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ington Beach Public Library
헌팅턴 비치 중앙 도서관:
자연과 책이 공존하는 곳
헌팅턴 비치 중앙 도서관은 책과 자연이 어우러진 하나의 예술 공간이자, 바쁜 일상 속에서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다. 처음 문을 열고 들어서면, 마치 숲속의 현대 미술관에 온 듯한 기분이 든다. 넓은 창으로 햇살이 가득 스며들고, 실내에는 연못과 작은 폭포까지 있어 독서하는 동안 자연 속에 있는 듯한 평온함을 선사한다.
이 도서관은 유명 건축가 리처드 뉴트라(Richard Neutra)의 작품으로, 자연 친화적인 설계가 돋보인다. 책을 읽다가 고개를 들면 창밖으로 푸른 나무가 펼쳐지고, 조용히 흐르는 물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온다. 단순히 책을 빌리는 공간을 넘어, 머물고 싶은 도서관, 쉬어 가고 싶은 도서관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또한, 도서관 주변에는 헌팅턴 센트럴 파크(Huntington Central Park) 가 있어 책을 읽은 후 산책을 하거나 벤치에 앉아 바닷바람을 맞으며 독서를 즐길 수도 있다. 자연과 함께하는 이 조용한 시간은 그 어떤 고급 카페에서도 느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선물한다.
헌팅턴 비치 도서관의 숨은 보석, 북 세일
이 도서관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바로 연중 여러 차례 열리는 북 세일(Book Sale) 코너다. 많은 미국 도서관이 기부받은 책이나 더 이상 대출되지 않는 책을 판매하는데, 헌팅턴 비치 도서관의 북 세일은 그 규모와 혜택이 남다르다.
예를 들어, $3짜리 책을 사면 가격과 상관없이 한 권을 더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보다 더 좋은 혜택이 있을까? 다양한 장르의 책이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고르게 된다. 어쩌면 문 닫을 때까지 이곳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지도 모른다.
‘엘리’와 함께한 특별한 하루
이날은 엘리가 참여하는 Spelling Bee Contest(철자 대회)가 헌팅턴 비치 크리스천 스쿨에서 열린 날이었다. 아쉽게도 2라운드에서 탈락했지만, 덕분에 시간이 남아 도서관에 들를 수 있었다. 학교 친구들과 함께 방문한 터라 조용히 독서를 하기는 어려웠지만, 다행히 크림치즈가 북 스토어(Bookstore)에 가보고 싶다고 해 함께 이동했다.
작년에도 이곳에서 책을 여러 권 산 기억이 있어 이번에도 기대가 컸다. 역시나 다양한 책들이 구비되어 있었고, ‘빨간 머리 앤’, ‘매직트리하우스’, 그리고 동물 관련 도서들을 포함해 총 6권을 샀다. 그런데 가격이 단돈 5달러!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이렇게 저렴하게 좋은 책을 살 수 있다니,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책을 품에 안고 돌아오는 길, 문득 미국 사람들의 도네이션 문화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많은 미국인들은 읽던 책을 기부하고, 그 책들은 또 다른 독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된다. 이렇게 책이 한 사람에게서 또 다른 사람에게로 전달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 단순히 책을 사고 파는 것을 넘어, 책을 통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헌팅턴 비치 중앙 도서관에서의 하루는 단순한 방문이 아니라,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또 다른 따뜻한 경험이 되었다. 책 한 권이 누군가의 손에서 또 다른 이의 손으로 넘어가는 이 과정 속에서, 나는 여전히 책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