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도료뇽의 진실을 찾아서
“엄마, 도서관으로 가자!”
학교를 마치고 차에 올라탄 아이가 가장 먼저 꺼낸 말은 단호했다. “도서관에 가야 해!” 나는 별 생각 없이 동네 도서관으로 차를 몰았다. 평소에도 수업에 필요한 책을 찾아달라는 경우가 많았기에, 이번에도 그저 필요한 자료를 찾으려는 줄 알았다.
도서관에 도착하자 아이는 망설임 없이 사서에게 달려가 이렇게 말했다.
“불도롱뇽(Fire Salamander)에 관한 책을 찾고 싶어요.”
사서는 컴퓨터에 단어를 입력하고는 책의 위치를 적어 건넸고 아이는 그 작은 종이를 꼭 쥔 채 책장을 향해 달려갔고, 나는 그 뒤를 따랐다.여러 책을 살펴보던 아이는 금세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찾는 이야기가 아니라며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그제야 나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아이에게 물었다.
아이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학교 수업 시간에 불도롱뇽에 대해 배웠는데, 자신이 아는 불도롱뇽은 불 속에서도 살 수 있다고 주장했더니 선생님께 틀렸다는 말을 들었다는 것이다. 아이는 기분이 상한 채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책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불 속에서 사는 불도롱뇽이라니? 아이는 자신이 본 영상을 설명하며 그 기억을 꺼냈다. 찾아보니, 그 영상은 불도롱뇽의 이름이 전설에서 유래했다는 내용을 흥미롭게 각색한 것이었다. 그러나 아이는 그 전설을 실제로 믿었던 것이다.
이야기를 들은 사서는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 자료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불도롱뇽 전설에 대한 자료를 찾아낸 사서는 그 내용을 프린트해 주었다. 아이는 종이를 들고 기쁨에 펄쩍 뛰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이는 내일 선생님께 이 자료를 보여주겠다고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주저하는 기색을 보였다.
“내가 틀렸다고 말하는 게 너무 창피해…”
아이는 ‘수치심’이라는 감정 앞에서 망설이고 있었다.
잠자리에 든 아이를 꼭 안아주며 말했다.
“엄마도 수치심을 느낄 때가 있어. 그 감정은 누구나 느끼는 거야. 하지만 이걸 이겨낼지 아니면 포기할지는 네 잠재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순간이 될 수도 있어.”
아이의 얼굴에 고민이 엿보였지만,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며 내일 선생님께 말을 해보겠다고 했다.
그날 밤, 나는 아이를 재운 후 한참을 고민했다.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까? 그리고 아이가 수업 시간에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결국 나는 교육용 커뮤니케이션 앱을 열어 선생님께 장문의 메시지를 썼다. 아이에게 들은 학교에서의 논쟁, 도서관에서 사서와 함께 자료를 찾은 이야기, 그리고 불도롱뇽 전설과 실제를 혼동했던 이유까지 가능한 한 자세히 설명했다.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스스로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면 감사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메시지를 보내고 나니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됐다. 별일 아닌 일 같으면서도, 아이가 느꼈을 감정과 두려움이 떠올라 쉽게 잠들 수 없었다.
다음 날,오전이 지나 선생님은 아이의 반응을 귀엽게 봐주시고 충분히 이해를 해주셨다. 그리고 아이에게 자료를 발표할 기회를 주시겠다고 하셨다.
오후가 되자 다시 답장이 왔다. 아이는 수업 시간에 자료를 꺼내 들었고 친구들 앞에서 자신이 전설을 실제로 착각했던 이야기를 설명하고 잘못된 주장을 했던 점에 대해 사과했다고 했지만 선생님은 미소를 지으며 아이를 칭찬해 주셨다.
“사과할 필요 없어. 스스로 자료를 찾고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자세가 훨씬 더 자랑스러워.”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엄마, 막상 말하니까 괜찮았어!”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아이가 불도롱뇽에 대해 몰랐던 것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자신의 호기심을 끝까지 따라가고, 수치심을 극복하며 성장한 오늘 하루의 모습이었다.
아이는 아마 이날의 사건을 금세 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기억할 것이다. 아이가 보여준 그 태도와 용기는 앞으로도 삶의 많은 순간을 밝혀줄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