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교지부 축제는 처음이지?
축제는 늘 설렌다. 특히 그것이 스스로 만들어내고 꾸려낸 것이라면 그 설렘은 배가 될 것이다. 중학교 시절 축제가 없었다. 그게 아쉽다 못해 서러웠는데, 이렇게 한을 풀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정말 행복했다.
이번 축재 콘셉트가 놀이공원이었던 탓에 모든 동아리는 그에 상응하는 콘셉트를 골라야 했었다. 우리가 고른 콘셉트는 귀신의 집으로, (귀신의 집을 고른 동아리는 여럿 있었지만, 모두 우리를 뛰어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이름하 ‘공포의 편집실‘이라 이름 붙였다.
으스스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교실을 꾸몄고 (피가 묻은 자국, 접근 금지 표시, 붉은 조명, 해골과 거미줄 등) 우리 스스로도 귀신 가면과 낫 모양 플라스틱 막대를 들었다. (어쩌다 보니 사진 스폿이 되기도 했다.)
학교에는 수십 개의 동아리가 있고, 축제를 진행하는 동안 자신의 동아리의 1년 동안의 결과물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기에 동아리의 취지에 맞는 활동을 해야 했다.
긴 회의 끝에 우리가 준비한 활동은 한컴타자 스피드 대결과 (우리가 직접 쓴 아직 미발표된 기사를 원고로, 가장 빠르게 쓴 사람에게 간식을 주었다.) 옛 교지 전시였다. 현재 재직 중이신 선생님들의 비밀을 ’파헤쳐 보자‘가 주제였으며 실제로 많은 학생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우리 동아리는 ‘가장 놀이공원 콘셉트를 잘 따른 동아리’ 2위로 꼽혔는데, 1위는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콘셉트이었던 동아리가 차지했다. (나도 한번 가봤았는데 독특하고 오묘한 분위기를 잘 살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동아리 축제를 잘 진행하고 싶다면, ‘콘셉트’에 몰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예를 들어 우리 동아리는 마스크를 벗을 수 없었고 말을 할 수도 없었다. 대화는 오직 수기로 공책에 일일이 적었으며, 몸짓을 이용해 대화해야 했다.
우리는 각각 1시간 동안 부스를 맡았는데, 자의적으로 남아서 동아리 운영을 도왔던 나는 말을 안 하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1시간 정도는 참을 수 있어도 그 후부터는 진이 쭉쭉 빠져나갔다.
축제를 진행하면서 내가 호랑이 인형 탈을 쓰고 온 교장 선생님을 가짜 손으로 놀라게 한 적이 있다. 인형 탈 안 선생님을 맞추는 게임이었는데, 어차피 나도 가면을 쓰고 있으니 누군지 모르시겠지~라는 마음에서 나온 장난이었다. (대성공까지는 아니어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만약 우리처럼 귀신의 집을 콘셉트로 정했다면 가짜 손은 꼭 사는 것을 추천한다. 팔 부분은 물론 손 부분에도 가짜 피와 상처가 있어서 깜짝깜짝 놀라게 할 때 매우 유용했다. 가짜 손으로 구경 온 친구의 머리를 쓰담쓰담하거나, 같이 사진을 찍는 것처럼 단순히 장식 외에도 유용하게 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