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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인스타의 반응

‘불도료뇽’ 사건 이후, 기록의 의미와 흔들림

by 도럽맘

미국 선생님과의 논쟁 사건 이후, 우리 모녀에게 놀라운 변화가 찾아왔다. 그날, ‘불도로뇽 사건’에 관한 릴스를 두 개 만들어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믿을 수 없는 숫자를 마주했다. 1만 뷰. 내가 잘못 본 건가? 팔로워 숫자도 갑자기 늘어나 있었다.


그 후 릴스 조회수는 날이 갈수록 올라갔고, 마침내 100만 뷰에 가까워졌다. 팔로워도 1,300명이 늘어났다. 단 2주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동안 엘리와 도서관을 다니며 기록을 남길 때, 여러 고민이 있었다. 인스타그램을 키워보고 싶은 욕망과 단순히 소소한 기록으로 만족하자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곤 했다. 결국 적은 팔로워 숫자에 만족하며, 우리 모녀의 도서관 기록 여행기를 공감해 주는 소수의 팔로워들에게서 위안을 얻었다. 이 기록들이 엘리에게 남길 가치 있는 추억이 될 것이라 믿으며 꾸준히, 성실히 기록을 이어갔다.


기왕 올리는 김에 더 예쁜 사진을 찍는 법, 색감 조절, 릴스 만드는 법까지 배워가며 나만의 색깔로 피드를 꾸미는 재미도 느꼈다. 그렇게 엘리와의 도서관 기록은 1년 3개월이란 시간을 이어왔고, 어느새 142번의 도서관 방문과 39곳의 도서관 탐방을 이어가게 되었다. 그런데 ‘불도로뇽 릴스’가 말 그대로 인스타그램에 ‘간택’된 것이었다.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조회수와 팔로워 수에 어지럽기 시작했다. 급기야 이런 속도로 가면 조만간 인플루언서가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상상에, 속된 말로 김칫국을 마시기 시작했다. 쏟아지는 좋아요와 댓글에 답글을 달며 잠을 설친 날이 늘어갔고, 입술엔 포진이 올라와 몰골이 말이 아니게 되었다.


그래도 감사한 마음으로 미국 도서관 탐방 중 추천받은 책 리스트를 PDF로 만들어 무료로 나눴다. 하지만 자동 DM 기능이 있는 줄도 모르고, 일일이 모든 메시지에 자료를 보내는 무식한 행동(?)까지 이어졌다.


문제는 내가 변해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욕망에 사로잡힌 ‘아줌마’로 변하고 있었다. 엘리와 도서관을 가도 온전히 시간을 함께 보내기보다는 핸드폰을 들여다보느라 정신을 못 차렸다. 책을 함께 읽거나 눈을 맞추는 대신, ‘이 장면을 어떻게 찍어 올릴까’라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결국 점점 피곤해지고, 머릿속이 복잡해지면서 예민해지고 집중력도 떨어졌다. 책을 제대로 읽지도 못하고 중요한 순간에도 온통 인스타그램 생각뿐이었다. 나는 그때서야 깨달았다.


미쳤구나, 내가…


정신을 차려야만 했다. 내가 원래 소중히 여겼던 것들을 되찾아야 했다. 뜻이 있다면, 나의 도서관 탐험기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나를 응원해 줄 것이다. 굳이 더 잘 보이려는 욕심에 나와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걸치고 끼워 맞출 필요는 없었다.


새벽, 나는 결심했다. 나와 맞지 않던 옷을 벗어내듯, 마음에 부담을 주던 릴스들을 보관함으로 옮겼다. 그렇게 정돈하니, 어수선했던 인스타그램 피드가 다시 깔끔해졌다. 그리고 놀랍게도, 시끄러웠던 내 마음도 정리되기 시작했다.


정돈된 피드처럼, 내 안에도 다시 평온함이 찾아왔다. 책과 도서관, 그리고 엘리와의 시간이야말로 진정한 나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나는 이런 질풍노도의 변화를 겪으면서도, 엘리에게도 큰 변화가 생긴 것을 보게 되었다. 그날의 사건 이후, 아이는 도서관에 갈 때마다 사서 선생님을 먼저 찾기 시작했다. 자신이 궁금한 책을 함께 찾아달라고 서슴없이 부탁하는 모습을 보며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엘리는 사서 선생님과 함께 자료를 검색하고, 서가 사이를 누비며 책을 찾아 나섰다. 선생님을 따라 작은 발걸음으로 종종걸음을 하는 엘리의 모습은 사랑스러웠다. 나는 그 뒤를 한 발짝 떨어져 따라가며 아이의 뒷모습을 지켜봤다.


이 과정에서 엘리는 어른과의 의사소통, 문제 해결 능력, 주도적인 행동과 독립심까지 자연스럽게 배웠다. 이제는 내가 한 발짝 뒤에서 아이를 믿고 응원해주기만 하면 된다는 마음이 든다.


아이가 태어난 이후, 엘리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지 늘 궁금했다. 내가 상상한 모습 이상으로 멋지게 성장하기를 꿈꾸며 아이를 양육해 왔지만, 지금의 엘리는 그 모든 상상을 뛰어넘는 놀랍고 자랑스러운 모습으로 자라고 있다.


그날의 사건은 우리 모녀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나는 잠시 흔들리며 처음의 마음을 되찾기 위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 돌아보니 그 모든 것이 의미 있고 경험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엘리와 함께 한 이 변화의 여정은 우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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