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움에 관하여
엄마 이것 좀 봐
아이가 학교 갔다 와서 조용히 공책을 펼쳐서 보여준다. 뭔가 하고 보았는데 글자들이 가지런히 쓰여 있다.
1학년때는 곧잘 썼는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한글이 지렁이가 왔다 갔다 하는 것처럼 알아보기 힘들게 썼다.
"뭐라고 썼는지 모르겠어"
"ㅇ 이야? ㅁ 이야?"
"이렇게 쓰면 너도 나중에 보면 못 알아보잖아"
온갖 잔소리와 함께 회유도 해보고 협박도 해 보았다. 하지만 혼날 때만 고쳐지고 며칠이 지나면 또다시 돌아가서 들쭉날쭉 춤을 추는 공책을 보았다. 최소한 줄이 왜 처져 있는 줄 아느냐고 줄에만 맞추어서 쓰면 글씨가 잘 쓴 것처럼 보이고 띄어쓰기하고 글자들을 일정하게 써보라고 했다. 너무 글자를 예쁘게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아이와 싸움만 커가고 지적만 늘어 잘 쓴 것을 보일 때만 말을 했다.
"이 글자는 정말 잘 썼다."
"이렇게도 쓸 수 있으면서 그동안 아껴 둔 거구나"
아이 스스로인지 아니면 선생님의 힘인지 모르겠지만 정성껏 써서 엄마에게 보여준 것을 보여주며 자랑하고 싶었던 것이다. 글씨를 잘 쓰는 아이는 정말 어른 글씨처럼 아주 잘 쓴다. 아이도 주변에서 충분히 볼 것이다. 자신이 그들과 비교하면 못쓰지만 자기는 최선을 다해서 글을 쓴 것이고 자신이 보아도 너무 잘 썼다고 생각이 들었을 던 것이다.
너무 잘 썼네 라는 미소 짓는 엄마의 칭찬에 아이는 입꼬리가 씨익 올라가면서 아무 말 없이 자기 방으로 공책과 함께 갔다. 스스로가 자랑스러웠을 것이다.
살아가면서 스스로가 자랑스러워지는 경험은 매우 소중하다. 어릴 때는 어른이 볼 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어른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해내면 얼마나 기분이 좋고 스스로가 대견하고 자랑스러워 어깨에 한껏 뽕이 솟는다.
어른이 되어도 스스로가 자랑스러워지는 일은 매우 기분 좋은 일이다.
점점 남편이나 자식이 잘 되는 모습을 보며 자랑스럽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지만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느끼는 때가 가뭄에 콩 나듯 적어진다.
아이가 상을 받을 때, 다른 아이보다 잘했을 때, 다른 아이들은 하지 못하는 것을 우리 아이가 너무나 잘 해낼 때 등등 여러 가지 이유로 대견함을 느끼면서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갈수록 생활에 주어진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하다 보면 시간이 없다는 생각에 나 자신이 자랑스러워할 만한 일 자체를 시작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무엇인가 시도하고 도전해 보아야 성과물이 나타나야 자랑스러워질 텐데 말이다.
하지만 sns에 명품물건을 샀다고, 좋은 집에 산다고 , 난 이런 곳도 가봤다고, 이런 맛있는 것도 먹었다고 자랑 사진들을 올린다. 이것들을 갖고 있고 해 봤다고 자랑을 하는 것도 하나의 자랑스러운 마음을 갖게 하는 방법도 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것을 갖고 있고 해 봤다는 것을 남들에게 보여주는 것으로 남들에게 보여주고 자랑할 수 있다. 여기에서 자랑스러움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나 스스로가 자랑스러워서 대견하고 기특함을 느끼는 감정의 자랑스러움을 말하고 싶다. 어느 신문에서 가정형편상 학교를 다니지 못해서 한이 되어 할머니가 되어서 한글에서 배우기 시작하여 대학교까지 다니게 되었다. 할머니의 아들은 어머니가 포기하지 않고 해내시는 모습을 보면 너무 자랑스럽다고 인터뷰한 기사가 있었다. 이 당사자 할머니도 본인이 너무나 자랑스러웠을 것이다.
이처럼 스스로 자랑스러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 너무나 뿌듯할 것이다.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느끼면서 자랑스러움을 느끼는 삶을 살아가면 좋을 것 같다.
각자의 인생에서 스스로가 뿌듯함을 느끼면서 자랑스러워하면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자랑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사진 출처: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