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흥 저수지의 고양이들
남편은 현재 병원 생활 중이다.
뇌경색으로 쓰러진 후에 만 6년 째 병원에서 지내고 있다.
병원에서 지내는 남편에게 세상과의 소통은 나뿐이다. 우측 편마비에 언어장애까지 와서 이전의 지인들과는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남편에게 삶의 위안이 되어 주는 것은 무엇일까?
처음에는 매일 병문안을 갔다.
나도 일하는 사람이기에 간병을 전적으로 할 수는 없었지만,
매일 병문안을 가서 머리를 감겨 주고, 함께 산책을 하며 공원 벤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먹기도 하고, 챙겨간 간식을 함께 나눠 먹기도 했다.
코로나가 온나라를 휩쓸었다.
그 시절에는 병문안도 갈 수 없었다.
그래서 손편지를 썼다.
편지에 우리가 함께 키우던 반려견 콩이와 반려묘 도도의 사진을 함께 인쇄해서 붙여주곤 했다.
3년 동안 면회를 못하고, 전화 통화(남편에게 걸려온 전화에 혼자서만 말하는...)만 하며 지내다가 드디어 면회가 허용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그 면회만으로도 너무 좋았다.
나도 그렇지만 남편은 더 좋아했다.
이때쯤 남편의 폰을 스마트 폰으로 바꿔줬고, 나는 유튜브를 시작했다.
일명 길냥이 브이로그인 <냥집사 TV>
내가 운동을 하러 가는 천흥 저수지에는 길고양이들이 많다.
처음에는 호기심에 간식을 주다가 사료를 박스째 사고, 간식도 넉넉하게 사서 그렇게 조금씩 고양이들을 챙겨주기 시작했다.
이 고양이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영상으로 편집해 유튜브에 올리곤 했다.
병원에 면회를 갈 때마다 아이들 사진이나 영상을 보여줬더니 남편이 너무 좋아한다.
자기 폰에도 담아달라는 의사를 표현한다.
사진이나 영상에 따라 때로는 OK 사인이, 때로는 NO 사인이 떨어졌다.
그러면 OK 사인을 한 사진과 영상만 남편의 갤거리에 저장해 주었다.
이렇게 천흥 저수지의 사랑스러운 길냥이들은
남편에게도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되었다.
오늘도 나는
남편에게 줄 길냥이들을 담으러 천흥 저수지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