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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꿈의 숲 12화

12화 검은 연기의 사람들

내 안의 힘을 믿어!

by 우산을 쓴 소녀
글, 그림: 우산을 쓴 소녀

12화 검은 연기의 사람들

-내 안의 힘을 믿어!-

등장인물: 루미나, 도윤, 검은 연기의 사람들


바다를 가르며 신나게 달리던 보트는 바다 한가운데서 갑작스레 멈춰 섰다. 항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동이 꺼진 보트는 더 이상 작동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루미나는 항해사 탈렌에게 보트 운전법만 배웠을 뿐, 그 외의 것들은 전혀 알지 못했다.


“누나, 이제 우리 못 가요?”


“응, 꼼짝없이 구조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은데?”


“어차피 꿈의 숲에서는 아무도 죽지 않으니까, 뭐 기다리다 보면 누군가 지나가...”

도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바다 위로 커다란 복어 모양의 잠수함이 솟아올랐다.


둘은 그 광경을 넋을 놓고 바라보았고, 복어 모양의 잠수함은 둥실둥실 바다의 물결과 함께 그들의 보트까지 떠밀려왔다.


톡톡톡—


복어 잠수함은 그들의 보트를 톡톡 건드리며, 마치 옮겨 탈 준비라도 하라는 듯 움직였다.


“아하하하. 복어야~ 왕복어! 누나~ 정말 웃겨요! 봐요! 아~ 해연 할매도 봤어야 했는데, 하하하.”

도윤은 숨이 넘어갈 듯 자지러지며 웃어댔다.


루미나 역시 그 광경에 웃음을 터뜨렸고, 그들은 한동안 웃음을 참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아~ 눈물 나. "


“그러게 말이야. 너무 재미있다. 귀엽기도 하고.”


그때였다.


‘푸슈~우~~’


잠수함에서 '철컥' 소리가 나더니, 상부 해치가 90도로 젖혀졌다.


“도윤아 타자!”


“누나,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옮겨 타는 거 아니에요? 이런 일 자주 격은 사람처럼.”


“잠수함까지는 아니었지만, 꿈의 숲에서 이 정도는 익숙해져야, 여정할 맛이 나지.

가자! 다음 여정지로!”


그들이 복어 모양의 잠수함에 안전하게 승선을 하자, 잠수함의 해치는 저절로 닫혔고, 꿈의 숲에 온 것을 환영하듯 물살을 가르며 나아갔다.


해저의 깊은 곳에서부터, 수면 위로 오르내리기도 하며, 잠수함은 마치 자유를 찾은 물고기처럼 헤엄치며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위웅~


“심해 괴물이야기 알아요? 누나?”


“그런 거 몰라. 난 괴물이야기는 안 좋아해.”


“왜요? 무서워요?”


“여기가 꿈의 숲이란 건 알지? 도윤이 너 아직 까지 괴물을 만난 적 없고 말이야.”


“네... 괴물 만난 적 있어요?!”


“그러니까 괜한 소리 하지 말자고, 혹시 모르잖아. 두려움을 느끼면 나타날지도?”


“누나가 그렇게 말하니까 갑자기 오싹해졌어요. 여기 봐요~ 소름 돋았잖아요!”


“알았어. 알았으니까. 진정해.”

잠수함은 점차 속력을 줄이기 시작했다.

서서히 속력을 줄이던 잠수함은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더니, 힘차게 하늘 위로 솟구쳐 올랐다.


-푸우우웅 쏴~~~


잠수함의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도윤은 선반에 머리를 세게 부딪쳤다.


"아잇, 갑자기 너 왜 그래!"


-푸슈슈~슈~쉬~~


잠수함이 데려다 놓은 곳은 다름 아닌, 1980년대쯤으로 보이는 옛 도시였다. 그들이 부둣가로 이동하자. 복어 잠수함은 물속으로 꼬르륵 사라져 버렸다.


"하..."


"왜요? "


"여기 좀 봐. 너 이런 곳 본 적 있어? "


"아뇨. "


"이런, 이걸 어쩐담. 어디로 가야 하지? 차라리 숲이었다면 더 편했을 텐데. 이런 곳은 나도 처음이라..."


“뭐가 걱정이에요. 어차피 죽지 않으면 무서울 것도 없죠. 안 그래요?”


"응. 그 말이 맞지. 이곳은 그런 곳이니..."

루미나는 싸늘히 불어오는 한기 섞인 바람에 묘한 표정을 지었다.


"누나, 추워요? "


"아니야, 그런 게 아니라. 일단 걷자. 더 어두워지기 전에..."


그들은 다시 바닷가 근처의 도시에 머물게 되었다. 그곳은 이전에 건너왔던 외부 세계와는 전혀 다른, 오래된 분위기의 낯선 도시였다. 루미나는 당장이라도 그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작열하는 햇볕 아래 한참을 걸어 지칠 대로 지쳤지만, 루미나는 도윤이 자신을 따라오고 있다는 생각에 멈출 수 없었다.


도윤 역시 더 이상 걷지 못하고 결국 길가에 주저앉아 버렸다. 그리고는 투정 섞인 목소리로 불만을 쏟아냈다.


“너무 덥다! 여긴 대체 뭐 하는 곳이길래 편의점도 없어요? 아 진짜 너무 싫어!”


“휴~ 그러게 너무 덥네.”


루미나는 꿈의 숲에 온 뒤로 이렇게 무더운 날은 처음이었다. 여전히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심한 더위에 갈증이 느껴지는 듯했다.


“목마른 건 아무래도 심리적인 것 같아. 시원한 곳을 좀 찾아보자.”


"이런, 촌구석에 무슨 시원한 곳이 있겠어요! 아무것도 없겠죠! "


"촌구석 같지는 않고, 저 간판들 좀 봐. 저런 거 본 적 있지? "


"7080 전시장이요? 엄마랑도 가본 적 있고, 친구들이랑도 갔던 것 같아요. 어, 저런 거! 빨간 전화통이요!"


"아하하! 맞아, 전화기! 박물관 견학 왔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한결 편해지네. 안 그래?"


“그렇네요. 또 그렇게 생각하니... 어?”


“왜?”


도윤이 루미나의 등 뒤로 뭔가를 발견한 듯 손짓했다. 루미나가 고개를 돌리자, 도윤의 손짓이 닿은 곳에 무언가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사람들이죠? 맞죠?! "


"도윤아! 잠깐만! "

루미나는 그들에게 달려가려는 도윤의 손목을 잡아챘다.


"가까이 가면 안 돼! "


"왜요? 저기 보이잖아요. 사람들, 괜찮아요~ 누나~ 여기서 만난 사람들 중 이상한 사람은 없었으니까요. "


"도윤! 가지 말래도! 일단 숨자! "


"네? 왜... 왜 그래요..."


그녀는 골목으로 도윤을 잡아끌듯 밀어 넣었다. 루미나와 도윤은 그들이 지나가는 모습을 확인한 뒤에야, 골목길 뒤편으로 빠져나왔다.


"아까 왜 그랬어요? 누나? "

도윤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루미나를 바라보았다.


“저 사람들한테서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어. 한기. 그리고 검은 연기들도 보였고.”


“네? 그게 무슨 소리... 혹시... 누나 퇴마사예요?”


“아니야. 그런 거.”


“아까 그 사람들 죽은 사람들에요? 그럼 내가 귀신이라도 본 거예요?”


“아니야. 저 사람들은 살아있어. 그리고 그들 주변으로 연기가 보였다고... 그들이 나타나기 전부터 한기를 느꼈고 말이야.”


"난 안 보이는데, 땡볕에 한기라면 에어컨 바람처럼 시원했겠네요? 히히"


도윤의 장난에도 루미나는 그들이 사라진 곳을 경계하며 한동안 지켜보았다.


"도윤아, 내 말 잘 들어. 만약 저 사람들을 또 보게 되면 무조건 숨어야 해. 도망을 치든가. 알았지? 맞아, 누나는 영매야. 그래서 남들이 보지 못하는 걸 볼 수 있어. 저들 주위엔 알 수 없는 검은 연기들이 가득했어. 그러니까 누나 말 꼭 새겨들어. 알았지?"


“영매요? 누나 점보고 막 그런 거 했어요?”


“영매라고 다 점치고 다니지는 않아. 그리고 역할도 다 다르고.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것들이 아니야. 아무튼 방금 말한 거 꼭 기억해. 장난 그만치고. 알았지?”


“네, 알았어요. 혹시 그 연기인지 뭔지 또 보게 되면 나한테도 말해줘요?”


"참... 녀석도..."


노을이 지는 바닷가에서 시간을 보내던 그들은 해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 쉴 곳을 찾아 나섰다. 7080년대의 거리가 낯설었던 그들은 마땅히 쉴 곳을 발견하지 못하고 서성이다, 한 시장의 골목 안으로 들어섰다.


“너무 어두운데? 조심해. 도윤.”


“알았어요. 누나도 조심해요.”


그렇게 어두운 골목길을 더듬어 걷고 있던 그들은 갑작스러운 발자국 소리에 놀라 숨을 죽였다.


-터벅터벅

(시장 안으로 울려 퍼지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


그때였다!

저 멀리 환하게 밝혀진 시장 거리가 보였다. 루미나는 도윤을 부르려 손을 뒤로 휘저었지만, 뒤를 돌아봤을 때는 캄캄한 어둠뿐, 도윤은 온데간데없었다.


"도윤아..."


루미나는 허탈하게 멈춰 섰고, 아무도 없는 골목길을 바라보던 그녀는 그저 멍하니, 도윤이 사라진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은 듯 서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여성들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고, 그들을 뒤쫓던 남자 무리가 거세게 지나쳐갔다.


루미나는 낮에 본 남자들이라는 걸 한눈에 알아차렸다.


"안돼... 도윤아!"


휙-

루미나는 등 뒤에서 자신을 덮치듯 뻗어오는 검은 손을 보았다. 그녀는 황급히 그의 손을 뿌리치며, 꿈의 세상에서 가능한 가장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루미나가 빛의 속도로 달려가자, 도망치던 사람들과 검은 연기의 사람들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녀는 순간 이상함을 감지하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모든 것이 슬로모션처럼 늘어지는 기이한 광경이 펼쳐졌다.


"내가 빠른 것이 아니라 저들이 느린 것이다! "


루미나는 자신이 신급 능력을 쓴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모두가 느리게 움직이자, 자신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달리고 있을 뿐이었다. 심각한 상황이었지만, 그녀는 그들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풉—”


그들은 뛰기만 하면, 느려졌고 그런 모습을 루미나는 약을 올리듯 지켜보았다.


검은 연기의 사람들은 도망가는 이들을 쫓으려 발버둥 쳤다. 하지만 그들의 몸은 너무나 느리게 움직일 뿐이었다.


도망을 치는 사람들도 느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대로라면 도윤이를 찾는 것도 어렵지 않겠어!”


루미나의 몸에 오랜만에 활력이 솟아났다. 그녀는 과거 괴물을 퇴치했던 때처럼, 이번에도 자신의 의지가 상황을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다.


도윤을 찾아 헤매던 루미나는 골목에 숨어 있던 한 여성을 발견했다. 그 여성은 검은 연기의 사람들에게 겪었던 모든 일들을 그녀에게 전부 털어놓았다.


"알았죠? 조심해야 해요! "


"그러니까 저 사람들 꿈을 도둑질한다는 거예요? 그게 가능해요? "


"가능하니까 도망치죠."


"그런데 저는 꿈이 없어요. 아니, 아직 모르고 있어요. "


"그럼 다행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어요. 그들은 무리를 이뤄 동행을 하기도 하니까요.

그러다 누군가 꿈을 찾으면, 그 자리에서 빼앗아 버리죠. "


"아직도 이해가 안 가요. 대체 꿈을 어떻게 빼앗는다는 거죠?"


"꿈의 구슬! "


"구슬이요? "


"몰랐어요? 여기 온 지 얼마 안 됐나 보군요. 이곳에서 꿈을 찾다 보면, 꿈에 관련된 물건 그리고 구슬들을 찾게 돼요. 그 구슬은 반드시 꿈의 숲을 나갈 때 몸에 지니고 나가야 하죠. 그렇지 않으면, 현실 세계에서 꿈을 잃을 수 있거든요. 꿈의 구슬은 꼭 평생 간직해야 해요."


"아직, 꿈의 구슬을 본 적이 없어서요. "


“길을 걷다 보면, 나중에 알게 될 거예요.”


"네, 그럼 동생을 찾아야 해서요. 이만 가볼게요."


"동생? 혹시 어려요? "


"왜요? 고등학생 남자아이."


“안돼, 그 사람들 어린 친구들을 가장 좋아해요.”


“왜죠? 왜 어린...”


“빨리 찾을 수 있거든요. 아이들은 순수하고 우리보다 꿈에 더 가깝죠. 특히 어릴 적 꿈이 확연히 선명하고요. 그 놈들... 아주 사악한 괴물들이에요!”


“알았어요. 진정해요. 일단 전 동생을 먼저 좀 찾아볼게요. 어디든 안전하게 숨어 계세요.”


루미나는 다급하게 시장을 빠져나와 큰 길가로 향했다.


“내가 원하는 데로… 꿈의 숲은 그런 곳이다.”

루미나는 굳은 결심을 하고 도윤을 찾아 나섰다. 그때, 깔끔하고 단정한 차림의 한 노인이 그녀 앞에 나타났다.


“아이고, 젊은이. 혹시 길을 좀 안내해 줄 수 있는가?”


“네? 저도 초행길이라서요. 죄송합니다.”


“그럼, 나를 좀 저기 저 꼭대기 집으로 데려가 줄 수 있겠어?”


"제가 지금 급한 일이 있어서요."


"그래? 이 늙은이가 도저히 갈 수 없대도? 여기 버려두고 가려고? 참 매정하구먼 그래."


"흠... 잠시만요."

루미나는 갑자기 주변 이곳저곳을 살피며,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뭐 찾아?"


"아, 아뇨. 방금 발 밑으로..."

그녀의 발밑으로 동그랗고 신성한 느낌을 주는 커다란 초록빛 원이 갑작스레 떠올랐다. 그 신비로운 초록빛은 노인의 시야에는 없었다. 오직 루미나만이 그 빛을 볼 수 있었다.


"가시죠. 일단."

루미나는 할머니를 따라 마을에서 가장 높은 집으로 올라갔다. 그렇게 집 앞에 선 할머니는 좁은 계단을 오르며 작고 하얀 문을 두드렸다.


“왔어.”


그때였다.

할머니는 뒤를 돌아 재빠르게 루미나를 잡아챘다. 하지만 루미나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문을 열고 나온 남자들은 어쩐 일인지 루미나에게 손도 대지 못한 채 멍하니 서 있었다.


할머니는 그 틈을 타 당황한 표정으로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난 시키는 대로 했어! 이제 내 손주 꿈 돌려줘!!!”


“이 할망구야! 일을 똑바로 해야지 돌려주지! 이 여자는...”


그들은 뭔가를 깨달은 듯 서둘러 문을 닫아 버렸다. 루미나는 그대로 계단을 내려왔다.


“할머니…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난 잘못 없어! 흑흑흑…”


"울어도 용서되는 건 아닙니다. 다신 이런 짓 하지 마세요. 손주 꿈은 귀하면서 남의 꿈은 귀하지 않나요?"

루미나는 차갑고 단호한 표정으로 그 자리를 떠났다.


그녀는 발밑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는 초록빛 원을 보았다. 그제야 그 원이 자신을 지켜주는 보호막이었음을 깨달았다.


“이곳은 최대한 빨리 빠져나가야겠어. 그나저나 도윤이는 대체 어디 있는 걸까?”


어디선가 도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루미나는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향했다. 역시나, 그곳에는 도윤이 건장한 체격의 남자들과 함께 서 있었다.


“당장 풀어줘!”


남자들에게 붙잡힌 도윤을 보자, 루미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매서운 눈으로 그들을 쏘아보며 주변에 놓인 나무토막을 주워 들었다. 당장이라도 덤벼들 듯한 기세에 남자들은 일제히 그녀를 쳐다보았다.


"얍!!!"


나무토막을 든 손이 곧 남자의 손에 제압당했다. 루미나는 나머지 한 손으로 그들의 머리채를 잡으려 했지만, 옆에 서 있던 다른 남성이 그 손마저 붙잡아버렸다.


"놔줘!! 어서 도윤이를 놓아주라고!! "


"네?"

남자들은 루미나의 말에 당황한 듯 서로를 쳐다봤다. 그 순간, 그들 사이에서 운동하고 있던 도윤과 루미나의 시선이 마주쳤다.


“야!! 너! 도윤이...”


“아! 누나 누나!!”

도윤은 루미나를 보며 반가운 목소리로 달려왔다. 그리곤 루미나와 남자들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을 눈치채지 못한 채, 그들 사이로 불쑥 파고들었다.


“누나, 왜 그래요? 이 형들, 다 운동하는 사람들이래요. 트레이너도 있고, 클라이밍 선수도 있다니까요! 엄청나죠? 아, 그리고 누나! 나... 꿈도 찾았어요!”


“도윤아.. 정말 잘됐다!”


어린 도윤이 검은 연기의 사람들에게 붙잡혀 꿈을 빼앗겼을까, 루미나는 내내 가슴을 졸였다. 하지만 그가 무사한 것을 확인하자마자, 온몸을 짓누르던 불안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녀는 안도감에 눈물을 글썽였다.


“누나! 울어요? 내가 꿈을 찾은 게 그렇게나 좋아요?”


“그게 아니야! 너 어디 갔었어. 진짜! 얼마나 찾아다녔는지 알아? 너 때문에 내가 얼마나 마음이...”


"누나 무슨 일 있었어요? 나는 골목길에서 사람들 발자국 소리 듣고, 옆 골목으로 숨었죠. 누나가 누가 오면 얼른 숨으라고 했잖아요. 한참을 숨죽이고 있는데, 아무런 기척도 없길래, 조용히 되돌아 나갔어요. 시장 반대편으로. 그러다가 뭍으로 이제 막 올라오던 형들과 만난 거예요. 형들은 배를 타고 왔고, 여정 중에 만났대요!"


“도윤아, 그럼 너 이미 꿈을 찾았으니 외부세계로 갈 거야? 혹시 여기 계신 분들도 꿈을 찾았어?”


“전부는 아닌데, 형들도 여기가 썩 마음에 들지 않나 봐요. 배 타고 다른 섬으로 이동한다고 해서 함께 가려고요. 누나도 같이 가요.”


루미나는 조금 전 소란을 일으킨 것에 대해 정중하게 사과하며, 그들에게 간절하게 부탁했다.


“부탁 하나만 들어주실 수 있나요? 이 아이를 숲의 정문까지 데려가 주세요. 꼭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떠나세요. 눈도 떼지 말고 꼭 붙들고, 배에 태워 이곳을 벗어나세요!”


“아, 뭐... 알겠습니다. 꼭 그렇게 하죠.”


루미나가 돌아서려는 순간, 도윤이 그녀의 손목을 붙잡고 물었다.


“누나, 지금 나 혼자 가라고요?”


“도윤아, 너 저분들 곁에 한시라도 떨어지면 안 돼. 알겠지? 섬을 떠날 때까지 절대로! 그리고 여기 있으면 위험해.”


"누나는 어떻게 하려고요? 위험하다고 해놓고, 왜 여기 남는 거예요?"


“난 이 섬에서 더 이상 두려울 게 없어. 네가 잡힐까 봐, 그래서 꿈을 빼앗길까 봐 걱정이 되었을 뿐이야.”


“꿈을 빼앗겨요? 누구에게요? 아까 그 검정 그림자? 연기? 그런 게 있다는 사람들요?”


“응, 더 이상 묻지 말고, 빨리 여기서 나가. 안 나간다고 하면 졸라서라도 떠나! 당장!”


“알았어요. 누나, 꿈의 숲에서 나가면 내가 연락할게요. 전화번호 알려줘요.”


“너 어차피 기억 못 해. 그러니까 얼른가. 내 걱정 말고.”


“근데, 누나 내 꿈이 뭔지 안 궁금해요?”


“운동선수겠지 뭐.”


“어! 누나 맞네! 그 영매! 점도 볼 줄 알고~ 정말 멋있어!”


"지금 이 상황을 봐봐. 저기 저 체격 좋은 사람들 품에서 그렇게 행복하게 웃고 있는데, 어떻게 그걸 모를 수 있냐고! 바보도 아니고."


"아, 하하하. 그나저나 해연 할머니 아들도 꿈이 운동선수라고 했었는데, 저 형들에게 물어보니, 본 적이 있어도 사진도 없고 이름도 모르니 찾기 힘들 거래요..."


“그만 잊어. 여기서의 일은 잊고, 밖으로 나가. 여긴 현실이 아니야. 너도 알잖아. 오히려 이곳에 정착하는 것이 꿈을 방해하고 있을지 모르니.”


"누나, 우리 악수해요. 저도 쿨하게 갈게요! 남자니까!"


"그래, 씩씩해서 보기 좋네. 저분들께 인 전해줘. 누나는 가봐야 할 곳이 있어서."


“알았어요. 누나, 서운하기는 하지만, 뭐 인연이 되면 다시 만나겠죠. 안녕. 루미나!”


“응. 안녕. 잘 가, 도윤!”


그렇게 7080년대의 낯선 마을에서 루미나와 도윤은 쿨한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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