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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날로그 육아 Feb 23. 2023

다신 돌아가고 싶지 않은 그때

12 내일을 기다리며

  퇴원 D-1 일지도 모르는 저녁 면회.

  모모는 아빠가 집에서 가져다준 쪽쪽이를 빨며 따뜻한 광선 아래 잠을 자고 있었다. 모모에게 연결된 모니터가 있을 때는 이 아이가 숨은 잘 쉬고 있는지, 맥박에는 이상이 없는지 소리와 숫자로 항상 확인할 수 있었는데 갑자기 눈으로 보여주는 수치가 없어지니 그것도 뭔가 불안했다. 숨은 잘 쉬나, 심장은 잘 뛰고 있나… 쏟아지는 치료 광선에 눈이 부신데도 우리 부부는 눈을 부릅뜨고 모모를 관찰했다.


  그렇게 모모를 보고 있다가 문득 그동안 모모가 소리 내어 우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데에까지 생각이 미쳤다. 얘가 울긴 하나, 울 기력이 없었나, 너무 순한가... 이렇게 안 울어도 괜찮은 건가??? 아빠랑 머리를 맞대고 요리조리 생각해 보다가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간호사 선생님께 물어보았다.


  “근데, 얘 울긴 해요? 우는 걸 한 번도 못 봐서요.”

  “많이(강조) 울어요. 우유도 제일 잘 먹고, 우유 달라고 이 중에서 제일(강조) 많이 울어요.”


   대답에 나도, 모모아빠도 웃음이 터졌다. 작년 크리스마스  모모아빠가 카드에 ‘내년 크리스마스엔 트리 밑에 엄청난 울보가 있을 거야라고 적어놨었는데, 정말 그랬다. 우리는 정말로  '울보' 같이 크리스마스를   것이다.



  내일 오전에 혈소판수치 검사, 대사이상 검사, 황달검사를 해서 아무 이상 없으면 퇴원할 수 있고, 만약에 이상이 있으면 못할 수도 있으니, 내일 오전 전화기 앞에서 ‘대기’ 하란 지시를 받고 우리는 집중치료실에서 나왔다.






  자정을 넘긴 시각, 잠자리에 들기 전 마지막 유축을 하고 침대에 누웠다. 모모는 과연 내일 퇴원을 할 수 있을까.


  퇴원해도 좋다는 전화를 받으면 신나서 날뛰게 될까? 아니,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어둠과 절망에 익숙해져 있던 사람이 갑자기 행복해지면, 이 행복이 과연 자신에게 주어진 것이 맞는지, 과연 자신이 이 행복을 누려도 되는 사람인지를 먼저 의심하게 되기 마련이다. 잔뜩 의심한 뒤에도 여전히 그 행복이 자신에게 머물러 있으면 그제야 조금씩 경계를 풀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 행복을 받아들이게 된다. 나도 아마 그럴 것이다.


  ‘만약 내일 퇴원을 못하게 되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말자, 내일 못하는 것일 뿐, 며칠 이내로 퇴원을 할 수 있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니까.'


  잠이 오지 않는다. 휴대폰을 꺼내어 들고 사진첩을 열었다. 오늘 찍은 모모의 사진을 보다 가장 최근 사진에서 역순으로 사진을 하나하나 넘겨보았다.


  눈을 가리고 광선치료를 받는 모모에게 점점 빛이 줄어들면서 몸에 꽂힌 호스가 하나 둘 늘어갔다. 옅은 푸른빛의 발꿈치의 피멍은 점점 색이 짙어져 간다. 모모의 혈색은 점점 나빠지고, 숨이 너무나도 가빠서, 과연 살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 모습으로 바뀌어간다. 세상에 태어난 모모를 처음 만났을 때로 시간을 돌리는 내 손길은 점차 느려졌고, 잠시 들떴던 마음도 가라앉기 시작했다.



  “보호자 분... 잠시 들어오셔야겠어요.”



  호출을 받고 수술실로 들어온 모모아빠는, 그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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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망가진 인형”에 계속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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