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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벚나무

지나고 보니 그리운 때

by 서본 Mar 1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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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면 한 쪽이

아예 액자인 집이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저절로 변하는 그림을

담고 있는데요


봄에는

무성한 연분홍 벚꽃을

피우고


여름에는

벅찰만큼 싱그럽고 푸르른 녹음을

드리우고


가을에는

색색깔로 변하는 이파리들을

공연히 떨구고


겨울에는

고독히 눈을 맞으며

풍경 속 한 자리 잡고 있는


우리 집 뒷마당에는

벚나무가 한 그루 있습니다


그를 사랑하게 될 때까지

약 삼 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소용돌이에 갇혀 소중한 시간 속에서

그저 슬퍼만 할 때도

그는 내 곁에서 열심히 자리하고 있었겠지요


이제는 다시 그 자리에서 볼 수 없는

작별도 못하고 떠나온

우리 집 벚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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