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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100달러 지폐에 그려진 할아버지 알아?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저민 프랭클린

by 도럽맘

부에나팍 도서관에 도착하자 엘리는 여느 때처럼 분주하다.


역시나 오늘도 사서에게 이것저것 묻는다. 그리고는 사서와 함께 서가를 오가며 책을 수집하기 시작한다.


그럴 때면 나는 조용히 책상에 앉아, 엘리와 사서를 바라보며 ‘오늘은 과연 어떤 책을 고를까?’ 조용한 기대를 품는다.


잠시 후, 엘리는 양손 가득 다섯 권의 책을 들고 내 옆 의자에 앉는다.



책상 위에 사서와 함께 찾은 책을 하나하나 올려놓는데, 이번에는 모두 자서전이다.


책의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Benjamin Franklin”

어디서 많이 본 이름인데… 머뭇거리는 내게 7살 엘리는 반짝이는 눈으로 말했다.


“엄마, 벤저민 프랭클린 할아버지 알아?

100달러에 있는 할아버지야!”


“아! 맞다. 그런데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오늘 학교에서 배웠어. 그리고 그 할아버지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도서관을 만든 사람이래. 선생님이 말해줬어!”


정말 흥미로운 사실이었다.

엘리가 가져온 책들을 펼쳐보니 쉬운 영어로 쓰인 책부터, 제법 글밥이 많은 책까지 다양했다.

우리는 함께 한 권씩 넘겨보며 벤저민 프랭클린이라는 인물의 삶 속으로 들어갔다.


놀라웠다. 그는 대통령도 아니었지만 가장 고액권인 100달러 지폐에 등장하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럴 만했다.




Benjamin Franklin



나는 곧바로 밀레의 서제 앱을 켜고, 벤저민 프랭클린의 자서전을 다운로드하였다.

기록에 진심이었던 그는 자신의 단 한 번뿐인 인생을 아들에게 전하고 싶어 했고, 그 회고는 오늘날 나에게도 도달해 삶의 깊은 의미를 전해주었다.


1706년에 태어난 벤저민 프랭클린은 단순한 정치가가 아니었다.

그는 과학자, 발명가, 외교관, 출판인, 작가, 그리고 무엇보다 지식의 힘을 누구보다 믿었던 계몽가였다.


Library Company of Philadelphia

정규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책 읽기와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고, 스스로를 끊임없이 계발해 냈다.

프랭클린은 자신이 만든 토론 모임 ‘Junto’의 멤버들과 함께 1731년 회원제 도서관 Library Company of Philadelphia를 세웠고, 이곳은 후에 미국 공립도서관의 모델이 되었다. 그는 도서관을 통해 시민들이 더 나은 판단을 하고,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믿었다.

지식은 일부 특권층만의 것이 아니라, 모두가 나누어야 할 공공재라는 그의 철학은 당시로선 혁명적인 생각이었다.


그는 교육기관을 세우고, 공공병원, 소방서, 우편제도까지 만들며 ‘공공을 위한 시스템’을 현실화했다.


“엘리야, 우리 언젠가 꼭, 프랭클린 할아버지가 세운 필라델피아 도서관에 가보자.”


그의 유산 덕분에, 멀리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우리 가족도 이곳 부에나팍 도서관에서 지식을 나누고,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고맙고 감사했다.


벤저민 플랭클린은 이런 말을 남겼다.


Reaing makes a full man, meditation a prfound man, discourse a clear man
독서는 사람을 채우고, 묵상은 사람을 깊게 만들며, 토론은 사람을 명확하게 만든다.

이 철학은 단지 인쇄소 견습생 출신이었던 그의 삶을 바꾼 것이 아니라, 한 나라의 문화 기반을 다니는 일이 되었다.


지식은 나눌수록 강해진다.

그리고 나는 이제, 어느새 훌쩍 자라 버린 엘리와 그 지식을 나누며 함께 성장하는 지금 이 시간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축복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나는 바쁠 때는 오디오북으로, 틈이 날 때는 전자책으로 자서전을 읽었다.


그럴수록 미국 국민들이 그를 왜 ‘건국의 아버지’라 부르며 존경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무엇보다 감탄스러웠던 건 그의 근면함과 성실함이었다.


밤이 되면, 나는 엘리에게 프랭클린의 이야기를 더 들려주었다..


다음 날 아침 아이의 등원길에도 우리는 이슈 인물인 벤자민 프랭클린에 대해서 대화 중이었다, 엘리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 부자는 나빠.”

응? 갑자기 뜬금없이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성경에는 부자는 천국도 못 가고, 삭개오는 다른 사람 것을 뺏어서 부자가 된 거래”


올커니.. 잘됐다. 어쩐지 나는 그 말이 어쩐지 반가웠다.

언젠가 아이와 이 주제에 대해서 대화를 나눌 기회가 오길 바랐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어릴 적 교회에서 ‘부자’에 대한 부정적으로 말하는 설교말씀과 ‘돈’을 우상화하면 안 되기에 재정에 관한 기도를 하면 안 된다는 식의 말을 많이 들었고 결국 돈에 대한 부정적인 왜곡된 신앙심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더 많은 삶을 배우고 경험하면서 그것이 성경의 전체 맥락에서 벗어난 잘못된 해석임을 깨닫게 되었고 돈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마음가짐을 갖고 신앙생활을 해야 함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내 어린 시절의 실수와 후회로 배운 경험으로 아이의 말에 ‘반격’을 시작하였다.


나는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엘리야,
물론 세상엔 나쁜 방법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도 있어.
하지만 벤저민 프랭클린 할아버지는
아주 근면하고 성실하셨데.
또 늘 검소하게 살았지.
사실 누구든 그렇게 살면 부자가 될 가능성은 커져.
하지만 그분이 미국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은 이유는 따로 있어.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가장 기뻐하시는 최고의 덕은 ‘나눔’이라고 믿었기에
자신의 것들을 사람들에게 나누는 것에 인색하지 않았대.
그것이 물질이든 지식이든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고 이웃에게
배푸는 부자는 과연 나쁜 걸까?

그리고 이어서 덧붙였다.


엄마는 네가 꼭 부자가 되길 바라는 건 아니야.벤자민 프랭클린처럼 우리 엘리가
근면 성실 하고 또 검소해서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모든 축복을 이웃에게 나눌 줄 아는 어른으로 자랐으면 좋겠어.
혹시나 우리가 가진 게 부족하더라고 관대한 마음을 가졌으면 해.
그러면 우리는 이미 부자란다.



아마도 이 대화는 7살 엘리에게 어려울 수도 있지만, 나는 분명 총명한 엘리가 나의 말을 이해했을 거라 믿는다. 왜냐하면 엘리는 벌써 자신의 것을 나누는 기쁨을 매일 실천하고 누리고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요즘 엘리는 유독 ‘부자, 거지, 도둑’ 같은 극단적인 단어에 대해 자주 질문을 던진다. 그 말들 안에 담긴 삶의 방향과 그 결과로 사람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마냥 궁금해하는 듯하다.


오늘의 선택과 행동이 내일의 나를 만든다는 걸 조금씩 깨달아가는 과정이길 바란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엔, 좋은 사람이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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