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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 맛집, 미국 도서관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

Donald Dogun OC library

by 도럽맘

주말마다 아이와 새로운 도서관을 방문할 때마다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있다. 바로 도서관 근처에 공원이나 놀이터가 있는지다. 도서관 여행이 단순히 책을 읽는 활동에 머무르지 않고, 아이에게 신나는 놀이의 연장선으로 남기 위해서는 주변 환경도 중요하다. 이건 지난 1년 동안 미국의 도서관 40곳 이상을 탐방하며 터득한 나만의 노하우다.


구글 맵은 이런 도서관 여행을 준비하는 데 있어 최고의 도구다. 도서관 이름을 검색하면 지도에서 주변 시설을 살펴볼 수 있다. 먼저 간식거리를 사 먹을 마켓이나 음식점이 있는지 확인하고, 잠시 쉬어갈 공원이나 놀이터의 위치를 찾는다. 운이 좋으면 바닷가나 미술관 같은 특별한 장소도 함께 들를 수 있다. 이렇게 구글 맵에 장소를 순서대로 저장하면 하루 일정이 완성된다. 아이와의 도서관 여행은 그 자체로 작은 모험이 된다.


캘리포니아 코스타 메사에 위치한 Donald Dungan OC Library를 방문하기로 했다. 자주 가던 뉴포트 비치 근처라 도서관을 둘러보고, 근방의 이케아도 들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도서관 바로 옆에 있는 라이온스 파크(Lions Park) 가 매력적이었다. 구글 사진으로 본 놀이터는 단순하지 않았다. 군비행기 모양의 놀이 기구와 집라인 그네까지. 이곳은 분명 놀이터의 “맛집”이었다.


도서관은 2019년에 새로 개관해 현대적이고 세련된 외관으로 유명했다. 아이 학교가 조금 일찍 끝난 수요일 오후, 우리는 코스타 메사를 향해 출발했다. 30분 정도 달리니 바닷가 도시의 경계가 시작되었다. 고작 30분 거리였지만, 풍경이 달라지니 이미 여행의 설렘이 가득했다. 도서관에 도착하니 사진에서 보던 그대로였다. 깨끗하고 멋진 외관에 감탄하며 들어섰다.


마침 도서관에서는 “Back to School” 특별 프로그램이 열리고 있었다. 새 학기를 준비하며 아이들이 무언가를 직접 만들어 보는 활동이었다. 예상치 못한 이벤트에 우리 모녀는 더 신이 났다. 프로그램이 끝난 후 어린이 룸에 들어섰는데, 커다란 창문 너머로 힙한 놀이터가 눈앞에 펼쳐졌다. 아이들이 책에 집중할 수 있을까 걱정될 만큼 유혹적이었다.


엘리도 마찬가지였다. 1분 1초라도 놀이터로 뛰쳐나가고 싶어 했다. 겨우 책 5권을 읽고 나가기로 약속한 뒤에야 앉혀 둘 수 있었다. 하지만 마음이 이미 놀이터에 가 있는 아이가 내용을 얼마나 기억했을지는 미지수다. 밖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정말 참기 힘든 유혹이었다.


결국 도서관 탐방을 마치고 밖으로 나갔다. 엘리는 도서관에 들어갈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신이 나 있었다. 놀이터 중앙에 있던 집라인 그네는 우리 모두 처음 보는 형식이었다. 아이들은 순서를 지키며 그네를 타고, 다시 원점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협력하며 금세 친해졌다. 그렇게 함께 뛰놀며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흐뭇했다.


이 모든 경험을 통해 나는 깨달았다. 도서관 여행은 단순히 책만 읽으러 가는 날이 아니라는 것을. 책을 읽지 않는 날도 있다. 하지만 도서관 가는 길에 들렀던 공원, 놀이터, 맛있게 먹은 점심이 아이에게 도서관의 날을 기다리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도서관을 방문할 때마다 우리는 예상치 못한 서프라이즈를 만난다. 그것이 새로운 친구일 수도 있고, 특별한 놀이터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아이와의 도서관 여행이 단순히 책이 아닌, 함께하는 시간과 경험의 가치를 심어준다는 점이다. 엘리가 앞으로도 도서관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억하고, 그날의 특별함을 오래 간직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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