선 청소기까지 소변 테러를 당했다. 어느 숙소 후기에서 한 커플이 침대 한가운데 응가 테러를 하고 갔더라는 글을 본 것이 문득 떠올랐다. 하지만 오픈 한 달 기념일에 소변테러라니! 침대가 아닌 걸 다행이라 생각하자 스스로를 다독이며, 침구를 세탁기에 넣으려는 순간 이번엔 침구 여기저기 묻어있는 작고 가는 핏자국들을 발견했다. 침대 머리맡 벽지도 망가져 있었고, 협탁 위에는 손바닥 크기의 불에 그을린 자국이 남아 있었다. 부들부들 떨며 게스트에게 연락했지만 당연히 답은 없었다.
이 일은 나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안겨 주었다. 사진을 꼼꼼하게 찍어 숙박 플랫폼에 보상청구를 했지만, 그 절차는 너무나도 번거롭고 비합리적이었다. 그들은 단순 물적 증거가 아니라 전문가에게 피해내용에 대한 평가와 견적을 받아 보내라는 요구를 했다. 5주 넘게 본사와 이메일을 주고받고, 한국지사와 전화로 실랑이를 하며 몸상태가 매우 안 좋아졌다. 도저히 더는 못하겠다 싶어 그들이 제시한 금액 - 청구금액의 절반 - 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일을 마무리한 다음 날, 나는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고 병이 재발했다는 판정을 받았다.
역시 세상에 쉬운 일은 없었고, 그중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늘 가장 어려운 부분이 ‘사람‘이었고 입버릇처럼 “골방에 갇혀서 혼자 일하고 싶어” 라고 했었는데, 자영업에서도 제일 어려운 것은 ’사람‘이었다. 나는 그중에서도 난이도 최상인 서비스업을 선택한 것이었다.
이후에도 감당하기 어려운 게스트가 몇 팀 있었고, 청소를 도와주는 분의 위생 관념도 나의 그것과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그분이 정말 기본적인 청소를 하고 난 후, 내가 마무리해야 하는 부분이 6할 이상이었다. 정말 내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공유 숙소를 시작한 지 100일 정도 지나자, 마음가짐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위생관념에 있어, 내 기준이 아닌 다른 사람의 기준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깔끔 떠는 내 성격 때문에 내 노동량이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정말 골치 아픈 게스트 몇 팀을 겪고 나니, 다른 게스트들이 모두 훌륭해 보이는 긍정적인 착시효과가 생겼다. 처음에는 나를 많이 힘들게 했던 문제들에 점차 익숙해지면서, 스트레스의 강도도 서서히 낮아져 갔다. 오픈 4개월 차에 들어서면서 제법 호스트다운 마음가짐을 가지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어제 아침, 나는 ‘슈퍼호스트’가 되었다는 이메일을 받았고, 내 사진 옆에는 작은 메달이 하나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