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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날로그 육아 Mar 11. 2023

집으로 가자, 모모야

20 에필로그



  나는 의사 선생님께 첫 번째 질문 외에 몇 가지를 더 물었다. 하지만 내가 이 분께 하는 질문은 모두 ‘과거’에 지나간 일에 대한 것들이라, 앞으로 나와 모모가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도움이 될 만한 대답은 없었다.


  면담이 끝날 무렵 꽤 많은 분량의 수술 진료 내역서를 받았다. 나에게 건네지기 전에 이미 수정이 되었을지도 몰라서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은 서류 뭉치였다. 의심을 떨치지 못한 나는 몇 가지 석연치 않은 부분들을 신생아 중환자실의 교수님께 질문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병원마다 사정이 다르니 어떻다고 얘기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히 말씀하셨다.


  “아기가 여기 왔을 때, 태어난 병원에서 살리려고 애쓰신 게 보였어요.”


  나와 모모아빠는 그냥 모든 걸 덮기로 했다. 모든 게 심증이었고, 만의 하나 소송을 건다 한들 우리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분만의는 아기를 살리려고 분명히 애를 썼고, 모모는 결국 살아났다. 그걸로 된거다.






  모모는 조리원에서도 잘 먹고 잘 자고 잘 자랐다. 어느 날은 신생아실 선생님이 모모의 배꼽이 떨어졌다며 가져다주셨는데, 기저귀 갈 때마다 탯줄을 잃어버릴까봐 내내 마음 졸였다고 말씀하셨다. 아닌 게 아니라 다른 아기들은 끝에 집게가 달려있을 정도로 탯줄이 길게 붙어있었는데, 모모 탯줄은 건포도 보다도 작았다. 모모의 퇴원 일주일 후 외래진료를 갔을 때 교수님께 물어보니 모모가 신생아 집중 치료실로 실려 왔을 때 주사를 놓아야 하는데, 너무 아기라 혈관을 못 잡아서 탯줄 혈관을 통해 주사액을 넣느라 그렇게 됐다고 했다.




  조리원에 모모를 데리고 들어와서 또 여러 날이 지나고, 어느덧 조리원의 마지막 날 밤이 되었다. 처음에 조리원에 들어올 때는 과연 우리 모모를 언제 여기에 데리고 올 수 있을까, 여기 있는 동안 데려올 수 있기는 할까 싶어, 아기 안고 있는 다른 산모들 보면 부러움에 눈물이 났고 신생아실 쪽으로 고개도 못 돌렸는데 그게 벌써 아주 오래전의 일처럼 느껴진다.


  이 곳에는 정이 안 들 것 같았는데 모모에게 수유하러 들어가던 수유실이며, 항상 친절하셨던 조리원 선생님들, 그리고 모모에게서 나던 조리원 특유의 향기까지도 너무나 그리울 것 같다.




  진짜 인형처럼 작았던 우리 모모.

  그새 몸무게도 많이 늘고 참 많이 자랐구나.

  

  이제 우리 집으로 가자 모모야.








모모의 출산기와 신생아 집중 치료실에서의 이야기를 담은 브런치 북 <망가진 인형>에 이어

아기 없이 들어간 조리원에서의 이야기도 마무리되었습니다.


잠시 가다듬는 시간을 가진 후, 모모의 후유증 극복 육아기로 돌아오겠습니다.

모모의 이야기를 읽어주시고 같이 공감해 주신 독자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브런치 북 <망가진 인형> 읽기

https://brunch.co.kr/brunchbook/brokendo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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