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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갔니?

물이 불어난 저수지,,,그리고 아이

by 김편선 Mar 11. 2025


천흥 저수지에 가는 길은 언제나 설렘을 안겨주곤 했다. 멀리서도 익숙한 풍경이 반겨주었고, 물가 근처에서 나를 기다리던 아이들의 모습이 떠올라 발걸음이 자연스레 빨라졌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조용하다. 평소 같으면 저 멀리서부터 졸졸 따라오거나, 나를 발견하고선 꼬리를 치켜든 채 가까이 다가왔을 텐데.


물가를 바라보니 금세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며칠간 내린 비로 저수지 물이 크게 불어 있었다. 평소 아이들이 머물던 작은 공간들도 모두 물에 잠겼다. 둥지를 틀고 쉬던 곳, 나무 밑에서 해바라기를 하던 자리, 장난치듯 뛰어놀던 길목까지. 물이 차오르면서 아이들이 있을 자리가 사라져버렸다.


불안한 마음에 평소 머물던 곳을 하나하나 둘러보았다. 혹시라도 높은 곳으로 피신해 있지는 않을까, 어디선가 숨어서 내 기척을 살피고 있지는 않을까. 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아이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사료를 두고 기다려도, 이름을 불러도, 대답하는 작은 울음소리 하나 들려오지 않았다.


혹시 다른 곳으로 이동했을까? 서로를 의지하며 안전한 곳에서 지내고 있을까? 그렇게라도 확인할 수 있다면 마음이 한결 놓일 텐데, 지금으로서는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늘 보던 작은 발자국조차 사라진 공간에서, 나는 한동안 발길을 떼지 못한 채 가만히 서 있었다.


괜찮을 거라고, 아이들은 잘 지내고 있을 거라고 애써 스스로를 다독여 보지만, 마음 한구석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몸을 웅크린 채 추위를 피하던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낯선 환경에서 얼마나 불안했을까, 갑작스러운 변화에 얼마나 놀랐을까.


부디 어디선가 서로를 의지하며 잘 지내고 있기를. 내가 여전히 이곳을 찾고, 여전히 너희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다시 반가운 모습으로 마주하게 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나는 오늘도 기다린다.




<이렇게 아이들이 놀던 곳인데...부르면 밥 먹으러 나오곤 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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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물이 불어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다. 얼마나 두려웠을까? 그래도 잘 살고 있을거야.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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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10화 저수지 물이 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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