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을 떠나보내며.
5월이 되어서야, 작년을 떠나보게 되었습니다.
마침 오늘은 저에게도 특별한 날이라서 많이 반가울 따름입니다.
'올 해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은 우리 교지부의 시그니처 같은 문구입니다. 선대에서 후대로 이어지는 '교지부'를 이어갈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동기라고 해야 할까요. 저를 비롯한 많은 친구들이 교지의 맨 뒷장 후기에 적힌 저 문구에 홀려 교지부에 지원하였습니다. 덧붙여 마지막 교지도 저 말을 끝으로 소박하게 막을 내렸죠. 저는 여전히 말이 너무 애틋해서, 종종 저 말을 생각하고는 합니다. 저의 1년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언젠가 교지부 관련된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딱히 대단한 이유는 아니었습니다. 저는 그냥 '기록'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거든요. 브런치에 지원할 때도 저는 제가 교지부원이며, 교지부 관련 글을 쓰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브런치 작가가 된 것도 아마 브런치 관계자 분들도 그 부분을 좋게 봐주신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브런치 작가도 됐겠다 열심히 쓰려고 했죠. 자랑하고 싶었습니다. 학교의 역사 그 자체인 교지부를, 그리고 교지부원인 우리들을.
가벼운 마음이었습니다. 워낙 겁이 많은 사람이라서 그렇게 숨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진심을 다했을 때 떨어진다면, 만약 그렇다면 제가 버틸 수 없을 거라고 먼저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강한 척도 했습니다. 친구들에게는 장난스럽게 '떨린다'라고 말하고 어느 정도 여유로운 척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실은 정말 죽을 것 같을 정도로 떨면서 왜 그렇게 가볍게 생각했는지... 후회가 듭니다.
교지부는 제 낭만이었다고, 글을 통해서 종종 말했습니다. 그래서 제 낭만을 다 이루었냐고 물으신다면, 네. 저는 제 낭만을 실현할 수 있었습니다. 교지부원이 되는 것 자체가 제 낭만이었으니까요.
글 쓰는 게 좋았습니다. 사람이 좋았습니다. 한 번쯤은 저 자신에게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이 모든 것을 교지부원이 되자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벅찰 정도로 기사를 쓰고, 너무너무 좋은 선배님들과 친구들을 만나고, '교지부원'이라는 이름을 갖고. 다른 누구에게도 남부럽지 않을 것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마음을 후배들에게도 꼭 전달해 주고 싶었습니다.
작년 11월 말에 교지부가 폐부 될지도 모른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1학년들끼리 쉬쉬했던 그 소문은 곧 사실로 밝혀졌죠. 원망을 안 했다면 거짓말입니다. 항의를 안 했던 것도 아니죠. 학교 측에서도 여러 가지 방안을 제안했지만 결국 다 무산되었습니다. 결국 받아들여야 했던 것이죠. 교지부는 올해로 결국 끝이라는 것을요. 그렇게 저희는 한 차례 뿔뿔이 헤어졌습니다.
좋은 만남이었으니 언젠가 또 이어지지 않겠냐는 막연한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저희에게 마지막으로 제안이 왔습니다. 이미 모두가 포기를 했고, 마음을 접은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신설 동아리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떻겠냐'는 제안이 저희를 다시 일으켜 세웠습니다. 동아리 폐부는 우리의 의지가 아니었지만, 새로운 동아리로서 명맥을 이어나가는 건 우리의 의지였습니다. 정말 많은 우역곡절이 있었습니다. 기반을 따라가기만 했던 저희가 아예 새로운 기반을 만들어야 했으니까요.
동아리의 방향성을 정하는 것부터 1학년들 모집, 면접 준비, 면접 진행, 실질적인 동아리 운영까지 방황만 하고 있는 탓에 초반에는 도망치고 싶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신설 동아리라는 불확실성이 우리만큼 1학년들에게는 불안했겠죠. (그래도 열심히 노력할 테니까 그들이 우리를 조금이나마 좋게 봐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솔직히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그게 과연 옳은 결정이었을까-하는 후회도 종종 듭니다. 너무 고생했거든요. 네. 정말 자신해서 고생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동아리 취지를 결정하고, 어떤 내용을 다루고, 어떤 결과물을 만들지, 어떤 방침을 가질지. 그 무엇도 마음대로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의지만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없다'라고 몇 번이고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1학년을 졸업하고, 겨울 방학부터 3월까지 약 2~3개월을 거의 매일매일 동아리를 위해서 움직였습니다. '회의'라는 말을 들으면 자동으로 메슥거릴 정도였죠.
그럼에도... 그만큼 소중했으니까, 그만큼 감사했으니까 포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것이 우리를 위한, 선배님들을 위한 일종의 보답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릅니다.
선배라는 건, 정말이지 너무 어렵다고 친구들에게 투덜거리는 일이 많습니다. 어쩌다 보니 1학년들을 돌보는 게 주로 저의 일이 되어 버려서 열심히 노력하고는 있지만 힘든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더군요. 작년 저희를 생각하면 정말이지 너무 조용해서 선배들께서 힘들어하셨는데, 이번은 반대입니다. 너무나 의욕적인 친구들이 가득하더라고요. (어쩌면 2학년 친구들보다 말을 더 많이 하는지도 모릅니다.)
브런치 북을 쓰면서 모든 이야기를 담아내지는 못했습니다. 제 역량이 많이 부족했었거든요. 그럼에도, 꾸준히 저의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 덕분에, 저를 응원해 준 가족과 친구들 덕분에 이렇게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그저 '기록'을 하고 싶었던 이 글이, 사람들에게 '교지부'를 조금 더 알리고 싶다고 생각을 하게 된 건 다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러니, 지켜봐 주세요.
교지부는 사라졌지만 저희는 변함없이 여기에 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저희의 2023년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조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