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의 흔적
몸에 부딪히는 옷을 자주 잊는다.
씻고 나온 몸으로 옷장을 열고 고르지만,
무엇을 입었는지 금세 흐려진다.
옷은 몸을 따라 움직이면서도 아무 말이 없다.
낡은 셔츠의 소매를 걷어 보면 시간이 묻어 있다.
해진 실밥과 바랜 색깔,
옅게 남은 냄새들이 지나온 날들을 떠올리게 한다.
언제나 함께했지만, 그것을 벗어두고 다시 잊는다.
옷은 몸의 흔적을 품으면서도 항상 그 자리를 떠났다.
바람에 펄럭이는 셔츠를 보면,
옷이 몸을 떠난 뒤에도 어딘가에서 계속 흔들릴 것 같다.
옷은 나를 감쌌지만, 결코 나의 것이 되지 않는다.
그렇게 옷은 입혀지고 벗겨지며 흔적을 남긴다.
그러나 그 흔적은 나보다 더 오래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여러분 옷에 남은 추억은 뭔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