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우정 키우기
요즘 유독 마음이 가는 아이가 있다. 딸아이의 반 친구인데, 까르르 웃는 소리가 참 매력적인 아이이다.
작년 내내, 매주 수요일이면 엘리와 나는 요바린다 도서관의 ‘어드벤처 스토리타임’에 다녔다. 4~6세 아이들이 참여하는 30분짜리 프로그램인데 책을 읽고, 책 속 이야기를 따라 만드는 간단한 만들기 활동까지 할 수 있다. 스토리타임이 끝나면 우리는 근처 햄버거집에서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게 매주 수요일의 루틴이었다.
10주마다 다시 등록해야 하는 이 프로그램에 이번엔 엘리 친구도 함께 데려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도서관 정보를 엄마들 단톡방에 공유하곤 하지만, 대부분의 엄마들은 ‘관심은 있지만 시간은 없는’ 상태였다. 그렇지만 그 아이의 엄마는 시간을 내서 여러 번 도서관에 함께 다나기도 했었다.
아이의 엄마에게 수요일 프로그램에 대해서 말씀드리자
“둘째 픽업 때문에 못 갈 것 같아요.”
그 말을 들은 나는 덥석, “그럼 제가 데리고 다닐게요! “라고 대답했다.
그렇게 시작된 10주의 여정.
학교에서 도서관까지는 30분. 꽤 먼 거리지만, 뒷좌석에 앉은 아이 둘은 수다 삼매경이다.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쉬지 않고 웃고 떠들고 장난친다. 그 웃음소리에 덩달아 내 입꼬리도 올라간다.
도서관 앞 잔디밭을 가로질러 손을 꼭 잡고 뛰어 들어가는 두 아이. 엘리가 혼자였다면 내 손을 잡고 갔을 텐데, 친구 손을 잡고 씩씩하게 앞서가는 뒷모습이 새삼 낯설고 또 자랑스럽다.
스토리타임은 오직 아이들만 입장 가능하다. 그 45분 동안 부모들은 ‘꿀휴식’을 얻는다. 프로그램이 끝나면 닫혀 있던 문이 열리고, 아이들은 크래프트에 집중하며 정신이 없다.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셔터를 누른다. 친구 엄마에게도 사진을 보내기 위해서 더 열심히 찍는다.
그리고 그다음은 아이들만의 하이라이트. 책을 고르는 시간이다.
책장 사이의 검색기에서 보고 싶은 책을 찾아 입력하고, 각자 탐색을 시작한다. 재미있는 건, 매번 엘리는 동물 책을, 친구는 디즈니 책을 고른다는 점이다. 서로 취향은 달라도 책을 함께 읽고, 나란히 앉아 숙제를 하며 ‘선생님 놀이’를 하기도 한다.
아이들 말로는 친구와 함께 하면 집중이 더 잘 되고, 어려운 문제도 뚝딱 풀린다고 한다.
10주가 지나면서 학급 친구들에게도 소문이 났다.
“엘리랑 리오가 매주 도서관 같이 간대!”
“나도 같이 가고 싶어!”
하지만 미안하게도 뒷좌석엔 두 자리가 전부다.
수요일 일정이 바빠져 당분간 스토리타임은 쉬게 되었지만, 최근 친구 엄마와 연락을 하던 중 주일 마더스데이 준비로 교회에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얼른 말했다.
“그럼 제가 아이 데리고 도서관 다녀올게요!”
그렇게 오랜만에 둘은 재회했고, 토요일의 도서관 데이트가 시작되었다.
요바린다 도서관은 마더스데이 기념 이벤트로 북적북적했다. 아이들은 엄마에게 줄 크래프트를 만들며 신이 났고, 나는 그 뜨거운 열기 속에서도 흐뭇했다.
도서관 입구의 중고 서점에 들러 각자 두 권씩 책을 골랐다. 1~2달러밖에 안 되는 책값 덕분에 내 지갑도 부담이 없었다. 아이들은 진지하게 책 등을 읽고 고르더니, 배가 고프다며 소리를 지른다.
치즈버거와 치킨너겟으로 배를 채우고, 너무 더운 날씨 탓에 놀이터는 포기. 대신 돌아가는 길에 있는 라하브라 도서관에 들렀다. 다른 도서관이지만 또 다른 재미. 헌트도 하고, 색칠도 하고, 책도 읽으며 신나게 놀았다.
그리고 끝인 줄 알았는데…
“엄마, 오늘 배드민턴 수업 있어!”
“끝나고 수영도 할 거야!”
결국 밤 8시 반까지 수영까지 마친 이 둘. 나는 속으로 외쳤다.
“내일은 마더스데이니 아무도 나를 찾지 마라…”
도서관 나들이가 자칫 ‘놀기만 하는 시간’으로 끝날까 걱정되기도 한다.
하지만 가끔은 이런 특별한 날들이 아이들의 우정을 더 깊어지게 한다.
같이 도서관을 다니며, 그곳에서 자신들만의 사서를 만들어간다는 것.
그건 아주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추억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추억을 조금 더 곁에서, 조금 더 가까이서 함께하는 특권을 누리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