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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이 Mar 24. 2023

안달이 복달이

조바심에 관하여

지금 안 나가면 늦어!

5분만 더 있으면 지각이야!

좀만 빨리 일어나면 뛰어가지 않아도 되잖어





학교 가는 평일 아침의 대화다. 대화라고도 볼 수 없다. 일방적인 나의 목소리이다. 아이는 아무 대꾸하지 않고 그냥 서둘러서 문밖으로 사라진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잔소리가 많아질수록 아이와의 관계만 나빠지게 되니 서로 말을 아끼게 되는 것 같다. 나의  조바심의 표현으로 잔소리로 표출된다. 예전에 비하여 조금 줄어들었지만 지각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말을 했던 것 같다.

  아이가 이제는 아기도 아닌데 항상 어리게만 생각했던 것 같다. 모든 나의 손을 거쳐서 해결하던 아이가 어느 순간 자신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면서 서서히 엄마와 분리되고 독립된 개체가 된다.










 아기를 보면서는 '언제 클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육아를 하다가 어린이집에 들어가고 학교에 들어가면 '언제 이렇게 컸지?라는 생각으로 바뀐다.

하지만 아직도 엄마 눈에는 어린아이처럼 보여 안달복달하게 된다. 먹는 것이며 입는 것이며 모든 것이 어설프고 오래 걸리고 미흡해 보이니 자꾸 간섭하게 된다.  내가 도와주면 시간도 줄고 완벽하게  되기 때문에 자꾸 간섭하게 되게 되는 것이다.

이것 해라, 저것 해라.라고 하면서  빠르게 해 내지 못하면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다가 '엄마가 해줄게'라는 말이 바로 나오게 된다. 





 다른 아이와 비교가 되니 더욱 조바심을 내게 된다. 집에서 봤을 때는 비교 대상이 없다 보니 내 아이가 다 잘하고 있다고 , 이 속도가 맞는구나 하지만 학교라는 사회 집단에 들어가면 말은 달라진다. 내 아이보다 잘하는 아이가 존재하다 보니 벌써 저 집은 이렇게 많이 했단 말이야 혹여 내가 시키지 않아서 우리 아이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마음에 아이를 잡게 된다. 옆집아이는 벌써 이것도 할 줄 알아. 너도 해야지 라며 닦달하게 된다.

학교 가기 전에 한글을 떼는 것뿐만 아니라 숫자를 익히고 셈하기와 구구단 외우기까지 했는지 비교가 된다.

우리 아이는 놀이터에서 땀 범벅으로 꼬질꼬질해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만난 옆집아이는 가방 메고  학원 갔다 온 모습을 보며 우리 아이를 향한 조바심이 또 발동한다.

'어릴 때는 뛰어노는 것이 중요하잖아'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빨리 집에 가서 한글 공부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가득 차서 발걸음을 재촉하게 된다.






  또한 눈에 딱 보이는 아이의 키도 엄마의 조바심을 일으키게 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이다.  저 집 아이도 밥도 잘 안 먹고 , 편식하는 것 같았는데 둘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에 자연스레 키가 비교되면서 우리 아이보다 크면 조바심이 난다.

특히 키 작은 친구들 엄마들은 키 크는 비법을 찾아 눈이 반짝인다.  시기 질투 어린 말로 ' 좋은 것 먹이나 봐' 따로 보약 먹이는 지도 묻는다.  지난번에는 우리 아들이 컸는데 이번에 보니 옆집 아이가 크면 왜 그런지 원인 파악에 나서며 키 키우기  관심을 쏟게 된다.




아이가 커가면서도 이런 비교는 계속된다. 학원레벨, 선행진도, 기타 예체능에서도 몇 가지를 하네 하며 끊임없는 비교와 함께 엄마의 조바심은 계속된다. 우리 아이만 못하게 되면 안 되는데 뒤처지면  안되는데 하면서 말이다.




 이런 조바심은 항상 존재한다. 어른이 되어서도 학교에서 뿐 아니라 사회에 나가서도 어른이 되어도 사회가 정한  통념에 따라 남들 따라가다 보면 조바심은 계속된다.  이때쯤이면 학교 졸업 후 취직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를 키우고 그 아이가 자라 결혼을 하고  손자를 볼 때까지도 계속된 조바심은 존재하게 될 것이다.

과연 그 조바심을 어느 정도 본인이 조정할 수 있는 것인가에 따라서 달라지게 된다. 남을 의식하지 말고,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 




한때 유행가가 생각난다. 

젓가락질 잘해야만 밥을 먹나요. 

젓가락질 못해도 밥만 잘 먹지.

나는 나예요.

걱정 말아요.

 




안달복달해도 어차피 시간은 흐르고 , 다 내 맘 같지 않으니  아이를 믿고 바라봐야 한다.

조바심보다는 기다릴 수 있는 여유로움이 더욱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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