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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리딩의 골든타임

reading with a buddy

by 도럽맘

First grade


이 시기는 아이의 읽기 능력이 본격적으로 자라나는 골든타임이다. 킨더를 다닐 당시에는 파닉스를 배우고 쉬운 영어 단어와 문장을 읽기 시작하지만 1학년이 되자 교과서 지문이나 수업 내용이 어느새 눈에 띄게 어려워진다.


그리고 책의 리딩 수준도 점점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결국 리딩 실력이 수업 전체의 이해력에 영향을 주는 만큼, 이 시기의 훈련이 무척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끼고 있었다. 좀 이른감이 있지만 벌써부터 리딩 전문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도 보인다. 하지만 우리 아이에게는 아직 그 방식이 조금 벅차게 느껴졌다.


그러던 중, 도서관 게시판 한쪽에 조용히 붙어 있던 프로그램 안내지를 발견했다. 바로 Buena Park 도서관의 ‘Read with a Reading Buddy’ 프로그램.


단어 하나하나에 눈길이 머물렀다. 무료 프로그램이면서도, 아이 스스로 책을 읽고 고등학생 언니 오빠들이 옆에서 도와주는 방식이라니. 무언가 ‘공부’라기보다는 ‘함께 읽는 시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부담은 덜고, 따뜻함은 더해주는 구조였다.


도서관에서 만난 예일 & 스탠포드 쌍둥이


프로그램 당일, 아이와 친구는 한껏 들뜬 표정으로 어린이 자료실에 들어섰다. 테이블에는 두 명의 고등학생 언니가 앉아 우리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많이 닮았는데?


“혹시… 쌍둥이세요?”


사서 선생님께 여쭤보니, 놀랍게도 맞았다. 게다가 한 명은 예일대, 한 명은 스탠포드에 입학 예정이라는 것. 나도 모르게 “와…” 하고 감탄이 새어 나왔다. 사서 선생님과 나는 동시에 눈을 휘둥그레 뜨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아이들도 신기했는지 그 언니들한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결국 누구랑 책을 읽을지 5분 넘게 고민하는 귀여운 해프닝이 벌어졌다.



책 읽기, 그림, 게임까지


이 프로그램은 원래 1:1로 20분씩 책을 읽는 구조다.

하지만 그날은 다른 아이들이 오지 않아,

우리 아이와 친구는 무려 1시간 30분 동안 쌍둥이 언니들과 리딩을 함께했다.


아이도 읽고, 언니도 읽어주고,

중간에는 그림도 그리고, 마지막엔 게임까지.

아이들이 집중한 얼굴로 책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며

‘정말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놀라운 건 그 긴 시간 동안 아이들이 단 한 번도 지루해하거나 산만하게 구는 순간이 없었다는 것. 끝나기 5분 전, 사서 선생님이 다가와 “이제 마무리해야 해요”라고 말했을 때 아이들은 “아직 안 끝났으면 좋겠어요…” 하며 아쉬워했다.


그날 아이들은 스무 권 가까운 책을 함께 읽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이 이렇게까지 즐겁고 몰입감 있는 일일 수 있다니. 어쩌면, 책보다 더 좋은 선생님은 ‘함께 읽어주는 누군가’일지도 모른다.



아이가 즐거워하는 수업


마지막은 언제나 그렇듯,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놀이로 마무리되었다. 책도 읽고, 마음껏 웃고, 놀이로 풀리는 그 순간까지 모든 시간이 따뜻하고 특별했다.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을, 아무도 참석하지 않다니..그것이 우리에게는 한시간 반을 독차지 할 수있는 기회가 되어줬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부모님들이 도서관 프로그램에 더 관심을 갖고 참여를 많이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별일이 있을까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별일이 생기더라.. 도서관은 언제나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걸 안겨준다.


이제 나도 도서관 게시판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더 꼼꼼히 살펴보기로 했다. 또 어떤 보물같은 프로그램이 숨어 있을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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